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차한잔]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2022.01.14 18:16:14

 

(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그리스 신화에 ‘판(Pan)’이라는 신이 있었습니다.

‘판’은 ‘숲의 신’ 또는 ‘목신(牧神)’이라고도 불리며 술과 축제, 음악을 즐기던 유쾌한 신이었지요.

 

나른한 오후, 갈대피리를 불던 목신은 시냇가에서 목욕하던 요정들에 대한 생각에 잠깁니다. 그 생각이 발전하여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몽상이 되고, 그 몽상 속에서 아름다운 자태를 한 요정을 좇아 헤맵니다. 그러나 환영 속의 요정은 곧 사라지고, 목신은 이미 커져 버린 욕정의 공상을 펴나가다가 마침내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를 만나 품에 안게 됩니다.

 

이윽고 환상이 사라지고 오후의 고요함과 그윽한 풀냄새 속에서 다시 졸기 시작하는 목신, 그에게 막연한 권태가 스며들어옵니다.

 


인상주의의 신호탄

 

“나는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를 자유롭게 회화로 표현하였다. 시 전체를 샅샅이 다룬 것은 아니고 하나의 배경으로 삼아 목신의 갖가지 욕망과 꿈이 오후의 열기 속을 헤매고 있는 공기를 그렸다. 요정은 겁을 먹고 달아나고 목신은 평범한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는 꿈에 부푼 채 잠이 든다”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초연 때 드뷔시가 한 말입니다.

이 곡은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e)’의 시에 영감을 받고 드뷔시가 작곡한 교향시입니다.

 

1892~1894에 만들어진 이 곡은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지만 어떤 대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꿈이 만들어내는 상황의 몽롱함, 애매모호한 분위기를 화성으로 자유롭게 표현하였습니다. ‘환상과 관능’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이 작품이 음악사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이 곡으로부터 인상주의 음악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작곡가이자 지휘자인 ‘피에르 불레즈’는 “현대음악은 이 곡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순간에 포착하는 인상의 신비스러움을 시적인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을 인상주의라 하는데, 미술 분야에서 번성했던 마네, 모네 등의 화풍의 영향을 받아 음악계에서도 인상주의 음악이 시작되었던 것이지요.

 

드뷔시는 목신의 몽상과 사랑, 권태라는 이 순간의 인상을 독자적이고도 몽환적인 화성으로 표현해내는데 대성공하여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가 되었습니다.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플루트가 여는 첫 선율은 목신 판의 갈대피리 선율을 표현합니다. 그리고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이를 발전시키고 하프로 이어집니다. 목신의 꿈이 사라지고 다시 권태가 몰려오는 시간, 하프의 하행과 호른의 화음이 다시 졸기 시작하는 목신의 적막감을 표현합니다.

 

드뷔시는 원래 전주곡, 간주곡, 종곡을 작곡할 예정이었으나 전주곡인 이 곡을 작곡하고는 너무나 만족스러워 이 전주곡만으로 발표했다고 합니다.

 

올해는 또 어떤 1년을 만들어갈까 계획하며 기대 반, 설렘 반입니다. 하지만 너무 앞서 미리 보지 말고 현재의 시간 그대로 즐기면서 편한 마음으로 한 해 시작해 보기로 해요. 인상주의 예술가들처럼 나의 행복했던 시간들과 그 분위기 마음속에 나만의 방식으로 저장해놓으면 일 년이 행복할 겁니다.

 

한 해 시작하는 1월의 어느 행복한 날의 순간포착을 제안합니다.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듣기

 

[프로필] 김지연

•이레피아노학원/레위음악학원 원장

•음악심리상담사
•한국생활음악협회 수석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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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음악전문기자 sfa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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