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600억 vs 260억…아레나 탈세규모 차이는 ‘왜?’

2019.03.11 14:14:57

수사권과 세무조사 권한 차이...탈세범죄 초동수사 어려워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경찰이 지난주 클럽 아레나 탈세 관련 서울지방국세청(이하 서울청)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탈세규모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국세청은 탈세규모를 260억원으로 보았는데, 경찰은 아레나 탈세 규모는 국세청의 두 배가 넘는 600억원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양쪽의 권한 차이 탓이다.

 

국세청은 충분한 ‘물증’이 없는 한 조사할 수 없다. 국세청은 납세자를 원칙상 선량한 보호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260억원은 이러한 제약 속에서 ‘최종 결정’된 금액이다.

 


경찰 수사는 충분한 물증이 없어도 범죄로 ‘의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물증만으로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 국세청처럼 확실한 정보를 얻을 때까지 조사를 늦추었다가는 추가 범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600억원은 혐의 금액으로 수사 종결 시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공소 전까지는 ‘의심’ 단계이기 때문이다.

 

검찰 고발도 마찬가지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 탈세 혐의로 전·현직 업소 대표 6명을 검찰고발했다. 그러면서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씨에 대해서는 고발하지 않았다. 강씨를 세무조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확실한 정보가 없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경찰처럼 강씨를 심증만으로 조사한다면, 탈세 추징은 무효가 되고, 해당 직원은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대신 국세청은 조사가 충분치 않다거나 미심적은 경우 경찰에 수사의뢰나 제보를 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에 경찰이 아레나 탈세 수사에 착수하게 된 계기가 이 경우다.

 

산으로 가는 탈세범죄 조사

 

국세청의 아레나 부실세무조사 논란은 권한의 모순에서 비롯된 여지가 크다.

 

기본적으로 모든 범죄행위는 수사대상이지만, 국세청은 임의적 행정처분인 세무조사에만 의존해야 한다.

 

반면, 미 국세청은 범죄수사국을 두고 탈세범죄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임의수사부터 강제수사까지 폭넓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독일 재무부도 탈세범죄에 한해 단독 수사권을 갖고 있다.

 

곤혹을 치르는 건 국세청만이 아니다.

 

수사기관도 탈세범죄 전문 수사관이나 전문 검사가 없는 탓에 공소 유지가 쉽지 않고, 정보를 전달받는 과정에서도 심심치 않게 마찰이 발생한다.

 

경찰은 임의수사가 기본이기에 국세청이 넘긴 자료 외 추가 정황 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국세기본법에 의해 제공할 수 있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 넘기면 위법이다.

 

이 경우 수사기관은 국세청과 협의를 통해 압수수색을 한다. 국세기본법으로는 자료를 못 받지만,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이 안 풀리는 경우도 있다.

 

국세청 내부 비위 때문에 일부러 안 준다거나, 경찰청이 무리한 자료를 요구한다고 서로 의심하는 식이다. 최악의 경우 경찰이 국세청 몰래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하기도 한다.

 

갈라진 권한 탓에 범죄자를 잡아야 할 행정기관끼리 이전투구가 발생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재벌이나 고소득자 탈세범죄가 번번이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이유 중 하나로 이같은 조사와 수사의 이원화를 꼬집고 있다.

 

지금처럼 행정절차인 세무조사에 초동수사를 의존하게 되면, 조사도, 수사도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12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2~2016년 탈세범죄를 조사한 결과 탈세범죄 기소율은 일반 형사사건의 절반 수준인 20.9%에 불과했다.

 

탈세 혐의자 중 구속비율 5.7%, 1심에서 실형 선고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집행유예(39.1%)와 재산형(35.6%)이 대부분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일반 세무조사와 탈세조사 조직을 분리하고, 세무공무원에 특별사법경찰관리 지위(이하 특사경)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국세행정 개혁TF도 지난해 1월 탈세조사 전담조직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지만, 아직 중장기 검토대상으로만 두고 있다. 국세청 내 탈세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부처 간 협의 외에도 법 개정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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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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