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전세사기 피해가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신용이 바탕인 전세제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는 임대차 계약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한 청년, 신혼부부 등 젊은 층에 고스란히 돌아갔다.
이에 대해 정부는 ‘빌라왕’, ‘건축왕’ 등 사건으로 전세 관련 제도 전반을 손질한다. 정부 대책에는 피해자 지원과 전세사기 단속‧처벌과 함께 차후의 사고 방지를 위한 예방책이 담기는데 예방과 손질될 대책에 대해 확인해봤다.
◇ 전세사기 예방 가능한가?
전세는 법으로 정한 주택가격의 일부를 집주인에게 맡기고 공간을 계약기간에 따라 거주하는 형태를 말한다. 간단히 말해 일정금액을 맡기고 공간을 대여한다.
또 전세는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기도 하고, 매매가격 하락을 떠 받쳐주는 버팀목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전세가 무너질 경우 주택시장의 혼란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경매에서 감정가격 대비 얼마에 낙찰이 될 것인지, 가압류 이전 설정된 다른 권리관계가 있는지에 따라 내가 받아야 할 돈을 온전히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아예 못 받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전세는 사람과 사람이 계약하는 채권(債權)계약으로 은행에서 돈 빌려주고 등기부등본에 설정하는 근저당인 물권(物權)보다 약해서, 대항력(전입신고+물건인도/이사)과 확정일자를 갖추지 못하면 내가 전입신고한 날짜보다 늦게 설정된 근저당한테도 경매배당 순위에서 밀린다.
또 경매낙찰대금에서 미납 국세(종부세 등), 선순위 채권(근저당 등)이 먼저 가져가고 남은 금액만 세입자에게 배당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내 전세금은 다음에 들어올 세입자가 내 전세금 이상을 지불하고 들어오지 않으면 사실상 받기가 어려운 만큼 전세가격 하락 가능성을 항상 염두해 두고 내 전세금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으로 전세계약부터 제대로 된 대응을 해야 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금을 못 받으면 소송을 통해 강제경매로 넘겨 남은 배당을 받는 것이 마지막 방법인 만큼 우리는 내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얼마 정도 낙찰이 될지, 낙찰대금 중 나보다 먼저 가지고 갈 사람이 누구이고 얼마나 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상 집값 시세의 70% 수준에서 낙찰되는 경우가 많기에 세금체납액과 선순위대출액, 내 전세금을 모두 합쳐서 집값의 70%가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이걸 확인하려면 내 전셋집의 시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고, 더불어 집주인의 세금체납액과 선순위 채권액도 다 확인해야 한다.
세금체납은 4월부터 전세계약 기간 중에는 집주인 동의 없이도 열람 가능하며, 선순위 채권액은 등기부등본 열람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집은 마음에 드는데 대출이 너무 많다, 세금체납이 많다고 판단되면 가급적 다른 전셋집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또한 전세보증보험은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전세보증보험은 전세계약 잔금 전에 보증보험 회사에 먼저 가입유무를 확인한 후 가입이 어렵다고 하면 계약을 무효로 하는 것이 좋겠다.
전세계약 특약사항에 보증보험 가입 불가 시 본 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특약사항을 넣으면 유리하다.
◇ 전세계 유일한 ‘전세제도’ 폐지?
전세가 주택 관련 대출 규제의 우회로로 활용돼 집값 상승세를 더욱 자극하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전세제도를 없애고 대신 주택 구입과 월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등장했다.
전세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다. 주택시장과 금융 시스템의 본질을 고려할 때 제도를 아예 없애거나 급격히 위축시키는 과격한 접근보다는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전세사기 원흉은 한국에만 있는 특이한 전세제도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시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시장수요가 있고 전세제도를 인위적으로 통제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라며 “전세 사기나 역전세를 근거로, 앞으로 전세는 없어져야 하는 특이한 제도이며 선진국처럼 월세가 일반화되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설명은 여전히 임차인에게는 월세보다 전세가 유리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전세사기 특별법 막판 타협
좀처럼 국회를 넘지 못하고 계류중이던 전세사기 대책 특별법이 극적으로 타협됐다.
정부는 전세보증금이 5억원인 주택에 대해서도 전세사기 특별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넓혔다.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는 해당 금액만큼 무이자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토위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쟁점이 되는 부분들을 계속 좁혀나가고 있다”라며 “네 차례에 걸쳐 심도 깊은 논의를 했고, 피해자들의 목소리 담아내 정부에 요청했다. 정부도 성심성의껏 최대한 대안을 마련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워회 국토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야당이 제출한 수정안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다.
정부‧여당이 야당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하면서 야당과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최대 4억 5000만원이었던 전세보증금 상한을 5억원으로 확대하고, 5억원을 넘더라도 조세채권 안분 등 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야당이 소급 적용을 요구한 최우선변제금 제도 조정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정부‧여당은 최우선변제금액 만큼 무이자 대출을 열어주자는 대안을 내놨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가 파산 또는 개인회생을 신청할 경우 원금을 갚는 조건으로 20년간 대출 신청, 신용카드 발급 등이 가능하도록 예외를 두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경매를 대행하고, 정부 부담 비용을 기존의 50%에서 70%로 늘리겠다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다만 신탁주택 전세사기나 입주 전 보증금 편취 등 발생 경위상 사기지만 임차인이 대항력을 갖추기 어려운 경우에는 특별법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한 지원을 우회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국토위 차원의 합의안 마련이 불발될 경우 개입을 예고해 왔다. 통상 각 당 원내대표 간 결단에 따라 이뤄지는 여야 원내지도부 간 협상은 교착 상태에 놓인 쟁점법안 논의의 돌파구지만, 민생법안을 놓고 여야가 요구사항을 주고받는 ‘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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