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난 5일 국회 경제부문 대정부질문에서 총리의 말이 대서특필됐다.
총리가 문재인 정부 5년간 경제환경에 대해 “정말 좋은 환경이었다”고 말한 탓이다.
얼핏 ‘말도 안 되는…’이 떠올랐으나, 이내 ‘그 정도까지 몰렸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은행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보면 총리 발언의 어이없음을 이해할 수 있다.
(출처 링크: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NY.GDP.MKTP.KD.ZG)
하향단계에 접어드는 세계 성장률이 2019년 2.6%에서 2020년 -3.1%로 낙폭이 거의 6.0% 가량 떨어졌고, 2021년 6.0%치면서 겨우 2019년 본전 치기까지 갔다.
세계가 코로나 19에서 벗어나 2019년보다 돈을 벌기 시작한 시점이 2022년도인데 이 때 세계 성장률이 3.1%를 찍는다. IMF는 2023년, 2024년 둘 다 3.0% 관측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잠재성장률 2.0%은 커녕 1.0% 방어도 급급하다. 2023년 6월 기준 누적 수출은 –12.4%를 찍었고, 영업이익(무역수지)은 2022년 –478억 달러, 2023년 6월 –264억 달러다.
한국은 코로나19 때 만이 아니라 2019년도 위기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왔을 때 미중무역분쟁과 공급망 위기, 반도체 수축기가 겹쳤고, 한국 수출이 시차를 두고 터졌다. 2019년 –10.4%, 2020년 –5.5%였다. 그래도 매출이익(무역수지)은 흑자를 났다. 2019년 389억 달러, 2020년 449억 달러.
마이너스가 나면 무조건 안 좋다는 말이 있는데 세상은 상대적인 거다. 링 위에선 나도 맞지만, 상대도 맞는다. 내가 터져도 상대가 더 터지면 내가 이긴 거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세계경제에 가장 잘 순응한다는 한국이 남들이 돈 벌 때 밖에 나가서 얻어터지고 있다는 거는 상대(세계경제상황)가 어쩌니 룰(금리)이 어쩌니 할 게 아니란 것을 뜻한다.
그냥 선수가 형편없는, 수준 떨어지는… 다른 말이 필요 없다.
김앤장 로비스트를 할 정도의 총리가 겨우 이걸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 왜? 원인은 권력이다.
오로지 권력만이 사람에게 합리성을 포기하고, 바보 시늉을 하게 만든다.
권력은 때로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당장 바보짓으로 보여도 나중에 득이 될 때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권력 강화를 위해서다.
죄는 내가 저질렀지만, 아무 죄 없는 말단 조직원을 깜빵에 보내는 일이 그런 거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나 대신 학교 갈 애들 많다. 이런 메시지.
권력은 때론 그런 게 필요할 수 있다.
그런데 할 곳이 있고, 못 할 곳이 있다.
개방된 영역에서는 안 된다. 특히 경제 영역은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들이 모두 눈을 부라리는 영역이다. 공개된 영역의 폭과 질도 높다.
권력을 위해서라지만, 총리된 사람조차 개방된 영역에서의 합리성을 포기해야 할 상황.
그것이 대관절 무엇이겠는가.
링은 고작 한국 총선판이 전부가 아니다.
외국 정보기관원들이 뭐라고 보고를 올릴지가 무섭다.
총리가 국회 보고에서 합리성을 결여했다.
그 정도까지 몰렸는가.
수출에서 호전이 안 된다.
소비 영역도 위축 단계다.
외제차와 경차가 잘 팔리고 있다.
자산 가격 방어가 선거대응전략이다.
대가는 가계대출 위험 확대다.
권력이 고압적이고, 신경질을 내고 있다.
스스로 선택지를 좁히고, 위기의식이 높다.
권력 강화가 최우선이다.
내부 결속을 위하여 수단은 무방하다.
한국은 지금, 위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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