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황성필 변리사) 유럽연합의 지식재산권의 태동이 된 베네치아 공화국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그래도 지구는 둥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유명한 일화이다. 역사학자 스틸만 드레이크는 본 일화가 18세기 이탈리아의 작가인 주세페 바레티의 창작물임을 밝혔다고 한다. 아무튼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이탈리아의 뛰어난 철학자, 수학자, 천체 물리학자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가 수많은 특허를 소유한 특허권자였고 특허 제도에 대하여 다양한 비평을 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파도바대학의 수학 교수로도 역임했으나 주로 수입을 얻은 것은 발명가로서의 일이었다고 한다.
베네치아 공화국 혹은 영어식으로 베니스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는 이탈리아 북부의 베네치아에 존속하였던 도시국가이다. 대략 5세기에 공화국의 기초가 태동되었고, 1797년까지 독자적인 공화정 정부 형태가 유지된 독립 도시국가이었다.
한때 지중해의 해양 강국으로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였으나 이에 그치지 않고 특허법을 제정함으로써 발명품을 보호했다. 발명을 보호하고 권리를 보장하였기 때문에, 유럽의 다양한 인재들이 베네치아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베네치아 공화국은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비롯한 우리가 잘 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이 다양한 발명가들의 천국이 될 수 있었고, 르네상스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참고로 우리의 특허법의 역사는 조선말기 실학자인 지석영의 상소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자료를 찾아보면, 그는 고종에게 1882년 8월 23일 “나라가 발전하고 부강하기 위해선 정부가 하나의 원(院)을 설치해 새로운 서적을 구입하고 각국에서 사용하는 새로운 기기를 도입·설치해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다고 알려져 있다.
고종은 내각(의정부)이 즉각 본 제도를 시행할 것을 명령했다는 내용이 실록에 기록되어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생각건대, 특허제도의 도입이라기보다는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을 권장했다라고 보는 편이 낫지 않은가 한다.
아무튼 이 땅에서 인정받는 공식적인 특허법은 1908년 8월 12일에 일제에 의하여 공포된 한국특허령 칙령이다. 1910년의 경술국치 이후 일제의 특허법과 관련 제도들이 구체적으로 실시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유럽에서 잘나가는 베네치아 공화국은 1474년 3월 19일에 유럽 최초의 성문 특허법을 발효한다. 조선에서는 성종이 폐비 윤씨를 후궁으로 맞이하던 시기라고 하는데, 아무튼 베네치아 공화국의 특허법에는 현대 특허법을 관통하는 특허에 대한 기본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즉, 이전에 만들어지지 않은 “새롭고 독창적인” 장치에 대한 특허가 “유용”할 경우 특허가 부여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다.
현재까지도 이러한 원칙은 전 세계 특허법의 원칙이다. 갈릴레이는 해당 법률을 시행한 베네치아 공화국에서 꾸준히 저울, 온도계 그리고 망원경의 개선에 이르기까지 많은 독창적인 장치를 개발해내고 특허권을 받았다고 한다. 1594년 베네치아 공화국은 갈릴레오에게 수도 펌프에 대한 특허를 부여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베네치아 법률에 따른 특허에 대한 탄원서에서 밝힌 내용으로 위키피디아에서 인용한다.
“폐하, 저는 매우 간단하고 비용도 적게 들 뿐만 아니라 매우 편리한 양수, 관개용 기계를 발명하였습니다. 즉 단 한 마리의 말의 힘으로 기계에 붙어 있는 20개의 구멍에서 끊임없이 물이 나옵니다. 그것은 뼈를 깎는 노력과 많은 비용을 써서 완성한 것인데, 그 발명이 모든 사람의 공유재산이 되는 것은 견딜 수 없으므로 삼가 부탁드립니다…. 저와 저의 자손으로부터 그 권리를 취득한 사람들 이외에는 아무도 상기한 저의 새로 만든 기계를 제작하거나, 비록 제작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을 사용하거나 다른 목적을 위해 모양을 바꾸거나 물이나 기타의 재료를 써서 사용하는 것을 40년간 또는 폐하께서 생각하시는 기간 내에는 허용치 않도록 하시고 만약 이를 범하는 자에게는 폐하께서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는 벌금에 처하여 제가 그 일부를 받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여 주시면 저는 사회복지를 위하여 더 열심히 새로운 발명에 힘을 써서 폐하에게 충실하게 보답하겠습니다.”
참고로 15세기의 베네치아 특허법은 당시에 고안되는 새로운 장치의 발명들을 보호하기에 충분한 정도였다고 한다.
발명가의 권리에 대한 갈릴레오의 진술은 끝나지 않는 화두를 던진다. 발명가의 권리 보호를 어떻게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발명가의 측면에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한 특허에 대하여 자신의 자식과 같은 마음으로 보호받기를 원할 것이다. 어떻게 보호를 해주더라도 탐탁치 않음은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발전을 위하여 보호의 한계를 적절히 두어야 함도 타당한 것이다.
현대 사회의 기업은 시장에서 독점을 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독점을 하기 위한 가장 합법적인 방법으로 “특허권”의 확보가 필수이다. 문제는 국가마다 정치, 경제, 문화의 성숙도에 따라서 이러한 특허권 보호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지식재산권에 있어서 후진국을 면치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특허 침해가 확정되더라도 그에 따르는 민형사상 처벌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대한민국 현실을 본다면 개탄을 금치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가 아니라 미흡한 발명자의 권리 보호에 대하여 500년의 세월이 무상하다고 한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자하여 창출된 좋은 기술을 특허로 확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가 이를 침해하여 실시할 경우 배상이 형편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 것인가?
‘이 땅에서는 기술개발보다는 침해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낫다’라는 논리가 더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상대로 특허 분쟁을 이긴 사례가 거의 전무하고, 특허침해에 따르는 평균 손해배상액이 이제 막 2억원을 초과하고 있는 현실이다.
법치 국가에서는 발명가에게 안정적이고 명확한 보상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발명가들에게 새로운 기술개발을 해야 할 동기 부여를 전혀 줄 수 없다.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침해한 자에게는 철퇴를 가해야 한다. 특허를 침해한 사람에 대한 처벌을 등한시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대한민국 국회에는 다양한 법안들이 제안되고 입법되고 있다.
지식재산권침해에 대한 솜방망이식 처벌 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기업에서는 학연, 지연을 많이 가지고 있는 영업에 소질이 있는 직원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을 가진 발명가의 처우에 대한 합리적인 보장 제도를 가지고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특허 출원의 발명자는 기업의 대표이거나, 그 친족인 경우가 다반사다.
[프로필] 황성필 만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 국제변리사연맹 한국 이사
· AI 엑셀러레이션회사 에이블러 대표
· SBS콘텐츠 허브·연세대학교 연세생활건강·와이랩(YLAB) 법률자문 및 서울대학교 NCIA 법률고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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