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오늘(28일) 첫 제재대상인 기업은행을 상대로 라임자산운용 등의 불법‧부실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에 대한 제재 절차를 시작한다.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도 순차적으로 제재를 받게 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의 전‧현직 CEO에게 중징계가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런 만큼 향후 제재심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 소송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금감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기업은행을 상대로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펀드 판매 관련 제재를 논의한다.
앞서 기업은행은 지난 2017년에서 2019년 사이 ‘디스버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 3612억원,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3180억원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 운용사가 펀드 자금으로 투자한 채권 회수에 실패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금도 회수되지 못했다. 현재 글로벌채권펀드와 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는 각각 695억원, 219억원 환매가 지연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라임 펀드 역시 294억원 판매했다.
이달 초 금감원은 문제가 된 펀드를 팔았던 당시 은행장이었던 김도진 전 행장에 대한 ‘문책경고’를 사전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금융사 임원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부터는 연임과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 타금융사 전·현직 CEO 중징계 ‘촉각’
라임, 디스커버리,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많은 시중 은행이 기업은행 제재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은행에 대한 징계 결과가 향후 다른 은행 징계의 ‘가늠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모펀드 사태로 금감원의 제재 대상에 오른 곳은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산업, 부산은행 등이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에 이어 내달 중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개최한다.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거취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제재심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과 금융사 간 소송전 가능성도 존재한다.
앞서 지난해 제재심에서는 1월 주요국 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 해당 DLF 판매 당시 은행장이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 문책경고를 내렸다.
이후 라임펀드 사태 관련 박정림 KB증권 사장에게 문책경고,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와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당시 대신증권 사장)에게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다만 금융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사태 관련 금융사에게 과도하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펀드 사태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당국의 관리‧감독 부실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제재심에서 판매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판매사가 불완전 판매 등에 관해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면서도 “판매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당국의 책임 있는 자세인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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