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우리나라가 전 세계 193개국이 참여하는 글로벌 조세규범 제정 관련 부의장국이 됐다.
정병식 기재부 국제조세정책관이 부의장으로 활동한다.
2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은 20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국제조세협력 국제연합 체계(유엔 프레임워크) 협정’ 기본골격(TOR·Terms Of Reference) 마련을 위한 임시위원회 조직회의에서 의장단 부의장국으로 선출됐다.
의장단은 의장국 1개국(이집트)과 부의장국 19개국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12월 유엔은 국제조세 관련 구속력 있는 협정을 마련하자는 유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결의안에 참여한 193개 국가들은 오는 8월까지 협정의 기본 골격 구성에 참여한다.
의장단 소속 20개국은 전 세계 5개 권역별 국가들의 논의를 정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가들이 많은 아시아·태평양과 중남미·카리브해 지역은 2개국씩 짝을 만들어 한쪽 짝이 상반기 부의장을 하면, 다른 한 짝이 하반기를 맡는 식으로 움직인다.
아시아·태평양 권역의 경우 한국과 일본이 한 팀이 되고, 중국‧파키스탄, 인도‧이란, UAE‧싱가포르 등이 짝을 이루었다. 인접 국경보다는 마찰이 상대적으로 덜한 나라들끼리 묶은 형태다. 중‧인, 인‧파, UAE‧이 등은 붙어살고 있지만, 붙여 놓으면 마찰이 생길 수 있는 나라들이다. 한‧일은 최근 역사문제를 뛰어넘은 한국의 적극적 구애가 있었다.
동유럽권의 경우 러시아 반대편에 비셰그라드 4국의 필두인 폴란드를 배치했다. 이들과 함께 할 부의장국도 벨라루스와 에스토니아로 사실상 러-폴 지대다.
아프리카 지역은 스스로를 아랍중심이라고 칭하는 이집트와 서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브롤터 해협을 가진 모로코가 선정됐다. 케냐(영어와 중국어)와 가나(영어와 프랑스어) 등 중앙아프리카에서 서유럽과 교류가 있으면서 정치 상황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국가가 뽑혔다. 다만, 아프리카 주도국으로 부상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의장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중남미-카리브해 지역, 다시 말해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국가 공동체 쪽에선 멕시코‧칠레, 브라질‧페루, 바하마‧자메이카, 콜롬비아‧볼리비아가 짝을 이루었다.
서유럽-기타(북미 등) 권역에서는 독일, 스페인, 노르웨이, 이탈리아로 동-서-북-남 국가들을 선정했다. 유엔상임이사국 5개국에 포함된 서방국가와 북미 국가들은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경제협력체 G7국가 중 독일, 이탈리아 두 곳이 참여했다.
OECD에서 국제조세체계를 주도했던 프랑스는 의장단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영향력이 가장 강하지만, 국제조세에서 항상 지켜보고 결정하던 미국은 이번에도 빠졌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국가 정책이 180도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 논의는 193개국이 모두 참여하는 것으로 국가 간 이해와 실리가 얽혀 있고, 중간에 적당한 선을 그어 발전적 논의로 이끄는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회의와 관련한 자료 준비 및 회의 결과를 수렴하는 작업도 맡기에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골라야 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유엔은 의장단 구성에 있어 개도국 입장을 많이 배려했으며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모든 나라가 함께 나아갈 수 있는 협정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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