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역대 최악의 세금 펑크와 정부의 사실상 무대응을 보다 보니 연말에 떼돈을 벌 묘수가 떠올랐다.
나라가 망가지든 말든 상관없다.
영끌해서 국채 공매도를 쳐야겠다는 망상이었다.
정부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세금이 걷힐 거라고 보고 638.7조 슈퍼예산을 짰다.
그런데 세금 수입은 올해 4월까지 34조원이 덜 걷혔다.
경기를 가리키는 나침반인 법인세도 부가가치세도 모두 망가졌다.
60조, 70조…. 세수펑크가 어디까지 벌어질지 가늠이 안 된다.
정부가 할 방법은 딱 하나다.
빌어야 한다. 어디서? 국회에서.
국채를 더 발행해달라거나 감액 예산 편성을 해달라거나.
추경호 부총리는 빌지 않겠다고 했다. 국채 발행을 안 한다고 했다.
추경호 부총리의 기대처럼 하반기에 갑자기 세금이 30조, 40조 더 걷히면 다행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답은 국채 공매도다.
정부가 현재 세금펑크 나도 버틸 수 있는 이유는 한국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려 막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해 빌린 돈은 1월에 빌렸든, 12월에 빌렸든 전액 12월 말에 다 갚아야 한다.
무슨 말이냐면 70조 세금펑크가 나면, 정부는 12월 말에 통으로 70조를 다 갚아야 한다.
더 무를 방법은 없다.
이 때는 예정에도 없는 70조원에 달하는 국채를 시장에 풀어야 한다. 막대한 이자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위험한 건 70조 국채발행, 그 자체가 아니라 일시 발행이 위험한 거다.
시장은 예측을 통해 움직이는데, 정부도 정해진 계획 하에 국채를 찍고 시장은 이에 맞춰 움직인다.
국채를 서서히 풀면 변동성이 작아져 시장 가격도 이에 맞춰 서서히 움직인다.
그런데 70조원이나 되는 국채를 한방에 날리면, 마이너스 방향으로 변동성이 확 올라간다.
이 때가 폭락이다.
1992년 조지 소로스와 국제 투기꾼들이 영국 경제를 날리는 데 들인 돈이 1100억 달러였다. 지금 환율로 환산하면 144조원 정도인데 그때 돈과 지금 돈을 그대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현재도 70조원이 어마어마한 돈임에는 변함이 없다.
더 우려되는 건 환율이다. 지난 정부 때 4631억 달러까지 쌓아둔 외환보유고가 올해 5월 기준 4209억 달러로 422억 달러, 한국돈으로 무려 55조원이 날아갔다.
외환보유고는 잘 될 때 모았다가 위급할 때 쓰는 돈이긴 하지만, 무역수지 적자→경상수지 적자→70조 국채발행이 됐을 경우 얼마까지 날아갈지 알 수가 없다.
이 때 딱 든 생각이 ‘어려울 때는 역발상’이었다.
세금펑크가 커지면 커질수록 국채 발행을 미루면 미룰수록.
국채 가격이 확정적으로 대폭 하락하고, 환율이 떨어진다?
환율은 외환보유고라도 갉아서 방어라도 하지만, 국채 가격은 대책이 없다.
역대급 경상수지 적자, 역대급 무역수지 적자, 환율불안?
그리고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세금펑크?
아아… 모두가 평등하지 않는 세상.
위기에도 피를 빠는.
국채 공매도.
내 집 마련보다 진정 더 두근두근한 기회가 아니라 할 수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기억해야만 한다.
이렇게 돈 버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채가격은 더 떨어진다.
한국의 대외신인도는 더 망가진다.
대외신인도라는 게 딱 펀치 한 방 맞아 나가 떨어지는 게 아니다.
한 방 한 방 계속 펀치가 누적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무릎이 주저앉는 게 대외신인도다.
이런 국가 위기에 피를 빤다?
1910년 8월 29일.
'국가 환란'을 '알면서 방조'하거나 또는 '적극적으로 조장'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
일제 매국노들이 했던 일이 그러한 일이었다.
잊지 말아야 한다.
당장 세금펑크에 대한 근본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내 망상대로 연말 국채가격이 폭락한다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진다면.
그 책임은 결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1910년 8월 29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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