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금융감독원이 우리은행 직원의 거액 횡령이 발생한 기간에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를 11차례나 실시하고도 이같은 정황을 적발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은행에 대해 일반은행검사국, 기획검사국, 은행리스크업무실, 외환감독국, 금융서비스개선국, 연금금융실 등이 동원돼 총 11차례 종합 및 부문 검사를 실시했다.
이 기간에 문제의 횡령 사고를 일으킨 우리은행 직원은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면서 지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614억원을 인출해갔던 것이 확인됐다.
금감원은 총 11차례 검사에서 우리은행의 부동산개발금융(PF 대출) 심사 소홀로 인한 부실 초래, 금융실명거래 확인 의무 위반 등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은 2013년 종합검사를 받아야 했지만, 민영화와 매각설로 미뤄졌으며 2014년에는 검사 범위가 축소된 종합 실태평가로 바뀌었다.
2016년과 2018년에는 경영실태 평가를 받았지만, 금감원과 은행 모두 범행을 포착하지 못했다. 2015년 검사에서 우리은행 도쿄지점이 2008년 4월~2013년 6월까지 타인명의 분할대출 등 111억9천만엔의 여신을 부당하게 취급한 내부 통제 문제를 적발해 제재했지만 정작 국내 직원의 횡령은 못 찾았다.
또 금감원은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우리은행에 대한 현장 종합감사를 했는데도 이번 사안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 이처럼 직원의 거액 횡령 건을 적발하지 못한 금감원을 놓고 금융권 일각에서 '검사 무용론'까지 제기되자 정은보 금감원장이 직접 나서 검사 시스템을 점검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원장은 지난달 29일 외국계 금융사 최고경영자 간담회를 마친 뒤 그동안 금감원이 검사나 감독을 통해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 사건을 적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우리은행의 횡령 사고를 금감원 검사나 회계법인의 외부 감사로 왜 발견할 수 없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억울하다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금감원의 검사 자체가 모든 걸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기본 검사 시스템에 따라 샘플링을 해서 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은행 직원이 서류를 위조했을 경우에는 문제점 등을 더욱 파악하기 힘들고 부문 검사의 경우 해당 업무 영역에 대해서만 검사를 하기 때문에 다른 업무 쪽 문제점을 찾아낼 수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금감원이 검사를 통해 모든 개별 거래의 실제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면서 "추정하건대 횡령한 우리은행 직원은 상당히 오랫동안 업무를 담당하면서 고의로 부정한 방법을 통해 은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금융사의 연도별 금융사고를 평가한 뒤 해당 금융사에 개선을 지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2020년과 2021년에 금융 사고가 발생해 평가를 진행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금융사고에 따른 금융사의 취약점을 정리해 최근 금융사들에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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