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나홍선 기자) 정부가 6일 밝힌 ‘2015년 세법개정안’ 역시 고용창출과 민생안정 등 조세가 쉽게 달성할 수 없는 특정 정책목적에 집중하고 있어 일시방편적인 개정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세무사고시회(회장 구재이)는 6일 정부의 ‘2015년 세법개정안’과 관련해 이같이 평가하고, “고용창출 등 정책기능의 확대는 자칫 공평과세 원칙을 무너뜨리고 세입기반만 약화시킬 수 있는 만큼 조세제도 핵심은 ‘공평과세’에 기반한 ‘안정적 세입확충’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무사고시회는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한 논평에서 “독특하게도 ‘청년일자리와 근로자재산을 늘리겠다’는 이색적인 부제(副題)가 붙은 이번 세법개정안은 그 어느 때보다 공평과세와 세입기반 확충 등 세제개혁보다 침체된 경제상황 개선 및 고용 촉진을 위한 경제활력 제고와 민생안정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정부가 얼마나 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에 고민하고 있고, 세제를 통해서라도 이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고시회는 물론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수출중소기업 부가세 납부유예제도 등을 도입하고, 국세와 지방소득세의 세무조사를 일원화한 것 등 납세자편의를 개선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시회는 “수출 중소기업의 일시적인 자금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수입 부가가치세 납부유예 제도 등을 도입한 것은 꼭 필요하면서도 시의적절한 것”이라며 “또한 지방소득세 독립세화로 인한 국세와 지방소득세의 중복적인 과세표준조사를 국세청으로 일원화하도록 한 것은 행정력의 낭비를 막고 납세자의 불편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다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고시회는 정책적인 부분에 치우친 나머지 국가재정난과 세수결손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과 납세자에게 조세법 원리와 납세자간 과세형평성 확보 노력이 약화된다는 사인을 보여준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명했다.
고시회는 “정부가 마련하는 세법개정안이라면 대기업 비과세·감면과 부가가치세 면세범위 대폭적인 축소, 세원과 조세탈루의 루프홀인 간이과세제 개선, 상장주식 과세와 금융종합과세 개선 등 과세형평성 제고와 세입기반 확충을 위한 세제개편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지난 두 번의 세법개정안에 이어 이번 세법개정안도 고용창출과 민생안정 등 조세가 쉽게 달성할 수 없는 특정 정책목적에 집중하고 일시방편적인 개정안에 치우친 경향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고시회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청년고용증대세액공제’와 업무용 승용차의 사적 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한 비용인정 기준을 제시했다.
고시회에 따르면, 청년고용증대세액공제의 경우 어려운 경기로 고용여력이 없는데다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과 달리 대기업 청년취업까지 대상으로 했기에 그 조세지출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청년고용증대세액공제를 도입한다 해도 중소기업에까지 청년고용이 이어질지, 근본적으로 청년일자리 창출 등 고용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는 의문이다.
고시회는 “그동안 세제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를 비롯한 많은 조세지출제도를 도입해 시행했지만 실제로 고용창출이나 고용유지에 효과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또다시 조세지출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어왔다”면서 “기업이 고용을 늘리는 것은 ‘세제’가 아니라 ‘경기’이며, 세제지원이 크고 아무리 획기적이라고 해도 기업여건이 어렵고 장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후적인 세제지원을 위해 먼저 고용을 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고시회는 또 정부가 과세형평성 제고를 위해 그동안 전액 비용을 인정해 주던 기업의 ‘업무용 승용차’에 대해 임직원 전용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거나 기업로고를 부착한 차량 등 제한적으로 비용인정을 해주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고시회는 “이번 조치는 세원관리의 투명성과 과표양성화가 어느 정도 달성한 상황에서 기업자산의 사적 사용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서 고려할 방안이나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라며 “업무용 승용차의 대부분은 현재 차량 구입시 부가가치세를 공제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부가세도 공제해주도록 함께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시회는 결론적으로 “정부가 고용창출과 경제활성화에 과도하게 집착한 나머지 조세제도에서 가장 중점을 둬야 하는 과세형평성 제고 및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공평과세’와 ‘세입기반 확충’에 실기(失期)를 하는 경우 세제로서 본연의 역할조차 기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고시회는 특히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복지 등 늘어나는 재정수요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비과세․감면 등 특정한 조세지출을 통해 조세혜택과 지원을 받는 계층과 부문이 있다면 반대로 이를 대신 부담해야하는 납세자도 필요한 만큼 공평과세가 되지 못하고 세제개혁을 등한시해서 생길 수 밖에 없는 세수결손은 중소기업․자영업자, 그리고 봉급생활자가 또다시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고시회는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조세제도를 활용해야할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더라도 가능하면 세제는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도록 조세논리에 맞게 공평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원칙에 입각해서 개편안을 마련하는 관행을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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