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두천 -0.8℃맑음
  • 강릉 1.0℃맑음
  • 서울 0.5℃맑음
  • 대전 -0.8℃맑음
  • 대구 2.6℃맑음
  • 울산 2.3℃맑음
  • 광주 0.2℃맑음
  • 부산 4.9℃맑음
  • 고창 -2.0℃맑음
  • 제주 4.2℃맑음
  • 강화 -1.0℃맑음
  • 보은 -2.2℃맑음
  • 금산 -1.1℃맑음
  • 강진군 0.6℃맑음
  • 경주시 1.2℃맑음
  • 거제 3.5℃맑음
기상청 제공

2026.03.07 (토)


[전문가 칼럼] 노후에 어디에 살 것인가(Ⅰ)

  • 등록 2015.03.09 17:46:41

시골에서는 한두 시간 내 응급센터에 도달하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크기변환_금융조세2월_디지털매거진.jpg
(조세금융신문) 노후에 이사를 다니는 것은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행위다

100세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은퇴 후 30~40년을 살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력이나 건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어디에 살 것’인가 하는 문제다. 젊었을 때와 달리 노후엔 오랫동안 살아왔던 지역을 떠나 중소도시나 농촌에 새로운 터전을 마련한다는 게 쉽지 않다. 이는 기존 주택을 팔고 새로운 주택을 사는 것과 같은 단순한 사실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후에 이사를 하게 되면 이사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고 정신적, 신체적 건강과도 직결된다. 이웃의 70세된 노부부는 아들 대신 손주를 중학생이 될 때까지 키웠다. 할아버지는 손주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자 보고 싶은 나머지 할머니를 남겨둔 채 손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으로 간지 6개월 쯤 되었을 때 할아버지는 갑자기 심장 발작으로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다 결국 손주를 데리고 같이 귀국했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그랬냐 싶게 아무 일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늙은 사람이 생경한 지역에 가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다 결국 심장 발작까지 온 게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노년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면 전에 살던 곳으로 매일 출근하다시피 놀러가는 사람이 많다. 그나마 전에 살던 곳에 쉽게 갈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이사가게 되면 그동안 그려왔던 삶의 소중한 흔적들을 상당 부분 잃게 되고, 내내 그 흔적들을 그리워한다.

한국전쟁 때 북한을 떠나 남한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노후에 어디에 살 것인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가 된다.

남자의 로망, 전원주택에 거주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가

남자들은 은퇴 후 거주지로 시골을 선호하는 경향은 뚜렷하다. 남자는 통상적으로 여자보다 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생존해야 했기 때문에 은퇴하면 그런 경쟁사회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보상심리가 깔려있다. 또한 남자들은 직장 단위의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왔기 때문에 퇴직 또는 은퇴 후에는 직장 단위의 네트워크는 무너지고, 여성에 비해 사회관계망은 좁아지는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굳이 번잡한 도시보다는 한적하고 나를 돌아다볼 수 있는, 게다가 이제 긴 여정을 끝내고 가족과 편안하게 지내고 싶다는 욕구로 시골 또는 농촌을 선호하게 된다.

동네 밖 주택, 동네 안 주택

거주지로 시골을 선택하더라도 생각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다. 언론 매체에서 다루고 있는 성공한 사례만 보고 시골행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다. 우리가 시골에 있는 집을 고를 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는 동네와 조금 떨어져 있는 주택을 선택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네 안에 있는 주택을 선택하는 것이다. 도시에서 시골로 내려가려는 사람들 대부분은 동네와 조금 떨어진 주택을 원한다. 이런 곳은 세컨 하우스로 주말에 쉬는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모르겠지만 상시 거주하는 용도로 선택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이야기 상대를 구할 수 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방범이나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누구에게서도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동네 안에 있는 집을 선택해도 문제는 남는다. 대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내려간 사람들은 평생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몸에 밴 사람들이다. 세상에 대한 지식도 많고 사회적인 지위, 평판도 인정받은 사람들이다. 문제는 이런 성향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동네 사람들과 원만하게 어울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아직도 시골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의 전원주택을 꼭 마련하고 싶다면, 좀 비싸긴 하지만 일단의 전원주택이 조성된 마을을 선택하면 그나마 낫다. 같은 수준의 사람들이 모여 살기 때문이다.

집 관리를 할 수 있는가

아파트는 일정한 관리비를 내면 관리실에서 일차적인 관리를 해주지만 시골집으로 이사를 가면 스스로 집을 관리해야 한다. 무너진 곳이 있거나 누수가 발생한 곳이 있으면 보수하는 것은 물론 주기적으로 페인트칠을 하거나 각종 시설물을 관리해줘야 한다. 이런 노고를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 자세가 중요하며, 손에 뭔가 묻히기 싫어하거나 못 하나 박아본 적 없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타입이라면 시골행 버스를 타서는 안 된다. 한 겨울에도 추운 들판에 나가야할 일이 생기고, 고장 난 보일러를 수리하기 위해 자다 일어나거나 추위에 떨어야 할 일이 생긴다. 이런 노고를 마다하면 전원생활은 힘들다.

시골에는 도시가스가 없다

전원생활은 난방문제가 의외로 힘들다. 단열은 사용하는 재료와 시공하는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반적으로 단독주택의 단열시공은 아파트에 비해 형편없다. 특히 외풍이 심해 어지간한 난방비를 들이지 않고는 추운 겨울을 감내해야 한다. 더욱이 난방기기로는 거의 대부분 기름(등유)보일러를 사용하므로 도시가스와는 비교 안 될 정도로 많다. 한 겨울에 한 달 기준으로 기름보일러 난방비는 도시가스에 비해 대략 1.5~2배 정도 더 나온다. 시골은 겨울이 길어서 10월 말부터 4월까지는 보일러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서 요즘에는 화목보일러를 겸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에 벽난로를 설치하기도 한다.

응급센터가 없다

시골에는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위해 보건소를 두고있지만 이는 일상적인 질병 치료를 위한 의료시설이지 응급진료를 위한 의료시설이 아니다. 시골에서는 한 두 시간 내에 응급센터에 도달하지 않으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해 둬야 한다. 노인이 되면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은 질병을 한두 가지는 달고 산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질병 때문에 수시로 병원에 드나들어야 한다. 도시에서야 도보로 몇 분만 나가면 의원과 약국이 지천이지만 시골은 전혀 그렇지 않다. 차량을 이용하지 않으면 보건소나 병원에 갈 수 없다. 그러니 전원생활은 건강한 젊은 노년이라면 모를까 늙은 노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조영석 부천대 교양학부 교수

이 력 : 전) (주)Consulting & Service 대표이사, REM 연구소소장
이메일 : unclejoe@hanmail.net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