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문창호지 / 최승태
슬며시 어릴 적 기억으로는
간들바람 살랑살랑 불고
햇살이 맑은 봄날에는
문창호지 바르는 날이다
허리 굽은 할매는 주름진 손으로
빛바랜 창호지를 살뜰히도 뜯었고
어머니는 숯검뎅이 아궁이에서
고운 밀가루로 풀을 지었다
참견하기 좋아하는 아재들이
뭔 일인가 싶어 하나둘 모여들고
아버지는 어매 눈치 한번 힐끗 보고
한가로이 노니는 애꿎은 암탉을 잡았다
시끌벅적 막걸리가 몇 순배 돌고
어차피 배가 산으로 갈 즈음이면
창백한 흰색으로 자태를 드러냈고
그 수수한 여백에 그지없이 반했다
간들바람 살랑살랑 불고
햇살이 맑은 봄날에는
문창호지 바르는 날이다
오늘 같은 날이 그런 날이다
[시인] 최승태
경기 이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경기지회)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어린 시절 문창호지를 바꾸는 날은 집 안의 큰 행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봄이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겨울이 되기 전에는 추위를 방지하기 위해 덧대었던 그 시절이 새롭기만 하다. 지금은 건축 자재가 바뀌고 주거 문화가 달라 문창호지를 바르는 것이 그리 많지 않다. 최승태 시인의 ‘봄날-문창호지’ 시를 감상하면서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손과 발에 풀을 바르고 천방지축 놀았던 그 시절이 참 그리운 봄날이다.
[시인/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장
(현) 시낭송 교육 지도교수
(전)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장
(현) 대한시낭송가협회 명예회장
(현) 문화예술 종합방송 아트TV '명인 명시를 찾아서' MC
저서: “시 한 모금의 행복” 시낭송 모음 시집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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