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차한잔] 죽음의 무도(La Danse macabre Op.40)

2021.04.18 08:19:31

 

 

 

(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 이레피아노학원 원장)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기세가 확 수그러들 줄 알았는데 코로나19의 산발적인 감염이 도통 잡히질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 이후 하루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것에 서글퍼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재난에 대해서 단지 고통뿐 아니라 이전에 없었던 생소함을 느낀다는 것이 더 당혹스럽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먹고 대처해야 할지 매뉴얼이 없으니 더 불안할 수밖에요. 그만큼 현대사회는 죽음에 맞닥뜨릴만한 재난이 그리 많지 않은, 나름 편안한 세상이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변변한 약조차 없이 페스트 등 각종 역병을 겪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전쟁에 지친 중세 유럽인들은 이런 재난을 더 이상 슬퍼할 것만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죽음이 다가올까봐 전전긍긍하기보단 삶의 한편에 죽음을 아예 올려놓는 자세로 두려움을 극복해 보고자 했던 것이지요.

 

삶과 죽음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님을 늘 상기하고 차라리 편하게 대하기로 한 것입니다. 죽은 자들이 한밤중이 되면 무덤에서 일어나 춤을 춘다는 유럽의 설화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훌륭한 영감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설화를 토대로 그림이나 시, 음악 등 길이 남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었습니다.

 


죽음이 발뒤꿈치로 묘석을 두드려 박자를 맞추고

낡아빠진 바이올린으로 무도곡을 켜네

고목사이로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암흑의 밤

신음소리는 보리수 아래에서 점점 크게 들려오고

깡마른 해골들이 어둠 속에서 춤을 추네

......

_앙리 카잘리스(Henri Cazalis)

 

죽음의 무도

 

생상스는 프랑스의 시인 앙리 카잘리스의 시에 영감을 받아 ‘죽음의 무도’라는 교향시를 작곡하기에 이릅니다. 시에서 그들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춤추고 사랑하고 음악을 연주하고, 심지어는 산 사람과 함께 뒤섞여 춤을 춘다고도 했지요.

 

곡의 서두에 나오는 종소리는 12시를 알리며 죽은 이들을 깨웁니다. 이 때 나오는 불협화음(증4도)은 ‘악마의 음정’이라고 불리는 무척 불안한 화성입니다. 기괴한 분위기를 만들어 이것이 엄연히 유령의 곡임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입니다.

 

하지만 해골의 춤은 약간의 위트도 해학도 있습니다. 거기에 무척 빠른 템포의 진행은 죽음이 결코 무겁지만은 않다는 생상스의 개인적인 철학도 가미가 되었습니다. 새벽닭의 소리와 함께 동이 트면 허겁지겁 해골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그들의 파티는 아쉬운 끝을 고합니다. 후에 이 ‘죽음의 무도’는 생상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의 명언입니다.

죽은 이들의 춤도 생각하기에 따라 익살스러울 수 있고, 해학적일 수도 있다는 것을 죽음의

무도를 통해 배웁니다. 인생도 그렇게 받아들인다면 어려운 시간도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듣기

 

[프로필] 김지연
•음악심리상담사
•한국생활음악협회 수석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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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음악전문기자 · 이레피아노학원 원장 sfad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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