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정‧언'의 주택 해법…지긋지긋한 한정적 낙수효과

2021.11.30 15:41:40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비굴하고 무책임하다.

 

요즘 주택문제 관련 국회와 정부(관료)와 언론을 보면 드는 생각이다.

 

온갖 어려운 말로 포장해도 이들의 결론은 하나다.

 

‘부자에게 빌어야 서민이 산다.’

 


웃긴 건 이게 우리 현실에 대충 맞는다는 거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가 일을 안 하니까 이 모양이 났다는 건 아무도 말 안 한다. 우리도 그렇게 하도록 부추겼다는 것도 말 안 한다.

 

이번 정부의 실책은 주택문제 해결은 하고 싶은데 손 대기는 아야야 하며 폼만 잡은 데 있다.

 

비싼 1주택을 가진 자산가이자 고령자를 건들면 친구, 친지들에게 욕먹고 표 떨어지니 적당히 종부세를 늘려 다주택자를 압박해 임대사업자로 전환하게 하면 독일처럼 저렴한 임대주택이 늘어날 것이라고 착각했다. 아니, 그러기를 기도했다.

 

그런데 한국부동산 70년 패턴이 무엇이었나. 집값이 오르면 나중에 더 오르겠지. 지금 안 오르면 나중에 언젠가 오르겠지. 부동산 값은 올랐고, 주택보유자들은 돈을 벌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처음엔 정부가 종부세를 올리고 양도세 유예기간이란 걸 줘서 지금 안 팔면 양도세 부담도 늘어난다고 겁을 줬다. 근데 올린다는 종부세는 찔끔이었고, 임대사업자 등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줬다. 그래서 시장에서 겁을 먹었나, 안 먹었다. 

 

그러자 이번에 종부세 액셀 페달을 밟아 봤다. 언론에서 폭탄이다 뭐다 난리를 치는 것과 달리 거래량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세금 무서워서 이혼도 한다며? 근데 집은 왜 안 파는데? 주택시장은 여전히 가격이나 공급, 금리인상 등 다른 외적 요인에 기대고 있다. 

 

그러자 지금 국회에서 주택 양도세 갖고 하는 일이란 것이 부동산은 부자들이 이기는 싸움판이니 기왕 이기는 싸움, 더 이기게 해줘서 표라도 얻자고 하는 게 다다. 국민의힘은 말할 것도 없고 민주당도 매한가지다.

 

국민의힘은 대놓고 부자감세안을 뽑아 들었다. 태영호 의원안을 보면 10년 주기로 매매 시 집 한 채는 무조건 비과세를 해주도록 했다. 말할 것도 없는 부자감세다. 압구정 현대, 서초, 뭐 이런데 있는 사람들은 앉아서 돈 벌게 해주겠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 동네 지역구 지금 뭐 하나. 동남권 그린벨트 풀고, 서부지역은 지하도시 만들고, 도로문제가 해결 안 되니 거대 지하도시 밑에 오만가지 열차들이 지나가도록 하려 하고 있다. 

 

민주당이라고 해서 국민의힘보다 나을 건 없다. 유동수 의원안을 보면 양도세 비과세를 12억원으로 끌어 올리셨는데, 부자감세라고 욕먹기는 싫으니 5억 이상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장특공제를 현행 최대 80%에서 50%로 낮춰서 강화하겠다고 생색을 냈다.

 

근데 우리 양도세가 어떤 구조냐면, 양도차익에서 비과세만큼 비율로 빼주고, 장특공제로 한 번 더 비율로 빼주는 이중 비율공제 구조를 갖고 있다. 단일 세액공제면 단일 공제, 비율 공제면 단일 비율공제지 OECD 상위 10개국 중 이딴 이중 구조로 빼주는 나라는 없다.

 

계산을 해보면, 양도차익 20억원 번 사람한테 실효세율 약 4.75%로 걷던 것을 한 10.15% 정도로 올려보겠다는 건데 말이 양도차익 20억원이지 시장에서 평범한 사람이 저렇게 버는 경우는 거의 없다. 참고로 당신이 월급 쪼개 한 푼 한 푼 넣은 예금, 적금, 그거 세율이 15.4%다.

 

민주당 양도차익 환수의 진정한 의미는 5억 이상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한 게 아니라 과세 강화 대상을 최소한도로 줄이려고 노력한 것이다. 민주당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90%는 영향을 안 받거나 거의 안 받도록 설계했고, 양도차익 구간이 오를 수록 적용대상 수는 급감한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여론은 기우제판이다.  보유세를 올리면 부자들이 월세나 전세를 올리니 보유세도 낮추고, 양도세를 올리면 또 부자들이 집을 안 팔 테니 양도세를 낮추어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집을 팔아달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계신다. 

 

낙수효과와 거의 동일어다.

 

웃긴 건 이 말들이 부분적으로 맞는다는 것이다.

 

서민들은 대체재가 없으니 부자들이 가진 고가 아파트를 사거나 빌려야 한다. 세금 때문에 부자들이 전월세를 확 올리거나 안 팔면 거래량이 잠긴다. 그러니 세금을 낮춰야 한다. 

 

이건 부자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시장 구조가 집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런데 이게 보편적이냐면 그렇지 않다. 종부세든 양도세든 걸릴 수 있는 곳은 서울이나 몇몇 부동산 급등지역에서만 그러하다. 대한민국 국민 5178만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 인구가 2600만이다. 서울 내에서도 수도권 내에서도 집값 양극화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상당수 보편적이진 않지만, 부분적으로는 맞는 곳도 있는 것이다. 저렇게 상향된 집값이 다른 지역 집값을 일부 견인한다.  

 

해법은 없나. 

 

한국 부동산 판에서 부자들에게 빌어야 산다는 논리가 통용되는 이유는 집 가진 사람들이 거래량을 주도한다는 데 있다. 과점시장과 유사한 형태의 거래패턴이 나오고 거래량이 제한되어 작은 유동에도 변량이 크게 발생한다면, 그리고 다루는 재화가 필수재라면 정부는 공급자로서 개입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질 좋은 주택에 공공임대를 운영하면서 장기이용자들이나 소득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월세도 깎아주고 그런 식으로 상시 저렴한 대체재를 만들어두면 서민들이 부자들에게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 즉 정부의 시장점유율이 확보가 되지 않으면, 또 되돌임표다.

 

세금 형태도 바뀌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또 여야가 인정하는 부동산 세제 원칙은 보유세 강화, 거래세 완화다. 지방자치가 잘 된 독일의 경우를 보면 주택시장가격이 평형이 유지될 때 이 원칙은 힘을 가진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집값 폭등 사례를 보면 유동성에 따른 주택시장 변동에서는 대응력을 가지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또한 캘리포니아 등의 예를 보면 경제력이 집중되는 곳에서는 보유세 약화 정책(이슈)이 꾸준히 발생한다. 우리가 원칙을 세우되 상황에 따라 대책을 바꿀 지 원칙을 고수할 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럼 주택문제 끝? 아니다. 주택문제는 사회의 덩쿨 한가닥일뿐 이 덩쿨에 얽힌 모순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모순을 만들 뿐이다.

 

한국 국민들이 부동산을 연호하는 이유는 부동산이 유일한 생계보장수단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막말로 돈 없으면 그냥 죽어야 하는 나라다. 고공질주하는 노인 자살률을 보면 실로 그러하다. 젊을 때는 아이들 교육과 비싼 물가로 돈을 빨아들이고, 나이 들어서 부동산으로 버텨야 한다. 그 부동산이 없으면 자살을 고민하게 할 정도로 사회보장체제가 빈약하다.

 

교육도 참담하다. 세종 정부종합청사에 즐비한 특급 엘리트들이 서울-세종시 기러기 엄마 아빠가 된 이유는 무엇인가. 세종에서 진행된 첫 1차 수시에서 인서울 진입이 말 그대로 박살이 나니까 도저히 못 참고 대치동에 들어간 것이다. 세종시 부모들은 다 안다는 세종시 수시 파문이다. 

 

자율화 민영화 하겠다고 나간 서울대에 억 소리라는 돈을 바치면서 지방거점대학 만드는 것에는 인색하다.

 

저출산 대책이랍시고 연간 수십조 단위의 돈을 쓰는 나라가 어린이집이 없어 부모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돈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니다. 공립 만들면 사립들이 난리치고, 그들이 난리치면 정치자금이 끊기니까 그렇다.

 

생산적 복지가 없고, 교육도 없고 노후보장도 없으니 중산층이 영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영끌도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정치권도 5년 단임제 속에서 기득권을 건들면 표를 잃으니까, 부자들에게 빌어야 서민이 산다는 이상한 논리를 오만가지 용어로 포장하고, 감세버튼만 누른다.

 

이게 지금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책임은 정부와 국회, 그리고 우리들에게 있다.

 

거꾸로 말하면 해결방법도 우리와 이들 손에 있다.


본인이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정치권, 관료, 우리들 모두 누구나 이 구조적 모순에 대해 알고 있다. 이 모순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정치권, 관료, 언론, 우리들이 무능해서 이 문제가 일어난 것이 아니다. 시장의 대응 속도가 무지 빠른 것은 그만큼 모든 플레이어들이 민감하고 똑똑하다는 방증이다. 

 

다만, 구조가 이들을 대단히 비효율적으로 운용했을 뿐이다.

 

한국의 부동산, 나아가 한국 사회에 만족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이 변화를 원하고 있다. 

 

정치권은 모순을 해결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관료는 제 일을 하고, 국민은 그러한 정부와 정치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체계를 수용하는 그런 사회다.

 

우리는 그러한 미래를 상상할 자격이 있다. 그러한 미래를 만들 수도 있다.

 

근현대를 보면 일정수준 성장한 나라가 성숙단계에 이르면 한번은 내부적으로 극단적인 갈등과 큰 싸움이 일어났다. 이전까지 나라를 키워왔던 옷(구조)이 변화한 시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싸움 결과 상대방을 멸절시킨 나라는 망하거나 독재로 나아가갔고, 싸움 결과 양보와 화합을 선택한 나라는 모범국가로 발전했다. 싸움조차 일어나지 않은 곳은 서서히 쇠퇴하고 있다. 

 

몸이 컸으면 옷을 바꿔 입어야 하고, 강을 건넜으면 배는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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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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