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오월

2019.05.20 06:00:00

시인 피천득, 낭송 남기선

 

오월 / 피천득 (낭송 남기선)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시인 약력] 피천득

중국 상하이 호강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

1946~1975년까지 서울대학교 영문학 교수로 재직

1930년 《신동아》에 〈서정별곡〉, 〈파이프〉등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

작품으로 시집 『서정시집』, 『금아시문선』, 수필집 『인연』, 『은전 한 닢』 등

 

[감상 양현근]

모든 것이 푸른 오월이다.

칙칙한 것들을 다 떨쳐내고 맑은 하늘 아래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같은 오월이 모란꽃잎을 피워올리고,

온 세상에 초록빛 물감을 마구 뿌려대고 있다.

메마른 가슴에 모란꽃의 순결한 웃음과 초록빛 물감이

말없이 번지는 오월의 푸른 아침이다.

 

[낭송작가 남기선]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장

<아침의 문학> 전국시낭송대회 대상

산업체 심리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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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피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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