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국토교통부가 내년도 지출 예산을 62조5000억원으로 확정하며 역대 최대 규모 투자를 선언했다. 항공·철도 안전 강화부터 공적주택 19만4000호 공급, 대중교통비 경감까지 민생 전반을 아우르는 재정지원에 나선 것이다.
2일 국토부에 따르면 2026년도 예산안은 전년 대비 4조3000억원(7.4%) 늘어난 62조5000억원 규모로, 정부 전체 총지출 728조원 가운데 8.6%를 차지한다.
국토부는 이번 예산을 국민 안전을 비롯해 건설경기 회복, 민생 안정, 균형발전, 미래 성장이라는 다섯 가지 분야에 집중 배분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이후 첫 예산인 만큼 기존 사업 효과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관행적 지출을 구조조정해 확보한 재원을 국민 체감도가 높은 정책에 재투자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토부는 우선 항공·철도·도로 등 교통 인프라 안전망을 강화한다. 김포·제주공항 등 13개 공항은 조류 충돌 예방 시설을 보강하고, 울산공항 등 3곳에는 활주로 이탈 방지 장치를 새로 설치한다. 원주·여수공항 등 11개 공항에서는 종단 안전구역을 확충해 사고 위험을 줄일 방침이다. 철도 분야에도 2조9000억원을 투입해 노후 시설을 개선하고, 도로 부문 역시 제설·살얼음 방지, 위험도로 개선 등 안전 관리가 강화된다.
특히 2012년 12월 발생한 ‘12·29 여객기 참사’ 후속 대응 예산 1204억원이 반영돼 항공사고 방지 의지가 드러났다. 정부는 여기에 더해 지반 침하 위험지역 탐사 장비를 32대로 확대하고, 건설 현장 3000곳에 대한 전문가 점검과 중소 현장 중심의 지능형 CCTV 보급으로 사고 예방 체계를 한층 강화한다.
건설경기 회복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도 눈에 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B‧C 노선 건설과 신안산선, 인천발‧수원발 KTX 개통 지원 등 철도망 확충에 4조4000억원이 배정됐다. 도로 분야에서는 제천영월 고속도로, 천안 목천삼룡 국도, 인천 서인천IC 혼잡 구간 해소 등 신규 21개 사업과 기존 188건이 병행 추진된다. 가덕도 신공항에는 6890억원, 새만금‧제주 제2공항 등 8개 신공항 건설에는 총 1조원 투입된다. 이는 지역 거점 개발과 물류 허브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파급력이 큰 투자다.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미분양 주택 5000호 매입 예산 4950억원도 포함됐다.
민생 안정 분야에서는 주거와 교통 지원이 대폭 확대됐다. 공적주택 19만4000호 공급이 대표적이다. 신혼부부 공공임대 3만1000호, 청년·고령자 지원 확대, 육아 친화형 임대주택 플랫폼 10개소 조성 등 맞춤형 대책이 담겼다. 청년 무주택자 월세 지원은 시범사업에서 상시사업으로 전환돼 1300억원이 투입된다. 주거급여 지원 대상 152만호의 기준 임대료는 4.7~11% 상향 조정됐다. 교통 부문에서는 대중교통비 환급 ‘K-패스’ 예산을 2374억원에서 5274억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하고, 정액패스 제도를 도입해 청년·어르신의 교통비 부담을 완화한다. 광역버스 준공영제 노선은 5개가 신규 추가되고, 출퇴근 시간대 증차 단가는 12만원에서 19만원으로 현실화된다.
균형발전을 위한 지방 투자도 확대됐다. 지자체가 국비를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자율계정 규모가 8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으로 늘어나 지방정부의 정책 재량권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노후산단 재생, 도시재생, 스마트시티 확산 사업 등을 지방이 직접 설계할 수 있다. 또 AI 시범도시 조성, 탄소중립 산단 확대, 대학 캠퍼스혁신파크 조성 등이 본격화된다. 지방 교통 인프라 투자도 강화돼 광역‧도시철도 15개 노선과 전국 6개 BRT 사업 지원이 늘고, 벽지노선 교통 지원 예산도 증액됐다. 이는 지역 간 격차 해소와 지방 대중교통 이용 편의 개선을 겨냥한 조치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비중 있게 반영됐다. 국토부는 AI 기반 제품·시스템 상용화를 위한 신규 사업에 880억원을 투입하고, 초연결 지능도시, 자율주행, 액체수소 저장탱크, 하이퍼튜브 등 미래 모빌리티 연구개발 24건에도 예산을 배정했다. 국토교통 R&D 예산은 5336억원으로 확대됐다. 해외 건설 시장 진출 지원도 강화된다. 300억원 규모의 정책펀드가 조성되고, 전략적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 병행돼 한국 기업의 해외 인프라 사업 참여 기회가 넓어질 전망이다.
문성요 국토부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예산은 낭비성 지출을 줄이고 투자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한 것”이라며 “국민주권정부의 첫 국토부 예산이 진짜 성장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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