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제조업체가 제조에 필요한 자재 등을 공급받는 업체와 짜고 공급대가에 대한 매입 세금계산서를 직접 받지 않고 다른 업체가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토대로 매입세액공제를 받았지만, 세금계산서불성실가산세만 납부하고 사기(fraud) 등 부정행위에 적용되는 ‘부과제척기간 10년’ 적용은 면했다.
국세청은 사기로 봐서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 부가가치세(본세) 자체를 추징했지만, 해당 제조업체가 조세행정심판을 청구, 행정심판 당국이 ‘결과적으로 세금을 회피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이유로 세금계산서를 성실하게 주고받지 않은 잘못에 대한 책임(가산세)만 물은 것이다.
조세심판원(황정훈)은 13일 “쟁점 매입처가 청구법인의 매입분 부가가치세를 매출세액으로 신고·납부한 사실에는 다툼이 없어, 청구법인이 매입세액공제를 받았다하더라도 이를 통해 국가 조세수입의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해 부가가치세(세금계산서불성실가산세 제외)를 부과한 처분은 잘못이 있다”며 이런 내용의 지난 11월 하순 심판결정례(조심 2023중9871, 2023.11.21)를 소개했다.
조세 행정심판을 청구한 A법인은 지난 2012년 6월29일 개업한 철강제조업체다. 거래처인 ㈜B법인으로부터 조립식 건축자재 등을 공급받고 관련 매입세금계산서를 수취해왔다.
국세청은 A법인 세무조사 과정에서 A법인이 ㈜B법인으로부터 받은 (매입)세금계산서 중 일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를 발견했다. 이에 따라 통상 5년 적용되는 조세시효(부과제척기간)를 최대 10년까지 적용, 관련 매입세액공제를 인정하지 않고 지난 6월 A법인에게 부가가치세를 추징했다.
그런데 A법인은 국세청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과세에 불복, 지난 8월24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국세청은 심판원 심리 과정에서 ㈜B법인이 비록 실질과 다르게 A법인이 아닌 다른 업체를 공급받는 자로 하여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잘못을 지적했다. 해당 매출은 ㈜B법인 매출로 귀속돼야 한다고 봤다. 반면 A법인은 ㈜B법인과 짜고 제3자가 수취할 (매입)세금계산서를 자신이 수취한 것으로 하여 부당하게 매입세액공제를 받았다고 봤다. 애당초 A법인 자신의 매입이 아닌 것을 자신의 매입으로 가장한 것으로, 이를 ‘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할 수 있는 ‘사기, 기타 부정행위’로 본 것이다.
하지만 A법인은 “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하려면, 우리 뿐 아니라 ㈜B법인도 세금을 탈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국세청에 따졌다. ㈜B법인이 비록 제 3자 명의이지만 매출 세금계산서를 꼬박꼬박 발행, 부가가치세를 탈루하지 않았으니 사기, 기타 부정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항변이다.
조세심판원은 결국 조세행정청구인인 A법인의 손을 들어줬다. 국세청이 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해 지난 6월 A법인에게 부과한 부가가치세는 문제가 있으니 부과제척기간 5년을 적용해 다시 세금을 계산해 부과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심판원은 허위 세금계산서로 부가가치세를 포탈한 것으로 보기에는 A법인의 사례가 석연찮다고 봤다. A법인이 허위 세금계산서로 매입세액공제를 받는다는 점을 알았느냐의 문제와 함께, 해당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B법인도 세금계산서상 매출세액을 제외하고 부가가치세를 신고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B법인이 세금계산서상의 매출세액 전부를 신고・납부한 후 경정청구로 낸 세금을 돌려받는 식으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면탈한 것도 아니다.
심판원은 결국 허위 세금계산서로 매입세액공제를 받아 나라에 낼 세금을 덜 낼 것이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어야 ‘사기, 기타 부정행위’으로 봐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례(대법원 2021.12.30. 선고 2021두33371 판결)를 고려, A법인에 대해서는 ‘사기, 기타 부정행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최종 판단했다.
심판원은 다만 “비록 본세에 대한 조세포탈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가공의 세금계산서를 수수한 A법인에 대해,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해 ‘세금계산서 불성실 가산세’를 부과한 국세청의 처분은 문제가 없다”고 심판결정문에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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