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2025년 상반기 우리나라 국경이 마약 밀수와의 '전쟁터'로 급변하고 있다. 올 상반기 관세청에 적발된 마약류는 총 2680kg,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00% 폭증한 사상 최대치이다.
마약 유통의 글로벌 지형 변화가 한국을 경유하고 있어 '국경 안보'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29일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동안 국경 단계에서 총 617건의 마약류가 적발됐다. 이는 필로폰 1회 투약량(0.03g) 기준으로 약 8933만 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양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적발 건수는 70% 증가, 중량은 800% 증가했으며 중량 기준으로 역대 최대 적발량이다.
특히 지난 4월 강릉 옥계항에서 1690kg, 5월 부산신항에서 600kg 등 총 2290kg에 달하는 대형 코카인 밀수가 전체 적발 중량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이 대형 건들을 제외하더라도 적발 중량은 390kg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 마약 밀수의 전방위적 확산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적발된 마약 주요 출발지역은 중량 기준으로 ▲중남미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순이었다.
최문기 관세청 국제조사과장은 이날 서울세관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중남미 지역에서는 미국·캐나다의 고강도 국경강화 조치에 따른 풍선효과로, 중남미 미약조직이 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보인다"고 설명했다.
◇ 코카인 7941% 폭증…'풍선효과' 직격탄, 한국 무역 루트 활용
이번 적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코카인 밀수의 압도적인 증가세이다. 코카인 적발 중량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무려 7941% 급증했다.
이는 유엔 마약위원회(UNODC)가 발표한 'World Drug Report 2025'에서도 아시아 지역이 코카인의 주요 종착지 또는 중간 이동경로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관세청 적발 동향과도 일치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마약 시장의 변화가 한국을 경유지로 정조준하고 있어 다각적인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아울러 필로폰도 상당량 적발되고 있는 가운데, 케타민과 마약 성분 함유 의약품의 적발 또한 급증했다. 특히 마약 성분 의약품은 관세청의 통관 검사 강화 이후 적발 건수가 281% 급증한 305건을 기록, 휴가철 해외여행 증가에 따른 불법 반입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세이 밝힌 적발사례를 살펴보면 인천공항세관은 지난 1월 말레이시아발 특송화물 이용 목재의자 내부에 은닉한 필로폰 2120g 적발 ▲지난 2월 미국발 특송화물 이용 고무보트 내부공간에 필로폰 848g 적발 ▲지난 3월 남아공발 특송화물 이용 워터펌프 내부공간에 은닉한 필로폰 6027g을 적발하기도 했다.
제주공항세관에서는 캄보디아발(중국 경유) 항공여행자가 신발 밑창, 과자 등 기탁수하물에 은닉한 필로폰 2120g을 적발했다.
◇ 관세청, 첨단 시스템 투자로 '국경 리스크' 관리 강화
이처럼 지능화되고 대형화되는 마약 밀수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청은 기술 투자와 국제 협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마약 정보 교환 네트워크 구축, 국제 합동 단속 실시는 물론,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 X-ray 동시구현 시스템 등 첨단 단속 인프라를 확충하며 '국경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위험 화물·여행자 선별 및 검사 시스템 고도화는 단속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는데, 관세청 자체 정보 분석을 통한 적발 건수가 전체의 93%를 차지하는 등 시스템 고도화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최문기 국제조사과장은 "전체 건수로 보면 관세청이 자체적으로 적발한 건수가 많았으나 옥계항에서 밀반입된 코카인 마약밀수로 인해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및 마약단속청(DEA)정보 채널 입수로 인한 적발 중량이 더 늘었다"고 밝혔다.
이명구 관세청장은 "최근 2년 연속 국내 마약사범이 2만명을 상회하는 등 불법 마약류가 우리 사회 전반에 침투해 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히면서 "관세청은 불법 마약류 해외밀반입을 원천 차단해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실현하는데 앞장서겠다"라고 밝혔다.
[최문기 관세청 국제조사과장 미니 인터뷰]
Q. 최근 국내 마약 제조에 따른 마약 원재료 차단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A. 저희가 마약 원료 물질에 대해서도 단속을 하고 있는데요. 마약 원료 물질도 국내에서 생산을 위해서 들여온다기보다는 한국을 경유해 멕시코 쪽으로 많이 나가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중국이나 인도에서 곧바로 들어가게 되면 마약 원료 물질이라는 의심이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한국이라는 더 안전한 국가를 경유해서 들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마약류가 해외에서 제조돼 국내로 반입되며, 국내에서 마약이 직접 제조되는 사례는 미미합니다. 이에 따라 관세청은 국경 단계에서의 철저한 차단으로 마약 문제 해결에 나설 것입니다.
Q. 최근 휴가철 해외 여행객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대책은?
A. 여행자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적발 건수는 248%증가, 중량은 156% 증가했으며, 특송화물의 경우 적발 건수는 105%증가, 중량은 44%증가했는데, 이는 유통 목적 마약밀수의 대형화와 함께 자가소비 목적의 마약 밀수가 증가한 영향으로 보입니다.
마약 범죄 조직들이 활용하고 있는 루트는 다양한데요. 저희가 코로나로 유행하던 시절에는 여행자 항공 여행이 금지되다 보니까 제한이 있어서 특송화물을 이용하는 편이 많았으나 최근들어 여행자가 늘어 개인용으로 마약을 밀반입 하는 사례가 늘었습니다.
특송화물이나 여행자를 통에 들어오던 마약이 국제 우편물을 통해서도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주도 면밀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금처럼 여름휴가철에는 의약품 같은 경우 마약 성분이 함유 되어 있는데, 이를 모르고 들여오는 경우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저희 관세청도 이와 관련 여행자 마약 단속에 있어서도 철저히 단속해 나갈 방침입니다.
Q. 앞으로 국경단계에서 마약 밀수 적발을 위한 관세청의 노력은?
A. 저희 관세청은 국경 단계의 마약 단속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불법 마약류 밀반입을 원천 차단할 방침입니다.
동남아 북미 유럽 지역의 주유 마약출발국 관세당국 및 수사기관과 마약정보교환 네크워크 구축과 함께 국제합동단속을 실시해 마약 밀반입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주요 마약출발국 중 하나인 태국과 3개월간 합동단속을 실시해 대마초 21kg, 야바 47.8kg 등 마약류 총 72.7kg(약 242만명 동시 투약 가능)을 국경단계에서 차단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마약밀수 특별대책 추진단 회의를 매월 개최해 마약류 적발 품목 및 은닉수법 등 밀수동향 변화를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응해 단속 체계를 개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마약사범 정보 등 마약밀수 위험정보 입수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확장분석해 여행자·화물 등 주요 반입경로별 검사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특히 국제우편 경로의 적발이 감소했지만 마약밀수 경로가 언제든 변화할 수 있는 만큼 적발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모든 반입경로의 단속체계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이밖에도 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 활용을 고도화하고, 밀리미터파 신변검색기, 후방 산란방식 컨테이너 검색기 등 마약은닉 수법별로 적발에 최적화된 최신검색 장비 확충 ▲주요 마약출발국 관세당국과 국제 합동단속 확대 ▲국내외기관과 마약 위험정보 네트워크 확대와 함께 해외수사기관과 정보 공유 등 공조를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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