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감사원 지적에 환급 법인세 재과세 하면서 가산세까지?…심판원 제동

2023.11.13 07:55:35

국세청, 자체판단으로 법인세 환급 후 감사원 지적 받자 재추징하면서 가산세까지
조세심판원 “미납 귀책사유 없는 납세자에 납부불성실가산세 부과한 국세청, 잘못!”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국세청이 자체 판단으로 법인세를 환급해줬다가 나중에 감사원이 해당 세금을 덜 걷었다는 이유로 감사 지적하자 다시 세금을 추징했는데, 납부불성실가산세까지 얹어 과세하려다가 제동이 걸렸다.

 

납세 법인이 “세법상 정해진 납세협력의무 이행을 게을리 한 적도 없는데, 스스로 결정해 환급해준 법인세를 다시 추징하면서 정부 결정 번복 책임을 납세자에 전가하는 게 말이 되냐”며 불복, 국가가 이 납세자의 주장을 받아들인 건이다.

 

조세심판원(원장 황정훈)은 13일 “국세청이 스스로 판단해 청구법인이 납부한 세금을 환급했다가 감사원 감사 지적에 따라 같은 세금을 다시 부과했다면, 청구법인에게 관련 법인세 미납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으니 국세청이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한 처분은 잘못”이라고 A법인 조세심판결정례(조심 2022부6465, 2023.10.11)에서 밝혔다.

 

A법인은 지난 2016년 3월30일 임의경매로 취득한 8필지의 땅을 2018년 10월15일 이후 B, C, D, E, F 등 5인의 법인과 개인에게 팔았다. 팔면서 해당 토지를 비사업용 토지로 봐 법인세를 신고·납부했다. 그 뒤 2020년 1월15일 해당 토지가 사업용 토지에 해당한다며 “2018 사업연도 토지 등의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환급해 달라”고 국세청에 경정청구를 했다. 그런데 관할 K세무서장은 “어? 그 말이 맞네”라며 경정청구를 받아 들여 2020년 2월17일 해당 법인세를 환급해줬다.

 


감사원은 그러나 이듬해인 2021년 4월29일부터 약 한달간 K세무서 관할 S지방국세청에 대한 감사를 벌이면서 “A법인이 판 땅은 지목이 공장용지로 변경되기 전 임야 또는 농지상태였고, 일부 필지가 재산세 종합합산과세대상이거나 착공전에 양도되는 등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한다”며 “국세청은 이런 사실을 확인도 하지 않고 법인세를 덜 걷었다”고 불호령을 내렸다. S지방국세청은 K세무서를 시켜 부랴부랴 A법인에게 2018사업연도 법인세를 더 내라고 세액을 고쳐(경정) 고지했다.

 

A법인은 “비사업용 토지가 맞는데 왜 또 번복인가. 게다가 신고납부, 경정청구 등 적법한 절차로 납세의무를 다했는데 국세청이 환급해 줘 놓고 이제 와서 다시 추징하면서 납부불성실가산세까지 내라니 이게 말이 되는가?”라며 발끈했다. A법인은 결국 국세청에 이의신청 등의 과정을 거쳐 2022년 5월20일 조세심판원에 조세심판청구를 제기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조세 분야 행정소송에 앞서 반드시 행정심판을 거쳐야(행정심판 전치주의) 한다.

 

심판원은 우선 A법인이 문제의 땅을 판 뒤 (건물)착공신고가 이뤄진 점 등에 비춰 A법인 보유 당시 시공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해당 토지를 비사업용 토지로 봐 법인세를 추징한 점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국세청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A법인이 납부한 토지 등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환급했다가 감사 지적에 따라 다시 부과한 경우이므로, A법인에게 토지 등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납부하지 못한 것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다”고 봤다.

 

심판원이 사실관계를 조사한 바, A법인은 2018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신고·납부의무를 이행하고 나서 쟁점토지가 업무용 토지에 해당된다며 관할 세무서에 토지 양도소득에 대한 법인세 경정청구를 제기했다. 세무서는 이를 적법한 경정청구로 받아들여 법인세를 환급했었다. 국세청은 그 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환급세액을 추징하면서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처분했다. 심판원은 “이런 과정을 살펴볼 때, A법인에게 법인세를 납부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한 국세청의 처분은 잘못”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결국 “미납행위에 대한 귀책사유가 없는 A법인에게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한 국세청의 처분은 잘못이므로 이를 빼고 법인세액을 다시 계산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정을 내렸다.

 

‘국세기본법’ 조항(제48조 제1항 제2호)에서는 “납세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산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납세의무자가 해당 납세의무를 모를 수 밖에 없는 정당한 사정이 있거나, 해당 의무 이행을 기대하는 게 무리라고 볼 사정이 있다면, 해당 의무를 게을리 한 점을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로 봐 세법상 가산세를 물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6.10.27. 선고 2016두44711 판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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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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