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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 칼럼] 노친네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 등록 2015.06.06 14:57:46

 

조영석.png
조영석 교수
(조세금융신문) 우리는 어떤 사람 또는 집단이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을 할 때 그들을 폄하하는 뜻으로 속어를 사용하여 비난한다.

 
그래서 어느 집단이든 비칭이 있다. 벼슬아치, 장사치, 직돌이, 땡중…. 하다못해 선생님도 선생질 (노릇)이라는 속어가 있다.


 ‘노친네 : 노파의 경상도 방언’


사전에 보면 노친네는 경상도 방언으로 노파를 일컫는다. 노친네는 사전적 의미로는 늙은 여자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지만 실제 남녀를 불문하고 늙은 사람을 비아 냥거리는 뜻으로 쓰고 있다. 말하자면 노친네에는 세간의 정서가 묻어있는 셈이다.


버스나 전철에서 젊은이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짚고 있던 지팡이로 바닥을 내리치며 버릇없는 놈이라고 호통 치는 할아버지. 젊은이는 나이에 눌려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고 만다. 이때 젊은이의 마음이 어떠냐고 물어볼 필요 없다.


같은 말을 계속적으로 내뱉으며 상대방을 힐난하는 노인, 불평불만으로 말을 시작해 결국 불평불만으로 끝내는 노인, 산에서 술 먹고 놀다 귀가하며 전철에서 계속 술 마시는 노인, 지하철에서 라디오 크게 틀어 같이 노래 따라 부르는 노인, 출퇴근 시간에 자전거 칸도 아닌데 자전거 끌고 마구잡이로 승하차하는 노인 등 이해할 수 없는 언동을 하는 노친네들이 많다.


전철에서, 상점에서, 비행기에서,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사람의 눈을 시리게 하는 사람들 중에는 노인들이 많다. 어른은 없고 노인만 가득하다. 아이들이나 젊은이들은 이런 노인들을 노인 전체로 오버랩하며 바라본다.


노인들은 아직도 자신들을 존경의 대상으로 인식하거나 세상 경험이 많아 그만큼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여기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세간의 눈은 이들에 대한 존경심이나 경외심은 이미 없다. 노인을 최소한의 보호 대상으로도 보지 않는다.


누가 오늘날 노인을 존재없는 존재로 만들었을까. 노인들이 갈 곳 없어 삼삼오오 무리지어 시간을 죽이 듯이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거친 언사만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는 이유는, 1960~80대를 거치며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가치있는 삶이 아니라 격조 높은 담론이 아니라 그냥 그 날을 살아남는 것이었다. ‘가장은 가족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아버지의 계율은 그들에게 그대로 묵시록이 되었다. 가족만 존재할 뿐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도 없던 시절이었다.

그들에게 인내란 경쟁을 포기하는 것과 같았고, 격조 높은 삶이란 내일을 담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곧 경쟁이었고, 나는 곧 가족이었다. 그들에게 교양이란 거추장스러운 연미복과 같은 거였다. 나를 돌아보는 것은 눈꼴사나운 사치였다.

이제와서 교양과 새로운 세계관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에게 노인은 그냥 거친 노친네에 불과한 것이다. 과거 그들의 헌신과 땀은 젊은이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오늘을 그런 모습으로 사는 노친네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노친네 어떻게 할까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이란 게 있을까. 젊은이가 기품 있는 건 생소하다. 늙은이가 팔팔하게 움직이면 눈에 띨 일이다. 젊은이는 젊은이답게 싱그러우며, 늙은이는 나이든 만큼 기품을 유지한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사람은 늙어갈수록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유연성과 탄력성이 부족해져 간다. 굳어져가는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공간 하나를 만들어야 한다. 그 따뜻한 마음은 그 사람의 기품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공간 하나를 어느 날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착하게 살고 싶다고 해서 그렇게 살아지는 게 아니다. 착하게 사는 것도,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평생을 연 습해서 노후에 기품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지 늙어서 기품있게 살겠다는 다짐만으로 그렇게 살 수 없다.


18세기 불란서 작가 앙투안 프랑수아 프레보(Antoine Francois Prevost, 1697년~1763년)는 우리에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부부를 맺고 있는 고무줄이 오래 가려면 탄력 좋은 고무줄로 만들어야 한다’라고 일러준다. 탄력성 좋은 고무줄은 부부 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에서도 필요하다.

자신의 주장만 고집하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나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다른 사람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는, 귀찮거나 손해나는 일이라도 기꺼이 감수하는, 그런 성숙한 사고가 기품있는 노년을 만든다. 이런 사람에게는 언제나 그윽한 향기가 난다. 그런 향기 나는 사람을 이웃으로 둔 사람한테도 역시 같은 향기가 난다.

꽃이 때로는 따뜻한 햇볕으로, 때로는 거친 바람으로, 때로는 흥건히 젖을 정도의 비로 오랜 기간 동안인 결과로 향기를 내듯이, 사람도 때로는 사랑으로, 때로는 소태처럼 쓴 풍찬노숙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 갈 때 그 향기를 낼 것이다.


 ‘인생의 목적은 감성적인 행복이 아니라 성숙이다. 성숙한다는 말에 붙어있는 말은 통증이다. 통증 없는 성숙은 불가능하다.’


서울대 윤대현 교수가 그의 저서 《하루 3분, 나만 생각 하는 시간》에서 말한 ‘통증의 결과로서 얻어지는 성숙’에 진정으로 동의한다.

 

조영석 : 부천대 교양학부 교수  unclejoe@hanmail.net
전) (주)Consulting & Service 대표이사
REM 연구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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