[수소TF] 열린 수소와 그 적들…우리가 수소 어벤저스와 동행하는 이유

2022.07.19 13:56:53

— 탄소중립 외치지만 화석연료 못 벗어나는 현실론, 기득권의 덫을 걷어차라!
— 50여년전 우주선에서 사용된 수소기술, 에너지기득권 세력이 여전히 가둬
— 수소위험 과장, ‘원전 집중론’은 어리석은 구도…수소경제, 신화에서 현실로!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 외교 중심도시 제다(Jeddah)에서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Mohammed bin Salman Al Saud)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 석유 증산을 요청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구촌의 시급한 현안으로 강조해온 ‘탄소중립’, ‘녹색 성장(Green New deal)’ 비전과는 결이 다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제 46대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던 ‘파리협약’에 재가입하면서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정책,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국제협력을 목청 높여 주창했었다. 그런 그가 1년 6개월 후 지구촌 최고 산유국에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제발 좀 석유를 더 생산하라”고 촉구하다니, 세상일이 참 얄궂다.

 

미국을 비아냥 거릴 의도는 아니다.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한국은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중단하고 온실가스 국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 목표를 발표했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유럽연합(EU) 녹색분류체계(taxonomy)에 추가된 원자력발전을 재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약 30년 안에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0)’를 실현하려면 당장 탄소세(carbon tax)를 부과해도 모자를 판인데, 윤석열 정부는 높아진 에너지비용 때문에 고통받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다. 물론 인하된 유류세 9조원이 소비자가격 낮추는데 뭉그적거리는 정유사들에게 돌아간다는 맥빠지는 비판도 있지만 말이다.

 


아무튼 탄소중립을 보장하는 원자력 에너지와 수소 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완벽하게 대체하게 될 때까지의 ‘과정’이 아주 길 지도 모른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는 공영방송의 한 수소에너지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에 출연, “실험실과 현실 세계 사이에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 있는데, 에너지의 경우 지금까지 이 계곡을 건너온 게 다섯 가지 밖에 없었다”면서 “수소 얘기를 한 게 한 십 년 정도 됐는데, 십 년 만에 인류의 미래를 개척해 줄 수소에너지를 당장이라도 개발할 수 있는 것처럼 착각들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호들갑 떨지 말라”는, 꼬장꼬장한 학자의 일갈이다. 충분히 귀 담아 들어야 하는 잔소리다.

 

이 교수는 그런데 한 언론 인터뷰에서 “수소가 위험하다는 사실은 우리가 강릉 폭발사고에서 직접 경험한 일”이라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기술개발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이 교수가 말한 강릉 수소 폭발 사고가 수소의 높은 잠재적 위험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소를 담아두는 탱크에 산소 농도를 폭발범위인 6% 이내로 관리해야 했다. 그런데 관리자들이 이를 소홀히 했다. 생산된 수소를 일정한 압력으로 공급하기 위해 수소를 저장하는 ‘완충 탱크 (buffer tank)’ 내부에 폭발위험이 있는 수치의 산소가 있었다. 그 상태에서 정전기 불꽃이 점화원이 돼 버퍼탱크와 수소탱크가 폭발한 전형적인 인재(人災)였다.

 

사실 수소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 중 가장 가벼워 공기 중에 노출되면 폭발이고 뭐고 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공기 중에 흩어져 버린다. 그런 점에서, 수소 안전관리에 적용되는 기술은 엄청나게 불이 잘 붙는 휘발유 저장창고에 피복이 벗겨진 노후 전선을 방치하지 않는 정도의 기술 수준일 것이라는 게 과학 문외한인 기자의 생각이다.

 

실제 수소 안전기술은 아주 어렵거나 별도 에너지, 기타 초고가 비용이 드는 관리가 수반되는 기술은 아니다. 그런데도 의외로 이 강릉 수소 폭발 사고는 수소 에너지 투자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즐겨 찾는’ 단골 소재다.

 

이덕환 교수가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같은 더 거대한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는 대신 강릉 수소 폭발의 문제를 지적한 진짜 이유는 뉴스를 뒤져보면 금세 나온다. 그는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발전 단가가 가장 저렴한 원전의 가동률을 90%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제안해 왔다. 그는 “원전은 초저탄소 에너지원이고, 환경보전에 유리하다”는 주장부터 “탄소중립을 원한다면, 원전이 위험하다는 비과학적 선동부터 멈춰라”는 강한 정치적 메시지도 서슴지 않아왔다. 그 정도로 적극적 원전 옹호론자다.

 

기자가 이 교수의 잔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수소에너지에 속칭 ‘꽂힌’ 계기는 지난 5월 대구에서 열린 세계가스총회(WGC)였다. 10여년 전 지금은 퇴임한 현대자동차 임원이 수소자동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지만, 당시에는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WGC 취재 때 미국 아폴로 11호가 50여년 전 이미 우주공간에서 상용화 한 수소에너지 기술 얘기를 듣고 귀가 솔깃해졌다.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우주공간, 달에 생수통과 산소통, 보일러용 도시가스를 잔뜩 싣고 갈수도 없었던 당시에 수소연료전지가 물과 산소와 전기와 열을 모두 해결해 줬다는 이야기. 그 속으로 흡사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빠져들었다.

 

특히 우주공간에서 연료전지를 돌려 생성된 물에 전해질을 섞어 마시고, 남은 증류수를 또 전기분해를 해서 수소와 산소를 만들어 둘을 융합해 다시 전기와 열과 물을 만드는 장면을 떠올리니 신기함과 절묘함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자연의 섭리를 깨달은 인간의 지혜에 사뭇 감탄했다고 할까. 수소 시범도시 울산의 테크노파크에서 실제 이런 에너지 순환을 구현한 모형을 보고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우주의 75%를 차지하는 가장 가벼운 원소, 천지에 난무하는 그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삼기 위해 인류는 그렇게 50만년을 빙빙 돌고 돌아 온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무조건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인간이 합리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가설(합리적 기대가설)’이 경제학에서 그다지 빛을 보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인류 역사를 보면, 기득권을 가진 인간은 인류 공동체를 보편적으로 이롭게 하는 기술과 방법론, 이념을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탄압해왔다. 이것은 사실 인간의 본질이기 때문에, 이덕훈 교수의 경고를 단순히 편협한 원전 옹호론자의 수소 폄훼로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기득권과의 투쟁과 체제 전복, 기득권 교체, 새로운 기득권 형성과 또 다른 투쟁의 시작. 이것이 인류사 발전 메카니즘의 본질이다. 그런 면에서 수소 생태계에 ‘꽂힌’ 전사들은 저마다의 조직과 계층, 지역, 산업계를 대표해 모여서 기득권을 깨부수고 주류 에너지가 되는 투쟁에 분연히 떨쳐 일어나야 한다.

 

타협은 패배의 지름길이다. 화석연료 생태계의 노회한 기득권층, 수소의 약진을 짓밟고 주류가 되려는 원전 마피아들을 제압하고 당당히 주류가 돼야 한다. 평화와 공존은 승리의 시기를 늦추는 게으름의 주문일 뿐이며, 비겁한 자의 흐리멍텅한 머리 속에서나 가능하다. 비타협적으로 에너지 경쟁자들과 성전(Holy war)을 치러야 한다.

 

교묘한 논리와 총칼, 테러, 전쟁으로 지구인들을 속이며 대기와 토양, 해양을 더럽혀온 에너지 기득권자들에게 지구인을 대표해 최고의 해피엔딩으로 끝날 복수극을 보여줘야 한다. 그 어벤저스(The Avengers)의 일원이 돼야 한다.

 

한국과 독일, 일본은 산업과 에너지에 관한 한 공통점이 있다. 우선 특유의 투지와 발군의 노력, 강한 집념으로 여러 분야의 기술에서 선진국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셋 다 똑같이 에너지, 특히 화석연료를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나라들이다.

 

이들 세 나라는 ‘절치부심’으로 화석연료 및 원자력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수소에너지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더이상 막대한 국부를 에너지 수입 비용으로 치르면서 산유국 등의 지정학적 위기 때마다 끝없이 치솟는 화석연료 값, 우라늄 값 때문에 마음 졸일 소지를 없애야 한다.

 

<조세금융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선정한 2022년 기획보도 지원사업 대상 언론사로 뽑혔다. 약 5개월간 수소 에너지 선진국들을 직접 방문해 취재하고 열심히 에너지 전환을 준비 중인 한국 정부와 기업, 기관, 단체들을 죄다 돌아볼 예정이다.(꿈은 크게!)

 

수소를 제조하고 옮기고 저장해 발전, 제철, 이동수단(mobility)에 활용하는 현장에 가 볼 것이다. 폭발 위험이 있는 배터리와 달리 액화 수소로 필요한 전기를 그때그때 만들어 구동하면서 물만 배출하는 수소자동차, 아직은 초기개발단계인 수소 선박, 배터리보다 수십배 긴 최장 13시간 비행하는 수소 드론도 띄워 볼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하수 슬러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증류수를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를 저장해뒀다가 재생에너지 발전효율이 떨어질 때 산소와 융합해 발전하는 그린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자연재해 위험 때문에 보일러 크기만한 크기의 가정용 수소 연료전지 발전기로 만든 전기를 쓰는 일본 시골마을 사람들도 만나 볼 심산이다.

 

천연가스(메탄, CH4)에서 탄소(C)를 떼어내 탄소섬유로 유익하게 쓰고, 암모니아(NH3)에서 질소(N)를 떼어내 비료를 만들면서 각각 수소를 만드는 파란수소(Blue Hydrogen) 제조, 활용 현장에도 가 볼 참이다.

 

수소는 가장 안전하고 완벽한 탄소중립으로 이끄는 ‘에너지 전환’, 산유국들의 에너지 갑질로부터 해방되는 ‘에너지 자립’으로 한국을 이끌 것이다.

 

<조세금융신문>이 수소 어벤저스들과 동행에 나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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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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