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헌법재판소가 이른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규정한 민법 제103조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놨다.
헌재는 지난달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민법 103조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민법 103조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정한다. 요건과 효과를 특정하지 않고 보편적인 법 원칙을 규정해 일반조항으로도 불린다.
입법자가 모든 상황에 맞춰 법률을 완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서 법률 체계의 빈틈을 채우는 역할을 하지만 때로 부적절하게 남용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번 헌법소원 심판은 변호사 A씨가 청구했다. 그는 형사사건 변호를 맡아 의뢰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되게 했다.
이후 의뢰인들을 상대로 미지급 보수를 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민법 103조에 따라 금지되는 '성공보수'라고 판단해 A씨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자 A씨는 민법 103조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헌법에 어긋난다며 2020년 11월 헌법소원을 냈다.
이는 대법원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은 무효라고 선언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른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는 부단히 변천하는 가치관념"이라며 다소의 추상성은 인정하면서도 "어느 법률행위가 무효인지 여부는 그 행위가 이뤄진 때를 기준으로,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나름의 판단기준을 밝혔다.
민사의 경우 당사자 간 다툼으로서 승패가 갈리고 사적 자치, 계약자유 원칙에 따라 성공보수가 허용되나 형사와 관련해선 수사·재판 결과와 금전적 대가를 결부시켜 '유전무죄 무전유죄' 등 사법 불신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민법에 의해 무효라고 못 박은 것이다.
헌재 역시 103조의 내용이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며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법률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를 일일이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인정했다.
다만 "민사 법규는 사회현실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현상에 관해 일반적으로 흠결 없이 적용될 수 있어야 하므로 형벌 법규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추상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헌재는 '선량한 풍속'은 '사회의 건전한 도덕관념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킬 것이 요구되는 최소한의 도덕률'로, '사회질서'는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와 집단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룬 상태'로 해석했다.
헌재는 "학설과 판례 등의 집적을 통해 반사회적 법률행위가 어느 정도 유형화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으므로 (어떤 행위가 사회질서 위반인지에 대한) 판단이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 공동체의 객관적 관점에 의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조항 자체는 모호하더라도 누적된 판례와 법리 해석 등을 토대로 금지되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가 무엇인지 충분히 파악할 수 있어 문제가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