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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법률] 이성로의 이자 이야기, 베니스의 상인과 계약 자유의 한계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

  • 등록 2014.12.21 2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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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을 보면, 샤일록이라는 유태인이 돈을 빌려 주면서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면 ‘살(肉)’ 1파운드를 대신하여 달라는 약정을 하고 나중에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하자 정말로 살 1파운드를 도려내려고 재판까지 가게 되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재판관은 ‘차용증에 살만 언급되어 있고 피에 대한 언급이 없었으니 살을 도려내되 피를 흘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기지를 발휘한다. 그러나 이는 법을 공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판결이다. 만일 위 희곡에서처럼 ‘채무변제를 못하면 대신 살 1파운드를 주겠다는 약정이 유효하다’는 전제에 서게 되면 사람의 살을 베는데 피는 당연히 흘리게 되어 있으므로 ‘살은 베는데 피는 흘리지 않게 하라’는 판결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위 희곡에서 재판관은 채무변제 대신 살을 베라고 판결하여야 하는가? 우리법제에 의하면, 그것도 아니다. 혹 당사자 사이에 채무변제 대신 살을 주겠다고 하는 약정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러한 약정은 무효이므로 굳이 채무자가 이 계약의 내용을 이행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가치적인 측면에서 재물과 인간의 생명신체는 비교나 대체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며, 이를 인정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 법제에서는 정상적인 권리능력과 행위능력을 가진 성인이 자유의사에 기하여 계약을 하여도 일정한 경우에 그 효력을 부인하게 되는데 그 기준이 바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가? 아닌가?로 판단한다. 이에 대한 몇 가지 개별법의 예를 보면, ‘이자제한법’에서는 아무리 자유의사에 기하여 약정을 하였다고 하여도 연25%의 이율 이상 이자는 무효로 본다. 그 이상을 받는 것은 경제적 약자인 금전차용인에 대한 수탈로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에서는 성인이 자유의사에 기하여 성매매의 약정을 하였더라도 이를 금하고 있다. 성매매 행위는 선량한 성 풍속과 사회질서를 해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택임대차 보호법에서는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1년 임대차기간 약정을 하여도 임차인이 2년을 살겠다고 하면 2년의 기간이 보장된다. 경제적으로 약자인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이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개별법의 규정들은 이외에도 많이 있는데, 이러한 개별규정들이 없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 민법 제103조에서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일반적인 규정을 그대로 명문화하고 있다. 모든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추상적이고 불확정적인 내용이지만 불가피한 선택이고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판례에 의해서 구체화될 수밖에 없다. 우리 판례에 의해서 형성된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에 반한 행위들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첩 계약은 무효이다. 따라서 첩 계약을 이유 없이 파기해도 손해배상책임은 없다. 나아가 본처가 사전 승인하여도 무효이다. 허위진술의 대가로 금품을 주기로 하는 등 범죄행위를 내용으로 하는 계약도 무효이다. 신체의 자유를 심하게 제한하는 계약, 예를 들면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장학금을 준 회사에 계속해서 근무한다는 계약, 절대 이혼하지 않는다는 계약, 회사 근무 중에는 결혼하지 않는다는 계약 등은 무효이다. 지나치게 사행성이 강한 계약도 무효이다. 예를 들면 도박, 경마, 복권 등의 계약을 법률이 허용하는 외에 사적으로 하면 무효이다.

중세는 그리스·로마문화의 재생에 의한 르네상스에 의해 무너졌고 르네상스의 가장 중요한 사
상적인 기반이 인본주의의 대두였다. 근대에는 이 인본주의가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 사상적으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바탕으로 한 자유와 평등사상이 지배하는 시대이다. ‘자유’의 내용 중에는 ‘자기행동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포함되며, 사생활의 영역에서 자기행동을 결정할 권리를 사적자치의 원칙이라 한다. 그런데 이 사적자치의 원칙은 무제한이 아니다. 바로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은 우리 민법의 독자적인 규정만이 아니고 독일 민법전에도 있고 프랑스 민법전에도 있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중학교 시절 읽을 때는 희곡 중 재판장의 판결이 정말 지혜로워 보였다. 그러나 법을 공부하고 나서는 희곡 중 재판장 판결이 법의 최소한의 상식에도 벗어나 있음을 알게 되었다. 희곡이 허구라 할지라도 탄탄한 기초 논리와 상식에 바탕을 둔 이야기 전개가 호소력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인데 조금은 아쉬웠다. 셰익스피어가 그것을 몰랐을까? 당시는 중세였다. 그리고 영미법의 체계는 법전이 없었고 판례에 의해서 형성되었다. ‘선량한 풍속 사회질서’라는 추상적이고 불확정적인 개념이 당시 영국에 존재했다고 보기 힘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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