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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LED 모듈 무관세 쟁취의 기적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시대, 관세 외교의 전략적 가치

 

(조세금융신문=라인호 법무법인 삼양 관세전문위원) 최근 미국의 트럼피즘으로 대변되는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파고가 거세지면서 관세율이 국가 산업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부상했습니다.

 

이러한 시점에 10여 년 전 우리 관세전문가와 기업들이 주도해 이끌어낸 LED Assemblies(이하 LED 모듈)의 WCO(세계관세기구) 무관세 결정 사례는 현재의 무역 전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품목분류(HS Code) 하나가 어떻게 기업의 운명과 국가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지, 그 치열했던 기록을 되짚어봅니다.

 

◇ 8% 관세의 벽에 부딪힌 IT 핵심 부품

사건의 발단은 2011년 상반기, 한 중소 내비게이션 제조업체가 관세청에 LED 모듈 부품의 품목분류를 질의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이 물품은 조명기구로 볼 것인지, 반도체 디바이스로 볼 것인지에 따라 관세율이 8%에서 0%까지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국내 품목분류협의회와 본 위원회는 사안의 복잡성과 중요성을 고려하여 결정을 유보했고, 결국 2012년 3월 WCO HS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해 국제적인 판단을 구하기로 했습니다.

 

초기 국제 여론은 우리에게 매우 불리했습니다. 2013년 3월 열린 제51차 HSC에서 LED 모듈은 관세율 8%인 제9405호(조명기구)로 분류되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당시 투표에서 16개국이 8% 관세를 지지했고, 우리 기업들에 유리한 무관세(제8541호)를 지지한 국가는 일본, 캐나다 등 10개국에 불과했습니다. 더욱 뼈아픈 사실은 당시 한국 정부마저도 세수 확보 등을 이유로 8% 관세안을 지지했다는 점입니다.

 

◇ 민간 전문가의 투입과 역전의 발판

다행히 일본 등의 이의 제기로 재심의 기회가 생기자, 삼성전자 등 국내 업계는 2013년 7월부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습니다.

 

업계는 관세전문가로 WCO 근무 경력이 있는 라인호 관세사와 관세 행정 전문가인 신일성 부회장 등 당시 Deloitte 안진의 전문가 팀에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LED 모듈은 한국이 수출 우위를 점한 핵심 품목이었기에, 무관세 확보 여부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직결되는 사안이었습니다.

 

당시까지 관세 분야에서 민간 전문가가 직접 국제기구를 상대로 각국 대표를 설득하여 표결에 영향을 미친 선례가 없었기에 성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하지만 전문가 팀은 올림픽 유치 활동과 같은 치밀한 외교 전략을 관세 분야에 접목하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먼저 일본 재무성 및 주벨기에 일본대사관과 공조 체계를 구축하여 현지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했습니다.

 

◇ '20대 20'의 혈투와 타겟팅 전략

2013년 9월 열린 제52차 HSC 현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였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강대국들은 이미 본국의 확고한 지침을 받고 참석했기에 설득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전문가 팀은 전략을 수정하여, 본국의 명확한 지침 없이 참석하는 경우가 많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등 후발국 대표들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전략은 주효했습니다. 회의장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우리 측 주장에 동조하며 10표를 던졌고, 스리랑카 등 후발국들의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압도적 패배를 예상했던 분위기를 뒤엎고 20대 20이라는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내며 최종 결정을 다음 회기로 미루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압도적 승리

운명을 가를 제53차 HSC(2014년 3월)를 앞두고 대응은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일본 재무성과 3차례 이상 접촉하며 공동 계획을 수립했고, 아프리카권 설득을 위해 잠비아 재무부 장관 출신 전문가와 공조했습니다.

 

양국은 지지국 확보를 위해 13개 타겟 국가의 본국 정부와 대사관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설득 작업을 펼쳤습니다. 특히 지난 회의에 불참했던 국가들의 참석을 독려하고 지지 표를 확약받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습니다.

 

최종 투표 결과는 27대 18, 무관세를 주장한 우리 측의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이 결정으로 LED 모듈은 무관세 품목인 제8541호로 확정되었습니다. 이는 원천 기술과 제조 특허를 보유하며 수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우리 기업들에게 막대한 원가 절감 효과와 글로벌 경쟁력 상승을 안겨준 쾌거였습니다.

 

◇ 일본의 민관 협력 모델이 주는 교훈

이 과정에서 우리가 깊이 반성하고 배워야 할 점은 일본의 대응 방식입니다. 일본은 재무성, 경제산업성, 산업협회, 그리고 개별 기업이 일찌감치 하나의 목소리를 내며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공조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부처 간 혹은 이해관계자 간의 의견 일치가 늦어져 초기 대응에 혼선을 빚기도 했습니다. 향후 국가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혼연일체가 되어 대응하는 '의견 일체화'가 절실함을 보여줍니다.

 

◇ 결론: 트럼피즘 시대, 관세 외교가 곧 국력이다

10여 년 전의 이 사건이 오늘날 우리에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현재의 글로벌 통상 환경이 그때보다 훨씬 더 가혹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트럼피즘으로 상징되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하에서, 관세는 단순한 조세를 넘어 상대국 산업을 견제하는 강력한 무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1~2%의 관세율 차이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고, 특정 품목의 분류 결정 하나가 수조 원대 산업의 생사존망을 결정짓는 시대입니다.

 

LED 모듈 사례는 단순히 운 좋게 무관세를 얻어낸 기록이 아닙니다. 그것은 치밀한 정보 분석, 민관 전문가의 전략적 협력, 그리고 국제사회의 역학 관계를 이용한 고도의 외교전이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이제 우리도 과거의 수동적인 대응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는 품목분류 이슈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각국을 상대로 한 설득 작업을 강화하여 우리에게 유리한 국제 표준과 관세 입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품목분류는 더 이상 관세사나 실무자만의 영역이 아닙니다. 그것은 국가 산업 전략의 핵심이며, 총성 없는 경제 전쟁의 최전선입니다.

 

10년 전 우리가 일궈낸 승리의 경험을 자산 삼아, 더욱 거세질 글로벌 관세 장벽 앞에서 민과 관이 전략적으로 단결하여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지켜내야 할 때입니다.

 

[프로필 ] 라인호 법무법인 삼양 관세 전문위원

• 관세사/행정사/보세사

• 한국세관역사연구위원(현)

• 법무법인 삼양 전문위원(현)

• 서울/인천/인천공항세관 관세심사위원 역임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역임

• 공채관세사 관세평가시험 출제 및 채점위원 역임

• 딜로이트 덕진관세법인 대표관세사 역임

• KPMG 세정관세법인 대표관세사 역임

• 세계관세기구(WCO, 브뤼셀소재) 관세평가팀 파견 연수

•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공주사범대학교 부속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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