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똘레랑스와 유럽연합(EU)의 지식재산권<1편>

2020.03.17 07:59:40

 

(조세금융신문=황성필 변리사) 2020년 1월 31일에 영국은 유럽연합(EU)를 탈퇴하였다.

유럽연합의 수장이던 영국은 일명 ‘브렉시트(Brexit)’를 단행했고, 결국 47년 만에 유럽연합 탈퇴를 최종적으로 확정한 것이다.

 

따라서 28개의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던 유럽연합은 현재 27개의 회원국이 되었다(그리스,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라트비아, 루마니아, 룩셈부르크, 리투아니아, 몰타, 벨기에, 불가리아, 스웨덴, 스페인, 슬포바키아, 슬로베니아, 아일랜드, 에스토니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체코,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포르투갈, 폴란드, 프랑스, 핀란드, 헝가리가 회원국으로 남게 되었다).

 

재발될 국제금융위기에 대한 두려움, 유럽연합에 가입을 원하는 국가들에 대한 부담감 등의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 결과일 것이나 향후 어떠한 후폭풍이 다가올 것인지에 대하여는 아무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브렉시트가 유럽특허(EPC), 유럽연합상표(EUTM) 및 유럽공동체디자인(RCD)에 미칠 영향에 대하여도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예를 들면, 영국에 기존에 등록받은 유럽연합상표를 다시 출원해야 하는 것인지, 현재 출원 중인 유럽공동체디자인은 어떻게 되는지 문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결론은 이렇다. 일단 브렉시트가 발효되었다고 하더라도 올해 말까지 유예기간이 있기에 지금 당장은 어떠한 문제도 없다. 또한 유럽특허조약(EPC)에서 출범한 유럽특허는 유럽연합의 회원을 필수 조건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어떠한 영향도 없다. 그리고 유럽지식재산청(EUIPO)에 이미 등록된 유럽연합상표와 유럽공동체디자인의 경우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으로 권리가 자동으로 확장 혹은 승계될 예정이기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등록 권리의 보다 집중적인 관리응 위하여 그리고 출원 중인 권리에 대하여는 유의할 사항들이 있다. 영국 특허청의 경우 기존에 발생된 권리에 대하여는 새로운 등록증 발급이 아닌 신규 등록번호를 발급할 예정이기에 해당 등록 번호를 별도로 관리해야 것이다. 유럽연합상표의 경우 향후 갱신에 대하여는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튼 구체적인 지재권 관리 방법에 대하여는 후술하기로 한다.

 

유럽의 문화는 항상 생소하다. 당연히 필자의 개인적인 부족함에 1차적인 문제가 있겠으나, 외부적인 환경 탓도 좀 해보고 싶다. 대한민국의 경우 역사적으로 어쩔 수 없이 중국, 일본, 미국의 문화와는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고(원래 있기도 했고, 어쩔 수 없이 생기기도 했으리라), 다른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그 다름에 대하여 이미 알고 있는 경우나 납득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즉 ‘이해’를 할 수 있기에 ‘양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문화를 접하다보면 우리의 문화와 많이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된다. 양해를 하려면 이해를 해야 하는데, 이해조차 불가한 경우가 많다.

 

북유럽 국가의 사회보장적인 국가 시스템, 독일의 재산비례벌금제 등 수많은 법률 규정과 사회 제도가 그러하다. 재산비례벌금제란 한마디로 부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할 경우 일반인 보다 과태료를 수배에서 수십배 더 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회에서 쉽게 이해될 수 없는 제도이지 않을까 한다. 아무튼 유럽 안에서도 수많은 국가마다의 문화적 차이도 당연히 존재할 것이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 간극이 클 수 있다.

 

그러한 유럽이 유럽연합을 결성하여 서로간의 단합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였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들에게는 ‘똘레랑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존재하지 않았나 한다. ‘똘레랑스’에 대하여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다양성에 대한 ‘적극적’ 존중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부 사람들이 ‘관용’이라는 단어가 똘레랑스와 유사하다고 하는데 관용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베푼다’는 소극적인 느낌과는 차이가 있다. 똘레랑스를 베푼다고 하지 않는다. 똘레랑스를 위한 처절한 존중의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자유 방임주의를 프랑스어로 ‘Laissez-faire’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그냥 내버려 둔다’라는 의미이다.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통하여 체계화시킨 것으로 다수가 알고 있으나, 사실은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개입이 필연적인 중상주의 정책에 반대하던 중농주의자들의 필요에 의하여 프랑스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자유 방임주의 사상은 이후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다양한 제도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 이 중 하나로 유럽의 지식재산권 제도를 들 수 있으며,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부분이 많다.

 

대한민국에서 상표를 출원할 경우 특허청의 심사관은 해당상표를 심사하게 된다. 무엇보다 출원한 상표가 공서양속에 위반되는지, 특정 국가를 표방하여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지, 해당 상품에 대하여 기술적인 상표인지 등의 절대적인 거절이유(absolute grounds for refusal)를 심사한다. 그리고 절대적인 거절이유에 더불어 상대적인 거절이유를 심사한다.

 

상대적 거절이유(Relative grounds for refusal)는 선출원상표나 선등록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출원을 거절하기 위한 규정으로 대한민국에서는 반드시 심사의 대상이 되며, 선출원 상표권자의 동의가 있더라 하더라도 심사관은 공중의 오인, 혼동을 위하여 이를 거절한다. 상표의 심사에 있어서 국가 행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우선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연합상표는 절대적 거절이유에 대한 판단을 할 뿐, 상대적 거절이유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아니하며 선행 권리자로부터 이의신청(opposition)이 있는 경우에만 해당 상대적 거절이유에 대하여 심사를 진행한다.

 

최소한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만한 것은 국가가 차단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공중의 혼동 가능성까지 사적인 영역으로 편입시켜두고 자의적인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제도이다. 자신의 권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이의신청을 해태하는 소위 ‘권리 위에 잠자는 자’보다 새로운 비지니스를 전개할 목적으로 권리를 획득하려는 자에게 일견 기회가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볼 만한 제도이다.

 

앞으로 2편에서 다른 지식재산권 제도에 대하여 더 살펴본다.

 

 

 

[프로필] 황성필  만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
 국제변리사연맹 한국 이사
· AI 엑셀러레이션회사 에이블러 대표
· SBS콘텐츠 허브·연세대학교 연세생활건강·와이랩(YLAB) 법률자문 및 서울대학교 NCIA 법률고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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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필 변리사 hwangpa-hsp@hwangp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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