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 그때그때 필요한 고객사에 파견 형식으로 제공하는 인력공급업체가 국세청에 제대로 사업 증빙을 제시하지 못해 세금을 추징 당할 뻔 했다가 간신히 모면했던 사례가 최근 공개됐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인력공급업체의 파견인력 공급을 명시한 매출세금계산서를 가짜로 판단, 관련 세금을 추징하려 했지만, 조세행정심판 당국이 “다시 조사해서 세금을 판단하라”는 결정을 내린 사례다.
국무총리 조세심판원(원장 황정훈)은 지난 6일 납세자측이 일부 증빙을 제때 제출하지 않는 등 소명에 문제가 있었지만, 사법기관 조사에서 정상거래로 판명되는 등 일부 정황상 무조건 ‘가공거래’로 볼 수 없으니 “국세청은 다시 조사해서 과세하라”고 결정(조심 2022중8140, 2023.12.06) 했다.
지난 2012년부터 2년동안 인력공급업체 A법인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P씨는 지난 2022년 8월4일 10년이 다 되 가는 2013년 귀속 종합소득세 추징 고지서를 관할 세무서로부터 받고 화들짝 놀랐다.
국세청이 2018년 2월22일부터 한 달 동안 A법인 거래처 B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때 B법인이 2013년 제2기 부가가치세 과세기간 중 A법인에게 발행한 세금계산서를 실제 거래 없이 발행한 ‘가공세금계산서’로 판단, 세금 추징 고지서를 A법인 대표자 P씨에게 보낸 것이다.
국세청은 이듬해인 2019년 3월말부터 4월말까지 이번에는 A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이 때 부가가치세 세목별 조사를 통해1년전 B법인 세무조사 때 확보한 문제의 세금계산서와 관련한 매입세액을 공제액에서 뺐다. A법인이 실제 거래도 하지 않고 B법인이 발행한 매출세금계산서를 근거로 매입세액공제를 받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세금계산서상 공급대가를 A법인 대표이사 P씨가 빼돌린(사외유출) 것으로 봐 해당 금액만큼 P씨의 소득(상여소득)에 합산해 무려 9년 지난 2013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추징했다.
통상 과세당국이 납세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과세시효(부과제척기간)는 5년인데, P씨의 행위는 예외적으로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을 적용할 수 있는 ‘사기 기타’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P씨는 국세청 과세에 불복, 곧바로 국세청에 이의신청을 한 뒤 2개월 뒤인 10월초 조세심판원에 국세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하지만 P씨 사건을 맡은 조세심판원은 국세청의 조치를 모두 인정할 수 없었다.
우선 국세청이 문제의 세금계산서를 가공세금계산서로 본 근거가 거래처인 B법인이 A법인에게 직접 인력공급 용역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무조건 ‘사기’ 혐의가 짙은 비정상 거래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B법인이 A법인에 (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인력을 공급하면서 실제 근로자들을 직접 A법인 고객사에 보내고 직접 관리했을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A법인이 실제 인력공급업을 영위하고 있는 점, A법인의 매출거래는 모두 정상거래로 확정된 점, 문제의 세금계산서상 공급가액은 A법인 매입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 등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더욱이 수원지방검찰청 평택지청이 거래처 B법인과 B법인 대표이사 K씨에 대한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한 점도 고려했다.
모든 정황은 A법인이 실제 거래 없이 문제의 세금계산서를 수취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심판원의 판단이었다.
심판원은 다만 P씨가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단계에 이르러서야 파견노동자 근태관리내역, 대금청구내역 등을 국세청에 제시한 점, 국세청이 검찰 수사기록상 A법인 직원명부 확인 사실을 검증하지 못한 점 등은 국세청 조사가 미흡했던 방증이라고 판단했다.
심판원은 결국 “국세청은 A법인이 제출한 증빙의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하고 이를 근거로 쟁점 세금계산서 공급대가 합계액이 A법인에서 사외로 유출됐는지 여부를 재조사, 그 결과에 따라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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