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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7 (금)


[이슈 체크] 개별 손보, 1조 투입해야 생존…‘5대 손보’ 재편 시나리오

한국투자금융 단독 참여로 유효경쟁 미성립
예보, 재공고 검토…불발 시 계약이전 절차 가능성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예별손해보험(옛 MG손해보험) 공개매각에 또다시 제동이 걸렸다. 본입찰에 한국투자금융지주만 단독 참여하면서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매각이 유찰됐다.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추진돼 온 매각 작업이 이번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어제(16일) 마감한 예별손보 본입찰에 한국투자금융만 최종 인수제안서를 접수했다. 앞서 예비입찰에는 한국투자금융을 비롯해 하나금융지주,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 등 3곳이 참여했지만, 실제 본입찰까지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한국투자금융 한 곳 뿐이었다.

 

국가계약법상 공개 경쟁입찰은 최소 2곳 이상이 참여해야 성립한다. 결국 이번 매각은 유효경쟁 미성립으로 유찰됐다. 예보는 단독 응찰자를 포함한 잠재 매수자들의 인수 의사를 다시 확인한 뒤 매각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재공고 입찰에 나설 방침이다. 반대로 추가 매각 동력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공개매각 절차를 접고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손해보험사로의 계약이전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이와 관련 예보 관계자는 “단독 응찰자를 포함한 잠재 매수자의 인수 의사를 타진해 매각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재공고 입찰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 인수 전략보다 ‘버틸 체력’ 문제

 

이번 유찰을 단순히 응찰자 수 부족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시장에서는 예별손보를 통상적인 매물이 아니라, 인수 이후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한 구조조정형 자산으로 보고 있다. 결국 판단의 기준이 인수 가격 자체보다, 인수 후 부담해야 할 자본 확충 규모로 옮겨가 있다는 의미다.

 

예별손보는 MG손보가 2022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뒤 예보가 100% 출자해 설립한 가교보험사다. 2025년 9월 금융위원회가 MG손보의 계약이전 및 영업정지 처분을 의결하면서 보험계약과 자산이 모두 예별 손보로 넘어갔다. 이번 매각은 MG손보 시절을 포함하면 여섯 번째 시도다.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재무 부담이다. 예별손보로 계약이 이전되기 전 MG손보는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2020년 이후 5년간 누적 순손실이 약 5000억원에 달했고, 지난해 상반기 기준 지급여력(K-ICS)비율이 경과조치 전 –19.34%, 경과조치 후 –23.01%로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30%를 크게 밑돌았다. 같은 기간 가용자본은 –1927억원, 요구자본은 8569억원으로 집계됐다.

 

현 상태에서 지급여력비율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급여력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뒤 100을 곱해 산출한다.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30%를 맞추려면 가용자본이 요구자본의 1.3배는 돼야 한다는 뜻이다. 요구자본이 856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필요한 가용자본은 약 1조1140억원이다. 현재 가용자본이 –1972억원인 만큼 권고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약 1조3000억원 안팎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총 1조원대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예보가 7000억~8000억원 수준의 공적자금을 선투입하고, 인수자가 5000억원대 자금을 분담하는 구조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같은 조건은 다른 보험사 매물이 동시에 거론되는 시장 환경과 맞물리며 예별손보의 매력도를 더욱 낮추고 있다. 현재 롯데손해보험과 KDB생명 등도 잠재 매물로 언급되는 상황에서, 인수 후보자 입장에선 선택지가 분산된 셈이다. 단순히 보험업 진출이나 포트폴리오 확장이라는 전략적 필요성만으로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졌고, 자본 확충 부담은 물론 건전성 회복 가능성과 영업 기반 재건 여지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볼 수밖에 없다.

 

이번 본입찰에 한국투자금융만 단독으로 참여한 배경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자산운용·저축은행·캐피탈 등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보험 계열사는 없어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공백이 있는 상태다. 보험사를 편입할 경우 종합금융그룹 체제를 한층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간 시장에서도 유력한 잠재 인수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실제 한국투자금융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도 생명·손해보험사를 포함한 다양한 매물을 검토 중이며, 여건이 맞을 경우 연내 인수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략적 필요와는 별개로 예별손보는 인수 이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분명한 매물이다. 공적자금 지원 여지가 있다는 점은 일정 부분 완충 장치로 작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건전성 회복과 영업 정상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인수 직후부터 자본 확충과 조직 정비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구조라면, 단순한 ‘보험업 진출’ 이상의 판단이 요구된다. 결국 재무적 부담을 감내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전제돼야 가능한 선택이라는 의미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복수의 보험사 매물이 거론되는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인수 판단의 기준이 단순한 가격 측면에 머물기 어려울 것”이라며 “재무 건전성 상태와 추가 자본 투입 규모, 향후 수익성 회복 가능성, 영업 조직 재정비 여지까지 함께 검토해야 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후보자들의 의사결정도 한층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 재공고 vs 계약이전…남은 선택지는 제한적

 

예보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재공고를 통해 다시 경쟁을 붙여보는 방안이 우선 검토되겠지만, 시장 온도가 단기간에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매각이 다시 불발되면 당초 계획대로 5대 손보사에 계약을 이전하는 수순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에도 계약자 보호 원칙은 유지된다. 공개매각이 재추진되든, 계약이전으로 방향이 전환되든 예별손보의 보험계약은 조건 변경 없이 그대로 보호된다. 예보 관계자는 “보험계약자에게는 어떠한 불이익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유찰은 예별손보 매각이 단순한 입찰 성사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핵심 변수는 매각 가격이 아니라 인수 이후 필요한 자본 확충 규모와 정상화까지의 소요 시간이다. 매각 절차는 다시 조정 단계에 들어갔지만, 시장은 흥행 여부보다 향후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인수 주체가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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