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획재정부의 단순실수로 올해 시행하려던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가 2년 유예될 뻔 하다 뒤늦게 정정에 나섰다.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정정 과정은 솔직하지 않았다.
19일 보도가 시작되자 기재부는 당일 설명자료를 통해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 처리가 지연돼 이 사태에 달한 것인 양 해명했지만, 실제로는 정부 잘못이 주원인이었다.
실수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사람들 반도체 세액공제 법안에 끼워 넣고, 개정 주요 이유에도 써놓지 않아 사람들의 눈을 피했다.
◇ 사태의 원인, 기재부
고량사랑기부금은 고향 기부를 활성화해 지자체 재정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제도다.
자신은 살고 있지 않은 지역 외 자자체에 연 500만원 한도로 기부하면, 세액공제를 해준다. 답례품으로 기부금의 30% 정도 가치의 지역 특산물도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 방탄소년단 제이홉, 축구선수 손흥민 등이 고향사랑기부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제도는 원래 올해 시행 예정이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12월 29일 ‘10만원 기부하면 13만원 혜택…고향사랑기부제 새해 첫 시행’ 보도자료를 통해 2023년 1월 1일 시행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법 자체도 2021년 12월 28일 조세특례제한법 제58조에 신설된 상태였다.
그런데 특례법을 시행하려면 시행시기가 규정돼야 하는 데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5~8월 세법개정 작업을 하면서 2023년 시행하도록 되어 있는 금융투자소득세법의 시행시기를 비틀어 2025년으로 시행을 유예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실수로 고향사랑기부금(제58조)까지 끼워 넣어 버렸고, 이를 9월 1일 국회 제출했다(의안번호 17151).
국회는 기재부가 설마 이걸 실수할거라고 생각하지 못 했고 12월 29일 법이 통과돼 버렸다.
◇ 기재부의 비겁한 변명
정부가 올해 시행하겠다던 고향사랑 기부금 공제가 기재부 실수로 2025년까지 미뤄질 상황에 놓이게 되자 19일 언론보도가 쏟아졌다.
기재부의 해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① 지난 연말 국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의 시행시기를 '23년에서 '25년으로 2년 유예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부칙을 개정하면서(원인) ②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고향사랑 기부금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의 시행시기가 함께 2025년으로 연기된 오류가 발견됐고(결과) ③ 기재부가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재개정 법안을 19일 국회 제출했다(대처)는 것이다.
기재부의 해명은 궤변인데 기자가 기사에 오타를 내고선, 편집을 보는 데스크가 오타를 못 잡아냈다고 타박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기자나 데스크 모두 오타를 잡아낼 의무는 있지만, 오타의 주 책임은 오타를 낸 기자이지 데스크가 아니다.
1번 관련해서 기재부는 국회에서 금투세 유예 작업이 연말까지 늦춰지면서 사태의 원인이 형성됐다고 설명했지만, 고향사랑기부금 오류를 낸 건은 9월 1일 국회 제출한 기재부 세제개편안이다.
국회, 법제처 등도 심의과정에서 기재부가 만든 오류를 못 발견한 책임이 있지만, 오류의 주 책임자는 작성자이자 원인제공자인 기재부다.
2번 관련해선 세법개정안을 작성한 당사자는 정부고, 세법개정안이 국회 제출된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 동안 기재부도 오류를 몰랐다.
세법이 통과되면 세법 세부사항을 정부가 정하는 작업(시행령 개정)을 하는 데 기재부는 연초 시행령 개정 시점에서야 오류를 포착했다.
3번 관련해서 기재부는 고향사랑기부금을 올해 시행하도록 하는 법안을 1월 10일 입법예고하긴 했다(기재부 공고 2023-3호).
그러나 해당 공고의 주제는 반도체 세액공제 등 기업 세금감면을 강화하는 내용이었고, 반도체 세액공제 내용 후단에 한줄 넣어 사람들이 눈치 채기 어렵게 했다.
물론 부칙 개정사항이니 본법 개정사항보다 뒤에 들어가게 되고, 부칙은 주요 내용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보도자료까지 내며 추진한 역점사업을 자칫 삐끗하게 한 것은 가볍다고 볼 내용은 아니다.
◇ 고단한 기재부
고향사랑기부금 오류의 본질은 단순 실수이고 누구 하나 지탄 받을 일은 아니다.
세법 개정 시즌에 들어간 기재부 세제실은 예산 시즌에 들어간 예산실과 더불어 근무강도 1, 2등을 다툰다.
밤샘야근은 당연지사고 간혹 과로로 쓰러지는 일도 발생한다. 하지만 승진 자리가 별로 없어 보답 받는 일은 매우 드물다. 세제실은 한 때 최고 엘리트 기획 부서였지만, 지금은 인사적체가 극심하다는 기재부 내에서도 승진이 가난한 부서에 속한다.
이번 사례는 엘리트 재경직 공무원조차도 과도한 업무량에 치이면 단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례로 불 수 있을 따름이다.
그렇지만 과도한 업무량에 대한 해결방법은 묘연하다.
용산은 공무원 매년 1%씩, 5년 내 총 5% 인원감축을 추진하고 있고, 기재부는 그 대상이다.
용산은 중요한 부서의 경우 검토를 통해 인원을 유지하거나 더 배정해주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지만 거의 불가능하다.
용산 정부 제1부처로 등극한 검찰조차도 인원증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1호 지시’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 정식 직제 확대 개편안을 거절한 것이다.
기재부라도 업무량에 맟춰 인원편성을 요구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난처한 기재부는 궁벽한 해명을 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 정부가 잘못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도 심의 기능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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