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십 수년간 다니던 서점이 영업을 중단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참새 방앗간처럼 오며 가며 들러 지식도 채우고, 지칠 땐 에너지도 채우던 정든 곳인데 많이 아쉽습니다. 새 도약을 위해 리모델링 후 재개원하면서, 사은품으로 받은 에코백을 아직 포장도 풀지 않았는데 이것이 이제는 메모리얼 물품이 되고 말았네요.
모든 것들이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오프라인의 아이템이 하나둘 사라진다는 소식은 어찌보면 받아들여야 하는 자연스러운 변화인데 한구석 씁쓸한 마음은 금할 길이 없습니다. 유독 이곳을 자주 찾게 되었던 이유 중 하나는 서점의 BGM으로 항상 피아노 소나티네가 흘러나왔다는 것입니다.
‘소나티네’란 쉽게 말하면 ‘규모가 작은 짧은 소나타’인데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아 책 읽는 공간에서 더없이 좋았습니다.
화려함이나 웅장함과는 거리가 멀고, 당시의 피아노 형태로 인한 특성이긴 하지만, 절제된 페달 사용덕분인지 음악이 무척 깔끔하기도 합니다. 고전주의 음악의 형식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단순함은 마치 때 묻지 않은 소녀의 순수함을 연상시키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클레멘티 소나티네
피아노라는 악기를 배울 때 초보자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작은 클래식 연주곡으로 접하는 것이 소나티네입니다. 아마 피아노를 일 년 이상 배워보신 분이라면 쉽게 이해하실 겁니다.
이탈리아 로마 출신의 클레멘티는 100곡 이상의 피아노곡을 작곡하여 ‘근대 피아노 연주법의 아버지’라 불리웁니다.
클레멘티는 엄격한 형식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정신의 균형과 조화, 그리고 형식의 순수함을 잘 지켜낸 덕에 제자들의 롤모델이 되었고, 그에게서 J.필드, I.모셀레스, G.마이어베어, J.B.크라머 등의 음악 인재들이 배출되었습니다.
29세 때에는 모차르트와 피아노 배틀을 겨룰 만큼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으며, 베토벤에게는 클레멘티의 소나티네가 소나타를 작곡할 때 큰 영감을 주었다고도 합니다. 베토벤이 클레멘티의 아름다운 패시지를 무척 좋아했다고 하지요.
클레멘티는 교수법에도 꽤 많은 관심을 두어서 어린이들을 위한 연습곡을 작곡하여 출판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그의 음악은 교육과 예술을 겸비하였으니 그런 의미에서도 교육의 공간인 서점에서는 딱 좋은 음악인 것 같습니다.
클레멘티 소나티네 op.36 No.1 in C Major 들려드립니다. 들으시면 ‘아하!’ 하실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 피아노 학원에서 자주 접하던 바로 그 곡이죠? 클레멘티 소나티네와 함께 아늑한 공간에 앉아서 책 한 권 펼쳐보심 어떨까요?
[프로필] 김지연
•이레피아노학원/레위음악학원 원장
•음악심리상담사
•한국생활음악협회 수석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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