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국세청 국감서도 '조국' 공방

2019.10.10 15:01:11

혐의 없이 의혹만으로 세무조사하면 ‘위법’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10일 열린 국세청 국감에서도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의혹 관련 세무조사를 촉구하는 야당과 법 준수를 강조하는 여당간 첨예한 대립이 발생했다.

 

특히 여당은 현 정권이 국세청 세무조사에 개입할 수도 있다는 의미의 야당 의원 질의 내용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조 장관 관련 공방은 첫 질의에 나선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서부터 시작됐다.

 

엄 의원은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2015년 19억 상당의 토지를 상속받은 것과 관련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엄 의원은 “(엄 의원실에서) 확인한 바로는 상속세 신고를 안 했다”며 “국민들 의혹 소명을 과세당국이 해달라.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제보를 하면 조사를 하는 게 맞다”고 촉구했다.

 

김현준 국세청장은 "개별 사안이라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상속인이 여러 명 있는 경우 이 중 한 명만 신고하면 된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하지만 야당은 공세 속도를 낮추지 않았다.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 교수의 차명투자 의혹, 소득세 탈루 의혹, 전 제수씨 카페 운영비용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을 제기했다.

 

최 의원은 이와 관련 세무조사 요청서를 국세청에 보냈고, 명의신탁이나 증여가 탈세를 노린 것이란 의혹인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세무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청장은 “언론 보도만으로는 구체적 사실관계가 확인 안 돼 현 단계에서 탈루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검찰수사 결과와 법원 재판과정에서 실체가 드러나면 종합적으로 검토해 세법상 조치할 부분을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도 “권력자에게도 공평과세가 살아 있음을 보여달라”며 조 장관 일가 세무조사 촉구에 목소리를 보탰다.

 

여당 측은 담담한 분위기였지만,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청와대와 여당이 세무조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발언에 이르자 의사진행을 끊고 강력히 항의했다.

 

추 의원은 “여당과 청와대가 작금의 상황에 대해 국세청에 여러 주문을 할 수 있는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징세행정을 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는 탈세를 발생했다고 의심할 만한 구체적인 혐의사실이 있을 경우 착수할 수 있다. 단순 의혹이나 잘못된 사실에 기초한 제보의 경우 세무조사를 할 경우 조사권 남용에 따른 위법행정이 된다.

 

국회의원, 청와대, 심지어 국세청장조차도 근거 없이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하도록 권한을 통해 압력을 행사했을 경우 심각한 법 위반이 된다.

 

실제 국세청은 2017년 10월 민간위원회 중간조사 등을 통해 '고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한 태광실업 세무조사, 김제동 소속사인 다음 기획 세무조사 등에 대해 외압 가능성이 있었을 수 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공개적인 유감을 표명한 바 있다. 이어 2018년 1월 정부와 국세청은 외부TF 활동을 통해 세무조사 외압을 근절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개혁작업을 한 바 있다.

 

특히 추 의원의 ‘여당과 청와대가 국세청에 여러 주문을 할 수 있다’는 발언은 현 정권의 국세청 관련 개혁 작업을 부정한다는 의미뿐 아니라 현 정권이 조 장관 세무조사를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마저 남겨 여당 의원들로부터 강력한 반발을 받았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이 제기한 의혹만으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누가 장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동서학원, 홍문종 의원의 경민학원에 대해 사학비리 의혹을 제기한다고 해서 국세청이 다 세무조사하지 않는다”며 “황교안 대표 부인의 금융자산이 수십억원 늘었고, 황 대표가 변호사 시절 전화변론에 따른 수임료 탈세의혹도 국세청이 세무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감에서 세무조사하라고 해서 국세청이 세무조사하면, 그것이야말로 법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강 의원은 또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세청의 주요 권한을 축소하는 게 소신이라고 밝혔다고 국세청이 후보자의 일가친척까지 다 세무조사할 수 있나”라며 “탈세의혹들이 언론에 제기된다고 해서 먼지털이식으로 조사하고, 그 조사내용을 언론에 뿌리고 이런 일이 국세청에서 있을 수 있나”하고 물었다.

 

그는 “국세청이 기득권을 유지를 위해 과세정보를 유출하거나 세무조사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 침해이며, 국세청이 자기 기득권 지키는 타락한 행위”라며 에둘러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감 속기록을 통해 ‘여당과 청와대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여러 주문을 할 수 있는데’란 추 의원의 발언을 짚으며, 김 청장에게 청와대와 여당에서 조 장관과 관련 세무조사하지 말 것이란 주문을 했는지 물었다.

 

이와 관련 김 청장이 “없었다”고 답하자 조 의원은 “여당 고위당직자로서 이에 대한 일체의 주문이 없었다는 사실관계를 말씀드린다”며 “(국세청은)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지 말고 본연의 위치를 지키고 세정서비스에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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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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