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뜨거운 감자, ‘북한 지식재산권’에 대한 현실적 접근

2019.05.26 06:17:30

2편, 최근 동향과 북한 특유의 지식재산제도

(조세금융신문=황성필 변리사) 2018년 9월 3일, ‘남북지식재산권 교류협력을 위한심포지엄’이 열렸다. 대한민국과 북한의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이 논의되었다. 본 행사를 통해 상호간 지식재산출원 및 등록의 현실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은 대한민국보다 한발 앞서 지식재산권과 관련된 국제회의에 적극적으로 가입해왔다. 북한은 1974년 8월 17일에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가입했고, 1980년 6월 10일에 파리조약에 가입했으며 마드리드 협정에는 1996년 1월 10일에 가입을 완료했다.

 

북한이 대체적으로 국제협약의 가입 시기가 남한에 비하여 앞서 있다고 하여, 북한이 대한민국에 비해 지식재산권의 보호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는 볼 수 없다. 기본적으로 국내 산업이 어느 정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이후 지식재산권 보호를 본격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제 협약에 빠르게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 북한이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글로벌한 비지니스를 공정하게 추구하기 위해 협정에 가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북한 지식재산권의 해외 출원을 북한이라는 이유로 가로막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어찌되었든 북한은 협정에 가입함으로써 글로벌 지식재산권 출원 기회를 확보하였음은 사실이며, 이러한 글로벌적인 활동을 체제 선전도구로 사용하였을지도 모른다.

 


북한, 대한민국 지식재산권 출원 모두 거절

 

국제 협정의 경우 상호주의를 어느 정도 지키는지 여부에 따라 해당 협약국의 협약 이행 의지가 나타난다. 각국에 유보된 권한이 아닌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반드시 지켜야 하는 협정의 규정이 있다.

 

그러나 결국 해당 국가에서 규정의 이행을 할 의지가 없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한민국의 북한 출원 거절이다.

 

대한민국의 대북한 지식재산권 출원은 협정에 기초하여 하자 없이 출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출원들이 모두 거절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아닌 외국의 경우 특별하게 거절되지 않는다고 한다.

 

‘남북지식재산권 교류협력을 위한 심포지엄’ 보고에 따르면, 마드리드협정(국제상표출원시스템)으로 북한에 진입한 상표출원 사건은 독일이 8508건으로 가장 많았고, 프랑스가 7521건, 스위스 6221건 등 모두 2만8815건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은 4330건이며, 독특하게 미국도 북한에 1419건을 출원했다고 한다. 특허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남한기업의 북한에 대한 특허출원(PCT 출원 후 북한 지정)은 총 23건이고, 마드리드 협정을 통한 상표출원(국제상표등록출원)은 총 34건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심사가 완료된 출원들에 대하여는 모두 거절 결정이 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북한의 자연인대한민국을 지정한 PCT 출원에 대하여 국적을 이유로 심사를 거절한다든가 하는 특별한 제한을 하고 있지는 않다.

 

특허청의 키프리스를 통해 검색하면 북한의 발명자가 대한민국을 지정하여 출원한 특허는 3건이 검색된다. 3건 모두 등록되었으나, 현재 등록을 유지하는 특허는 1건이고, 나머지 2건은 연차료를 내지 않아 소멸된 특허되었다.

 

독특하게 소멸된 2개의 특허는 과거에 대한민국에 주소를 둔 캐나다 국적의 이관호라는 사람에게 양도되었다. 북한도 대한민국과 유사한 지식재산권 제도가 있다. 보호의 대상과 법률의 체계도 유사한 편이다.

 

1948년에 북한은 ‘헌법’에서 “공민은 과학 또는 예술활동의 자유를 가진다. 저작권 및 발명권은 법적으로 보호한다(제20조)”라고 규정하여 지식재산권의 보호 근거를 분명히 하였다. 대한민국의 지식재산권은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저작권으로 구분한다. 북한의 지식재산권은 발명권, 특허권, 공업도안권, 상표권, 저작권으로 구분되며, 발명법, 공업도안법, 상표법을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에도 지식재산권 보호의 근거가 헌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북한의 헌법을 살펴보면 독특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김일성이 창시한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에 대하여 빼곡히 나열되어 있다.

 

북한의 법제에 대하여 궁금하다면 통일부, 법무부 그리고 법제처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통일법제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하여 다양한 북한 관련 법률 검색을 할 수 있다. 북한 헌법 제24조는 “개인소유는 공민들의 개인적이며 소비적인 목적을 위한 소유이다. 국가는 개인소유를 보호하며 그에 대한 상속권을 법적으로 보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을 통하여 개인의 소유를 인정하고 있는듯하나 ‘개인적이며 소비적인 목적’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우리가 인지하는 소유와는 다른 개념의 소유가 될 수 있다.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1908~1970)는 1943년 욕구단계이론을 주창하였다. 첫 번째 욕구 단계는 인간의 생리적이고 기초적인 욕구인 의식주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어떤 체제에서도 변할 수 없는 개인 소유의 대상이다.

 

낙후된 특허법, 북한의 지식재산제도

 

대한민국의 특허법 및 실용신안법은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발명법”과 대응된다. 북한에도 지식재산권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사유 재산에 대하여 강한 통제가 존재하는 체제이기에 일반적인 국가의 지식재산권 제도와 차이가 있다.

 

북한에는 발명권과 특허권이 있다. 주체사상은 사회주의와 다르나 사회주의적 특성을 기반

으로 하는 북한만의 통치 체제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발명에 대하여 발명권과 특허권을 나누어 정의하고 보호(?)하는 이중적인 제도를 운영한다.

 

발명권과 특허권은 그 대상이 동일하고, 보호 범위도 같으며 신청 절차와 심사 기준도 거의 같다. 그러나 실시권을 부여할 수 있는지 여부의 차이가 크다. 발명권의 실시권은 발명권자에게 귀속되지 않고 국가에 귀속된다.

 

발명권자는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으나 해당 발명을 실시할 수 없다. 즉, 발명권은 국가의 소유가 되며 그에 따른 보상(어느 정도의 보상인지 알 수는 없었다)이 따를 뿐 라이센싱의 대상, 양도의 대상이 되지도 못한다.

 

이러한 발명권과 특허권은 하나의 발명에 대해서 오직 하나의 발명권이나 하나의 특허권만을 받을 수 있고 중복은 불가하다. 발명권은 북한 주민들에게 적용되는 독특한 제도이다. 외국인의 경우 북한에 발명권이 아닌 특허권을 신청한다. 북한은 좋은 특허를 창출하기 위한 동기부여 자체가 부족하다.

 

최근 북한은 PCT 출원 제도를 활용하여 출원을 점차 늘린다고 한다. 북한은 2015년 11월 1일 시안화나르튬(신경가스원료) 생산과 관련된 특허를 WIPO에 PCT 특허출원을 했고 최근까지 문제없이 절차가 진행이 되었다고 한다.

 

폭스 뉴스에 따르면, 상기 특허는 대북제재품목인 금지화학물질 생산방법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이의제기를 하지 않은 WIPO를 미국 정부가 비난하였다고 한다. 북한 발명법 1조는 “발명권, 특허권등록의 신청과 심의, 발명권, 특허권의 보호에서 제도와 질서를 세워 발명창조를 장려하고 발명의 이용을 촉진함으로써 과학기술과 인민경제의 발전을 다그치는데 이바지한다”라고 발명법의 목적을 규정한다.

 

자본주의 하에서 인간의 ‘이기’는 기술을 발전시켜왔고, 특허법을 뿌리내리게 했다. 그러나 북한 정부가 유지하는 현 체제 안에서는 산업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특허권리화에 따른 합리적 보상이 쉬워 보이지 않는 등 특허법의 제도를 정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과학기술과 인민경제의 발전을 다그치기 이전에 비정상이 정상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의 체제 개선을 다그치기를 촉구한다.

 

[프로필] 황 성 필

· 만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 국제변리사연맹 한국 이사
· AI 엑셀러레이션회사 에이블러 대표
· SBS콘텐츠 허브·연세대학교 연세생활건강·와이랩(YLAB) 법률자문 및 서울대학교 NCIA 법률고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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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필 변리사 hwangpa-hsp@hwang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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