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역대급 장마에, 폭염에… 올여름도 쉽지 않았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야 여름이니 당연히 그럴 만하지만, 산놀이, 물놀이, 여름잡기 사냥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지나가네요. 못내 아쉬운 마음을 가진 채 가을을 맞이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오니 기분이야 훨씬 쾌적하지만, 여름의 더위사냥 실컷 했었다면 이 초가을의 바람이 훨씬 더 반갑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온 가을.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9월 음악 ‘사냥’과 함께 문을 열어보시죠.
차이콥스키는 1876년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Peterburg)의 《누벨리스크》라는 잡지에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음악을 연재해달라는 제의를 받습니다. 편집장이었던 니콜라이 베르나르드의 제안이었고 그가 선택한 시를 주제로 해서 피아노 소품을 작곡하여 싣는 일이었죠.
짧은 길이에 대부분 ABA 구조로 단순구성의 작곡인 것에 비해 꽤 많은 액수의 작곡료가 주어지니 차이콥스키에겐 무척 탐나는 조건이었습니다. 곡을 빨리 완성하고 작곡료 지급일을 더 당겨서 받기 위해 편지를 쓴 적도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런 편집장의 신선한 기획에 대해 차이콥스키는 무척 긍정적이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러시아의 사계를 표현한다는 일 자체가 그에게는 무척 흥미로웠죠.
It is time 시간이 됐다.
The horns are sounding 뿔나팔소리 드높도다.
The hunters in their hunting dress,
are mounted on their horses. 복장 갖춘 사냥꾼들 말에 오른다.
in early dawn the borzois are jumping. 이른 새벽 사냥개가 뛰어다닌다.
-알렉산드르 푸시킨,그라프 눌린 A.Pushkin, G.Nulin-
평소 격정적이고 파워풀한 교향곡을 주로 작곡하던 그이지만 열두 달의 피아노곡은 매우 간결하고 깔끔합니다. 주제가 매우 잘 드러나 있고 난이도도 어렵지 않으며 대부분 2~5분 정도의 짧은 연주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9월에 주어진 주제는 바로 ‘사냥’
러시아가 낳은 최대의 시인인 푸시킨의 시를 소재로 하였으며 가을의 문턱에서 사냥을 시작하는 러시아의 광경을 표현했습니다.
셋잇단음표가 기본이며 사냥꾼의 용감한 모습을 빠른 옥타브패시지로 표현하였습니다. 연주자의 강한 터치가 요구되는 곡이죠. 후에 차이콥스키의 ‘사계’는 많은 작곡가들의 손을 거쳐 관현악으로 편곡이 되기도 하였고 ‘쿠르트-하인츠 스톨체(Kurt-Hein Stolze)는 ‘오네긴’이라는 발레음악으로 편곡하여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올해 봄, 여름은 너무나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가온 가을도 미리 겁먹지 말고 차이콥스키의 9월 음악 ‘사냥’ 들으면서 즐겁게 한 걸음 들어가 보기로 해요.
차이콥스키는 이 작업을 하며 팬케이크를 굽는 일처럼 즐겁고 편하게 임했다는데 음악을 듣다 보면 그 기운이 우리에게도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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