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황성필 변리사) 최근 대법원은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리폼업자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다.
이 사건은 정품 루이비통 가방의 소유자들이 가방을 다른 형태로 개조해 달라고 의뢰하자, 리폼업자가 이를 가공하여 반환한 행위가 상표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이다.
1‧2심은 리폼업자의 영업적 행위를 문제 삼아 침해를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개인적 사용 목적의 리폼이 곧바로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 기준을 다시 제시하였다. 물론 본 판결이 리폼을 둘러싼 모든 갈등의 해답이 될 수는 없다.
미디어의 범람 속에 사적 개조가 공적 전시로 치닫는 오늘날, 출처 혼동이 초래할 브랜드 가치의 침식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리폼이라는 거대한 담론의 끝은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명품 브랜드의 입장에서 잠시 상상해 보자. 자신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헤리티지와 디자인 철학이 반영되지 않은 변형 제품들이 브랜드의 상징인 모노그램 패턴을 두른 채 인스타그램 타임라인을 가득 채운다면 어떨까.
제품의 디자인이 곧 정체성인 패션 산업에서, 이러한 개조품이 공적 공간과 디지털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브랜드 이미지를 희석하고 소비자에게 시각적 혼선을 초래한다면, 브랜드 권리자로서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구조적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내 가방 내가 고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소비자 법감정의 이면에는, 브랜드가 일관되게 축적해 온 무형의 가치가 통제 밖에서 재구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최근 대법원이 루이비통 리폼 사건에서 원심의 일부 인용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이를 일제히 ‘명품 브랜드의 패배’로 해석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법률적 관점에서 면밀히 분석해 보면, 이 판결은 리폼의 전면적 허용이라기보다 브랜드 권리자에게 사적 영역과 시장 영역을 구분하는 보다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구조의 재정렬’에 가까울 수 있다. 과연 이 판결은 정말 브랜드에 불리하기만 한 것일까.
‘리폼업자의 지배‧주도’: 침해 판단의 새로운 스위치
이번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개념은 ‘리폼업자의 지배‧주도’이다. 대법원은 형식적으로는 소유자의 요청에 따른 서비스 제공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리폼업자가 일련의 과정을 기획‧통제하고 디자인을 규격화하여 제안하는 등 비즈니스 전반을 주도하였다면 이를 상표법상 ‘상표의 사용’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예컨대 업자가 특정 리폼 모델을 카탈로그화하여 홍보하거나, 표준화된 디자인을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가격 구조를 설정하며 적극적으로 주문을 유도하는 경우라면 이는 단순 수선의 범위를 넘어 ‘상품의 생산 및 판매’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이는 수동적 수선과 능동적 제조를 구분하는 실질적 법적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리폼 관련 분쟁에서 핵심 판단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SNS 인증샷의 역설: 사적 자랑인가, 공적 혼란인가
결국 리폼 이후에는 자랑이 이어질 수 있다. 저작권법상 사적 복제 제한은 폐쇄적 향유를 전제로 하지만, 상표법은 거래질서 속에서의 출처표시 기능을 보호한다. 개인이 리폼 제품을 SNS에 게시하는 행위는 형식적으로는 사적 표현일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불특정 다수에게 변형된 형태의 브랜드 이미지를 노출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특히 특정 리폼 디자인이 유행처럼 확산되어 다수의 소비자가 유사한 개조품을 게시하고 공유하는 경우, 시장에는 이른바 ‘판매 후 혼동(Post-sale Confusion)’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될 수 있다. 구매 시점이 아니라 사용‧노출 단계에서 제3자가 해당 제품을 브랜드의 정식 라인업으로 오인하는 상황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표의 기능은 단지 계약 체결 시점의 식별에 그치지 않고, 시장 전반에서의 브랜드 인식과 신뢰 유지까지 포괄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문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법원은 개인의 게시 행위 자체를 곧바로 침해로 보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유행을 기획‧선도하고 리폼을 실질적으로 ‘지배‧주도’한 사업자가 존재한다면 이는 상표권 침해 판단의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는 논리적 토대를 마련해 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시장 통제의 법리: 물건이 아닌 ‘거래질서’의 보호
대법원은 리폼 제품이 일반 상거래 시장에 유통되지 않고 원 소유자에게 반환되어 사적 영역에 머무는 경우에는 이를 상표법상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상표법의 본질이 물건 자체에 대한 전면적 통제가 아니라, 출처표시 기능이 작동하는 ‘거래질서’의 보호에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그러나 리폼 제품이 반복적으로 시장에 노출되고, 특정 사업자의 주도 아래 유통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면 이는 더 이상 사적 영역에 머문다고 보기 어렵다. 이 경우 상표권은 거래질서를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다시 적극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상표권이 개인의 일상적 사용까지 포섭하지는 않되, 시장의 질서를 흔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히 적용될 수 있도록 그 경계를 재설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영업성 중심에서 유통성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원심인 1‧2심은 리폼업자가 대가를 받고 반복적으로 행위를 수행했다는 ‘영업성’에 무게를 두어 상표권 침해를 인정하였다. 리폼 행위를 사실상 새로운 상품의 생산으로 보고, 그 과정에서 상표가 표시된 이상 상표법상 사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면 대법원은 단순히 대가 수령이라는 형식적 요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그 결과물이 독립된 상품으로서 거래시장에 제공되어 출처 혼동을 야기할 구조에 이르렀는지 여부가 보다 본질적인 판단 기준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영업성 중심의 판단에서 ‘거래시장 유통성’ 중심의 판단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환은 브랜드 권리자에게 무차별적 대응이 아니라, 실질적 유통 구조를 형성하는 사업자에 대한 선별적 권리 행사를 가능하게 하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실무적 의의가 크다.
결론: 개인의 자유와 브랜드 가치의 절묘한 균형점
이번 판결은 리폼을 전면적으로 허용한 판결이라기보다, ‘개인의 자유’와 ‘시장의 질서’를 분리한 판결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상표권의 외연을 축소하지 않았고, 시장 질서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상표법의 정체성을 재확인하였다. 결국 이 판결은 명품 브랜드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결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상업적 2차 시장으로 확장되는 리폼 산업에 대해 보다 법적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브랜드가 어디에서 권리를 행사하고 어디에서 자제해야 하는지를 구조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겉으로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결론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시장’ 영역만큼은 여전히 브랜드의 질서 안에 두고자 하는 절제된 설계가 담겨 있다고 본다.
[프로필] 황성필 만성국제특허법률사무소 파트너 변리사
•(현)이엠컨설팅 대표
•(현)디자이노블, 임펙트에이아이, 피터팬랩, 온누리아이코리아, 딥다이브, 로맨시브, 종로학원 자문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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