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올챙이

2018.12.03 06:00:00

시인 이동순, 낭송 박태서

 

올챙이_이동순

 

우리는 버림받은 자식인가요, 어머니

오늘도 뙤약볕 내리쬐는

논바닥에 한 움큼 물 고인 곳을


그나마 물이라고 오르내리며

그게 마지막 헤엄인 줄은 몰랐지요

한많은 당신의 알보재기를, 어머니

왜 갈라진 강바닥에 뿌리셨어요

있는 듯 마는 듯 조금 물 고인 곳이

처음엔 우리들의 고향인줄 알았습니다

하기야 우리들 고향이란 별 것 있나요

하늘 아래 모든 늪이 내 집이지요

끊임 없이 세상은 균열되고

우리들의 작은 늪이 말라붙네요

날마다 황토물 속을 오르내리며

부글대는 거품만 삼켰답니다

아 숨이 가빠져요 어머니

물을 주세요 물을 주세요

헐떡이는 아가미를 축이고 싶어요

어찌해서 우리에겐 발이 없나요

아무리 소리쳐도 눈하나 꿈쩍 않는

저 무뚝뚝한 논두렁과

바위들의 냉담이 나는 미워요

우린 끝내 논바닥에서 죽어갔지만

누구 하나 우리를 거두지 않았어요

망종 무렵 농부가 물꼬를 틔우고 나서

맑은 여울은 가만히 다가왔습니다

여울이 깊은 잠을 흔들어 깨울 때

우리들 버림받아 굳어진 몸은

푸른 물위에 가비야이 떠서

아주 먼 곳으로 흘러갔습니다

 

[시인] 이 동 순

· 1950년 경북 김천 출생

· 경북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 시집 『개밥풀』 『물의 노래』 『지금 그리운 사람은』 『철조망 조국』 『그 바보들은 더욱 바보가 되어간다』 『꿈에 오신 그대』 『봄의 설법』 『가시연꽃』 『기차는 달린다』 『아름다운 순간』 『미스 사이공』 『마음의 사막』 등

· 분단 시대의 매몰 문학 복원 사업을 위해 『백석 시 전집』, 『권환 시 전집』, 『조벽암 시 전집』, 『이찬 시 전집』, 『조명암 시 전집』 등을 발간

· 기행산문집 『시가 있는 미국 기행』, 『실크로드에서의 600시간』

· 평론집 『민족시의 정신사』, 『시정신을 찾아서』, 『한국인의 세대별 문학 의식』, 『잃어버린 문학사의 복원과 현장』 등

· 제22회 정지용문학상, 2009년 제1회 난고문학상 수상

 

[詩 감상] 양 현 근

가슴 아프게 읽히는 시다.

가진 것 없이 태어나서 평생 어렵게 살다 간

이 땅의 가난한 민초들의 삶을 올챙이에 비유한 작품이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난에도 헤어나지 못하는

서민들의 애환과 팍팍한 일상이

가뭄에 시달리는 올챙이의 가파른 생을 닮았다.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세상의 무관심과

냉담한 세태에 대한 비판이 통렬하다.

망종 무렵 드디어 물꼬가 트였지만,

뒤늦게 흐르는 맑은 여울물이 무슨 소용이랴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낭송가] 박 태 서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부회장

재능시낭송대회 은상

서울교통공사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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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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