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세제개편] 재정학 교과서 저자조차 비판하는 법인세 인하

2022.07.21 16:00:00

KDI보고서, 투자‧고용효과 있어도 경영진 사익추구에 효과 떨어져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 “법인세 인하, 투자‧고용확대는 허구”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2022 세제개편을 통해 법인세 누진체계를 더 약화시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해당 개편안을 보면 법인세 체계를 현 10‧20‧22‧25% 체계에서 중견기업 이하 10‧20‧22% 내지 대기업 20‧22% 체계로 바꿀 것을 예고하고 있다.

 

세법개편안 문답자료를 보면 기재부는 법인세를 인하하면 주주, 소비자, 직원, 투자 등에게 고루고루 혜택이 돌아간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적조세이론에서 래퍼 곡선까지 40년 동안 경제학 역사에서 한 번도 학계에서 입증되지 않은 낙수효과 가설이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장은 세제개편안 기자 브리핑에서 법인세 누진세를 강화하면 기업이 위축된다며 기업을 키우기 위해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재부 법인세과장도 “법인세는 실체가 없는 존재에 법인격을 부여해 세금을 매기는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개인 소득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과도하게 누진체계를 꾸리지 않는 것이 좋다”라며 “재정학 교과서에서도 단일세율 체계로 가는 것이 맞다고 나와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단일세율 체계로 갔을 때 상향 평준화(중소기업들이 더 부담하는 방향으로)로 갈지 하향 평준화(대기업 감세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로 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해야 할 내용”이라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지훈 과장은 “궁극적으로는 단일세율로 가는 것이 맞지만, 시장에 갑자기 큰 변화를 주지 않기 위해 단계적으로 과세표준 구간을 축소한 것”이라고 전했다.

 

기재부 관료들의 곧은 태도 뒤에는 선진국들의 잇단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있다.

 

미국은 2017년 최고 39% 누진 법인세를 2018년 21% 단일세율로 바꾸었다. 프랑스는 최고세율을 33.3%에서 25%로 인하했고, 영국은 지난 2018년 법인세율을 19%로 인하했다.

 

단, 이를 주도한 집권당들은 모두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했고, 프랑스 마크롱 행정부는 지난 총선에서 다수당을 잃고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영국 보수당 정부도 브렉시트 후 위기를 맞이했다.

 

법인세 인하만이 원인이었다고 할 수 없으나, 그들이 약속했던 경제‧민생 회복이 이뤄지지 않았던 것만은 명확하다.

 

 

◇ 낙수효과, 재정학 원로조차 비판

 

고광효 실장은 법인세 인하가 사회적 효익과 직결된다고 말했지만, 그러려면 여러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법인세 인하가 투자를 이끌어낸다해도 경영진이 기업 돈을 멋대로 빼먹으면 투자효과는 매우 제약될 수밖에 없다.

 

2019년 삼성 이건희 저택 인테리어 공사비 33억원 법인 대납 의혹이나, 법인 승용차를 사유화하여 쓰거나, 법인카드로 생활비를 쓰는 사익편취, 자녀 회사를 도관회사에 끼워넣어 이익 몰아주기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러한 특혜는 대부분의 직원, 소비자, 주주들과 무관하다.

 

남창우 KDI 부원장은 법인세 인하의 투자유인효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인물이지만, 2016년 11월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포럼에서 우리나라 경영진은 미국에 비해 사익추구가 9배나 높아 법인세율 인하효과를 단기적으로 28% 정도 감소시켰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정학 교과서가 정부의 법인세 인하를 뒷받침하지도 않는다. 재정학 교과서 저자조차 정부의 법인세가 투자나 고용 유인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경제학 원로인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는 6월 1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의 획기적 증가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은 신자유주의자들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명환 서울시립대 교수와 더불어 재정학 교과서 공저자다.

 

재정학 교과서 648~652 페이지에 걸쳐 조세가 기업의 투자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론적 연구 결과를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며 조세가 투자행위에 미치는 영향은 아주 작다는 결론을 내고 있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준구 명예교수는 기재부 관료들을 겨냥한 듯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기재부 세제실장을 비롯, 기재부 세제실 관료 상당수는 그의 서울대 제자들이다.

 

이준구 명예교수는 “내가 지금까지 지적한 것들은 모두 재정학 교과서에 나올 정도의 기본상식에 속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배운 재정학 이론과 어긋나는 감세론자의 주장에 대해 그들이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자못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법인세는 돈 벌고 임금 빼고, 투자 빼고 남은 순익에 붙이는 최종 단계의 업무다.

 

기업은 세금 내자고 투자 줄이고 생산 줄여 순익을 늘리지 않으며, 투자도, 생산도 이윤에 맞춰 조정되며 이윤 책정 다음에 투자‧생산 후 순익과 더불어 세금을 조정한다. 꼬리에 있는 세금이 몸통에 있는 투자‧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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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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