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찰관은 도망가고 경찰청은 정신줄 놓고…소명의식 없는 경찰은 '떠나라'

2021.11.25 14:00:56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칼에 찔린 피해자를 두고 도망간 경찰관 사건에 대해 경찰청이 신형 3연발 전자충격기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당장 할 말이 없으니 ‘예산이 없어요. 무기가 없어요’ 식으로 아무 말이나 던지고 본 거 같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공권력의 부재다.

 

우리나라는 정당한 자기방어도 쌍방폭행으로 보는 나라다.

 


조폭 100명에 둘러싸여 있어도 경찰관이 피해자를 버리고 도망갔다면 정직이나 감봉으로 때울 일이 아니다.

 

흉기난동범에 대한 대처는 철저히 국가기관이 해야 하고, 현장에 파견된 경찰관은 내 목숨이 제일인 개인이 아니다. 그들은 타인의 목숨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기관으로 파견된 것이다. 그래서 한자로는 警察‘官’, 영어로는 Police ‘officer’라고 하는 거다.

 

경찰‘관’이 도망간 건 국가기관이 도망간 것이고, 그런 국가기관은 쓸모가 없다.

 

해법이 있기는 하다.

 

흉기난동범을 뒤로 하고 도주한 경찰관은 전시도주에 준하여 처벌하고, 경찰관들에게는 충분한 훈련과 엄격하면서도 제한적 면책권을 부여하고, 진압하다 다친 경찰관에게는 충분히 보호하고 보상해주는 것이다. 그걸 못한다면 국민이 야구배트 드는 것 정도는 허용(불기소)하든가.

 

그런데 경찰공무원 직장훈련 시행규칙을 보면 갈 길이 멀다. 사건 많고 일이 바빠서 그렇다는 건 아는 데 그렇다고 덮어 놓을 수 없다.

 

경찰은 직장교육·체력단련·사격훈련을 받는데 직장교육은 말 그대로 앉아서 공부하는 거고 참석하기만 하면 점수를 따간다.

 

체력단련은 한 시간짜리 ‘단련’을 ‘월 2회’ 받는다. 참고로 서울시 60세 이상 치매예방 운동프로그램(영등포구 시범사업)의 운동시간이 ‘주당 2회’, ‘1회당 50분’이다. 물론 알아서 운동하고 훈련하는 경찰들도 많다. 그러나 규정 상은 일단 저렇다. 주요국과 비교해서 성별에 따라 체력검정수준의 격차가 너무 크다. 

 

사격훈련은 연 2회 받는다. 외근요원은 특별히 추가할 수 있다는데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현장 경찰 6만7000여명 중 사격 훈련을 받은 사람은 7314명에 불과하다.

 

테이저 건을 단발에서 3연발 모델로 바꿔도 미래가 있을 리 없다. 경찰청은 현재 테이저 건 총알값 댈 능력이 없다. 한발(카트리지)에 4만원이다. 지금도 총알값 없어서 훈련도 제대로 못 한다. 3연발 짜리 들여와서 운용이나 제대로 할까. 참고로 운용이란 물건 하나 들여온 것이 아니라 그걸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훈련과 정비, 보급을 수반한 것을 말한다. 

 

그런데 경찰관이 테이저건을 쏴서 맞췄다면? 이제는 경찰관이 징계+형사고소+민사배상이 들어올 것을 걱정해야 한다.

 

우리 사법부와 경찰청은 정권 명령으로 시위대 진압할 때는 잘 눈감아 주다가 개별 범죄자를 진압할 때면 경찰관에게 도끼눈을 뜬다.

 

2016년 7월 경찰관 합의금 사태 때 맨손으로 주폭을 진압한 경찰관은 대출금 끌어다 형사합의금을 물고, 형사재판을 받아야 했다. STRV9 들여와도 만능은 아니다.

경찰관 개인도 마구 행동하지 못하도록 인권과 법의식을 채워야 한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일선 경찰서의 인권 및 법률해석 능력에 대해 들끓고 있다. 2020년 10월 남양주북부서 폭행 신고자를 오인 체포사건 등도 논란이 됐다.

 

결국 우리는 '경찰청이 우발적 흉악범에게 대응할 시스템을 갖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총기 사용은 현재처럼 엄격하게 제한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를 보완할 선발과정에서의 높은 체력수준, 선발 후 법 의식 함양과 고강도 훈련, 장비의 유지‧운용, 경찰관 위력행사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 무수한 의문점에 대해 답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경찰청 나아가 각 정부 당국은 무엇 하나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유능한 경찰관은 내쫓기고, 무능한 경찰관은 쉬쉬하고, 피해자는 오늘 내일 한다.

 

경찰청이 ‘유능한 경찰이 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차라리 정신줄을 놓는 게 정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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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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