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0여일 만에 ‘긴급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놓고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2020년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정부 종부세 추계를 보면 다주택자‧법인 종부세가 크게 줄었을 뿐 1주택자 세금은 제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1주택자를 내세워 다주택자 감세를 추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른다.
지난 5월 30일 발표한 정부 긴급 민생 안정 대책.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20여일 만에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2020년분 수준으로 되돌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분 종부세 추가 공제율(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 5%에서 40%로 끌어올렸다.
자신이 보유한 1주택이 20억원이라면 기본공제 11억원을 빼고, 남은 9억원의 40%인 3.6억원을 추가로 빼주겠다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올해는 이러한 추가공제를 주지 않을 예정이었다.
정부는 이러한 대책이 1주택자를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효과는 다주택자 감세로 기울어지고 있다.
올해분 주택분 종부세에서 1주택자 종부세는 제자리인데 다주택자 종부세는 4000억원이나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7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개최한 2022 세제개편안 토론회애서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올해분(2022년) 주택 종부세 예상세액이 전년도보다 4000억원 줄어든 4조원 정도라고 밝혔다. 다만, 1주택자 세금은 전년도와 비슷한 8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이 이야기대로라면 종부세는 4000억원이 줄어드는데 1주택자 종부세는 거의 줄어들지 않고, 다주택자 세금만 4000억원 준다는 말이 된다.
기재부 측은 1주택자 종부세 총액은 작년과 거의 비슷하지만, 1주택자 납부자 수가 늘었으니 실질적으로는 1주택자 세금이 줄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1주택자가 늘어난 만큼 다주택자가 늘어났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0년 주택 종부세의 경우 전년도보나 14만8000명 가량이 새로 종부세를 내게 됐는데, 이 때만 하더라도 순증인원 수 중 30%만이 다주택자였다.
하지만 2021년분 주택 종부세에서는 순증인원 26만6000명 중 51%가 다주택자였다. 집값이 오르면서 주택 투자에 돈을 건 다주택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해분(2022년) 주택 종부세의 경우 순증인원이 작년도와 거의 비슷한 25~26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다주택자 순증비율도 작년과 비슷한 50% 정도로 관측된다.
종부세 대상을 집계되는 올해 6월 1일 시점에서는 주택 시장이 관망세에 있었기 때문이다. 금리 상향세이긴 했지만, 아직 1%대 초 저금리였고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부동산이 오른다는 과거 사례들이 주택 투자 시장에서의 기대심리를 뒷받침했다.
정부는 아직 통계가 없다며 다주택자 순증인원이 얼마인지 밝히고 있지 않지만, 다주택자 종부세가 줄어든 폭이 1주택자들보다 월등하다는 점만은 부인하지 못 하고 있다.
◇ 특별공제 3억원 반대하는 야당
여론에서는 집값 상승으로 올해 종부세 대상이 25~26만명이나 늘어나는 데 야당은 1주택자 3억원 특별공제를 안 받아들이냐며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야당은 정부가 제시한 추가공제율이 20%에서 40%로 솟구친 상황에서 특별공제 3억원까지 덧붙일 경우 고가 주택자들의 세금이 너무 많이 깎인다며 반대를 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분 1주택 종부세에 한해 3억원의 특별공제, 20% 추가공제율(공정시장가액비율)을 주려 했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아무리 1주택자라도 강남의 20억, 30억 주택에까지 종부세를 안 물리는 건 너무하다며 반대하자 정부는 3억원 특별공제를 포기하고 대신 추가공제율을 40%로 끌어 올렸다.
특별공제를 받아들이면 공시가격 14억원까지는 아예 세금을 안 내지만, 15~25억원 1주택자에게 가혹하다고 하는 건 대단히 과장된 주장이다.
지난해 기준 공시가격 14억 이하 1주택자 종부세는 평균 24만2000원 수준이었다. 출처는 국세청 국정감사 자료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