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류성걸의 ‘정치적 세무조사’ 프레임…왜 5년 내내 의혹 없었나

2022.10.13 06:36:15

당시 국세청장부터가 우편향 의혹
SNL에서의 약속과 윤석열차
다음카카오는 현재 교차 세무조사 중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지난 정부가 국세청 세무조사 행정에 정치적 잣대를 가져댔다고 주장했다.

 

주장의 주된 근거는 당시 정치적 세무조사 방지를 위해 발족한 민관위원회 민간위원들의 이력이었다.

 

류성걸 의원은 이날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 세무조사 TF팀을 만든 거 아니냐며 2017년 8월 발족한 국세행정 개혁TF를 지적했다.

 

 

국세행정 개혁TF는 과거에 있었던 청와대 하명 세무조사를 끊기 위해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행정기관위원회법에 따라 만든 민관 위원회다.

 


청와대 하명 세무조사는 불법이다. 세무조사는 법과 원칙에 따라 국세청이 판단해 집행하며, 여기에 대통령이든 검찰이든 정당이든 간에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다.


류성걸 의원은 이날 김창기 국세청장에게 “당시 위원들이 누구였는지 제가 하나 하나 불러볼까요?”라며 위원회 구성의 편향성을 압박했다.

 

2017년 당시 서울국세청 조사2국장이었던 김창기 국세청장은 답변하지 못 했지만,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를 시작으로 구재이 한국조세연구포럼 학회장,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 최원석 서울시립대 교수, 이중교 연세대 교수, 김호균 명지대 교수, 박명호 한국조세연구원 장기재정전망센터장, 박용대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윤재원 홍익대 교수가 국세행정 개혁TF위원들이다. 

 

위원 편향성 논란은 2017년 국감에서도 제기했던 사안으로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이 편향성을 지적했었다. 

 

 

 

◇ 당시 국세청장이 누군지 한 번 볼까요?

 

강병구 교수와 구재이, 박용대, 김호균 위원은 참여연대, 경실련 등 진보 시민단체 이력이 있다.

 

그러나 위원회 위원 다수가 정치적 편향적 인물이느냐라고 묻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중교, 최원석, 김경만, 박훈, 박명호, 윤재원 등은 진보, 보수 정보 관계없이 정부 위원회에서 활동해온 사람들이며, 류성걸 의원(행시 23회, 기재부 예산실장, 2차관 출신)의 친정인 기획재정부 민간 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한 바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 국세청이 추천한 국세행정 개혁TF 위원 후보 23명 중 14명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 당시 자문 등 국세청 관련 활동을 했으며, TF 단장 후보 추천 인물 중 한 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과 뉴라이트 활동한 전력이 있는 대학 교수였다. 

 

하지만 이러한 편향 논란에서 더 중요한 인물이 있다.

 

2017년 당시 국세청장 한승희다.

 

 

당시 모 교수는 한승희 국세청장의 이름을 듣자마자 국세청 개혁은 물건너갔다고 평가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국세청에서 정치적 세무조사에 직접 개입한 의혹이 가장 강한 인물이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 태광실업 세무조사는 태광실업의 홍콩 페이퍼컴퍼니, 베트남 해외 회사를 경유하는 해외 법인 자금흐름으로 전개됐다.

 

이 흐름을 짚어 조사를 기획한 핵심부서가 국세청 본부 국제조사과였다. 한승희 국세청장을 국제조사과장으로 만들기 위해 이명박 정부 국세청은 전임 국제조사과장을 발령 수 개월만에 내쫓았고 두 단계 좌천시켰다.

 

문재인 대통령도 '고양이 손에 생선'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았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그는 한승희 국세청장을 발탁하고 정치적 세무조사 근절 임무를 맡겼다.

 

 

◇ 보수정부 하명조사의 추억

 

하명조사 의혹이 가장 컸던 주제는 정부 비판여론 공론장 역할을 했던 다음 카카오 세무조사와 박근혜 대선후보를 풍자했던 CJ E&M 세무조사였다.

 

다음 카카오는 박근혜 정권이었던 2015년 6월 특별세무조사를 받았는데 2014년에 이미 세무조사를 받은 지 1년만의 일이었다. 당시 이해웅 전 대표에 대한 개인적인 세무조사도 같이 진행됐는데 대단히 이례적인 세무조사라서 청와대에 밉 보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음 카카오는 2014년 세월호 참사, 2015년 메르스 부실방역 사태 관련 정부 비판적인 여론의 공론장을 제공했었고, 2008년에는 광우병 사태와 미네르바 탄압사건 시기와 맞물려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CJ E&M 산하 채널인 tvN 내 SNL코리아 프로그램은 2012년 6월 박근혜 대선후보를 풍자했었다.

 

2013년 2월 CJ E&M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손경식 CJ그룹회장에게 전화 연락해 “VIP의 뜻”이라며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사퇴가) 너무 늦으면 진짜 저희가 난리난다”고 말한 것이 언론에 보도됐다가 자진사퇴했다.

 

이미경 당시 CJ그룹 부회장이 사퇴했지만, 5개월 후 검찰은 CJ뇌물 수수 사건으로 노무현 정부 당시 전군표 국세청장, 허병익 국세청 차장을 줄지어 구속기소했다.

 

국세청은 또다시 그해 9월 CJ E&M 세무조사에 나섰다. 한 번 해도 난리인 세무조사가 두 번에 걸쳐, 그것도 검찰수사와 겹쳐 진행된 것이다.

 

 

◇ 무력했지만 유산은 남겼던 국세행정 개혁TF

 

국세행정 개혁TF가 발족했지만, 국세청 손바닥 위였다.

 

위원회가 활동하려면 자료가 필요한데 자료 제공권이 국세청에 있었다.

 

실현 가능성이 높았던 다음카카오 세무조사, CJ E&M 세무조사는 모두 무혐의됐고, 이미 관련자들이 다 퇴직하거나 제재에서 무관계한 자리에 있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김제동 소속사 다음기획 세무조사 ▲이현주 대원어드바이저리 대표 표적세무조사만이 정치적 개입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모호한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위원회는 국세청이 자료를 내주지 않았다며, 그나마 자료 확보 권한이 있는 감사원에게 후속조치를 맡겼지만, 감사원도 워낙 예전 일이라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유산이 없었다고 하긴 어렵다.

 

청와대 하명 세무조사 의혹은 두 번 다시 언론이나 정치인 입에 오른 바 없다.

 

류성걸 의원이 지난 정부의 정치적 세무조사 방지 활동을 역으로 정치적 세무조사라고 공격했지만, 위원회 구성 외에 특별한 근거는 없었고, 그 근거 역시 확증이라고 하기 어렵다.

 

한 국세행정 개혁TF 민간위원은 12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활동에 제약이 없었다고 하기는 어렵다”라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국세행정 발전이라는 순수한 의도에서 일을 했고, 결과 또한 그러하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말씀드린다”고 전했다.

 

 

◇ 윤석열차 달리고 카카오는 교차 세무조사 맞고

 

2012년 보수 대선후보를 풍자했다가 부모 회사 부회장이 사직한 바 있었던 SNL코리아는 2021년 10월 인터뷰로 보수 대선후보를 맞이했다.

 

“후보님이 대통령 되신다면 SNL이 자유롭게 정치풍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거죠?”

 

답변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으며, 확언을 듣겠다는 질문이었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그걸 도와주는 게 SNL의 권리”라고 답했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차’ 문체부 개입사태는 여전히 대통령 심기 사항에 공권력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다음 카카오는 지난 7월부로 국세청 교차세무조사 중이다.

 

세무조사는 주소지 관할 지방국세청이 담당하지만, 유착의혹 의심 등을 이유로 타 지방국세청이 관할 넘어서 시행할 수 있다.

 

교차세무조사는 특별세무조사에 버금가는 강도의 세무조사이며, 2008년 태광실업 세무조사도 교차세무조사에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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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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