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북한 주민의 국내(남한) 상속재산 소송을 로펌이 대리하면서 법에 정한 방식인 재산관리인 없이 계약을 맺었다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이지만 그렇다 해도 소송을 맡긴 위임 계약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길 경우 받는 성공보수는 재산관리인을 통하도록 한 법적 요건을 따르지 않아 무효가 되지만 위임 자체를 무상계약으로 볼 수 없으므로 로펌 활동 대가는 줘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 4일 A 법무법인이 북한 주민 안모 씨 형제를 상대로 낸 보수 약정금 소송을 2심으로 파기환송하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안씨 형제는 남한에서 2012년 3월 재산을 남기고 사망한 B씨의 자녀들이다. A 로펌은 2016년 안씨 형제 권한을 위임받은 제삼자와 사이에 친생자 확인 소송, 상속 회복 청구 소송 등에 관한 위임약정을 체결하고 상속 지분의 30%를 성공보수로 받기로 했다.
로펌은 성공적으로 일을 수행했다. 2018년 5월 서울가정법원에서 형제가 B씨의 친생자라는 판결을 받아냈으며 2019년에는 나머지 상속인들과 재판상 화해를 통해 총 196억원 상당의 상속재산을 형제 몫으로 돌려놨다.
그런데 안씨 형제는 돌연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았으므로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라며 지급을 거부했다.
남북가족특례법에 따라 북한 주민이 남한 내 재산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경우 재산관리인을 선임해야 하고,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은 상속 재산 관련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A 로펌은 성공보수를 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1, 2심에서 전부 패했다.
하급심은 성공보수 계약을 '상속 재산 관련 법률행위'로 봐야 하고, 관리인의 존재 여부와 상관 없이 관리인을 통하지 않았다면 약정은 무효라고 봤다. 성공보수 약정이 무효이므로 하나의 계약인 소송대리 위임 약정까지도 모두 무효라고 봤다.
대법원은 우선 1·2심과 같이 성공보수 약정은 재산관리인을 통하지 않았으므로 무효가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위임 약정에 대해서는 "보수 약정이 무효라고 해서 곧바로 이 사건 위임 약정이 무상의 위임 계약이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단지 보수 지급 및 액수에 관해 명시적인 약정이 없는 경우에 해당할 뿐"이라며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안씨 형제와 A 로펌 모두 성공보수 약정을 맺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보수를 지급하는 위임계약만 체결하는 것에는 동의했을 것으로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례상 변호사에게 사건 처리를 위임하는 경우 명시적 약정이 없더라도 무보수로 하기로 정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응분의 보수를 지급할 묵시적 약정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되돌아간 2심을 맡는 재판부는 사건 수임 경위, 사건의 난이도, 승소로 인해 안씨 형제가 얻은 이익 등을 두루 고려해 적절한 보수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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