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재부가 세수 재추계 발표 세 달만에 2.2조원의 추가 결손을 발견했다며 전망을 바꾸었다.
이로 인해 올해 세수 결손은 12.5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기재부 측은 10년치 평균 오차율을 보면 양호한 수준이라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정부에는 과도하게 불리하게(언더 슈팅), 윤석열 정부에는 과도하게 유리하게(오버 슈팅) 추계한 산물이란 점을 보면, 책임론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며, 올해 국세수입을 369.9조원으로 수정했다.
기재부는 지난해 2025 예산안 편성 시 올해 국세수입을 382.4조원으로 전망했다.
새 정부 6월 추경 당시 372.1조원으로 수정했는데, 법인세‧부가가치세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4.7조원, 부가가치세는 –4.3조원 등 총 –10.3조원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이번 9월 수정 재추계에선 소득세는 1.5조원(1.2%), 법인세는 0.1조원(0.1%), 상속·증여세 0.7조원(4.6%), 종합부동산세 0.5조원(11.1%), 농어촌특별세 1.1조(14.6%)도 상승이 전망됐다.
다만, 부가가치세 –2.4조원(-2.9%), 관세 –1조원(-12.0%), 교통세 –0.9조원(-6.6%), 개별소비세 –0.5조원(-5.5%), 증권거래세 –0.7조원(-18.4%), 인지세 –0.1조원(-12.2%) 등이 감소세를 기록했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올해 1~5월 1439원이던 원-달러 평균 환율이 6~8월 1379원으로 줄면서 수입분 부가가치세가 줄었다.
종합소득세는 배달라이더 등 영세 인적용역 소득자 소득세 환급 정책 등으로 –1.1조원 감소 영향을 미쳤지만, 근로소득세는 근로자 성과급 확대로 2.8조원 확대가 전망됐다.
이번 전망이 맞다면,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3개년도 예산안 세수결손 규모는 2023년(56.4조원), 2024년(30.8조원), 2025(-12.5조원) 등 거의 100조원에 달한다.
다만, 정부는 재정 운영에는 지장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매년 불가피하게 지출하지 못하는 예산 규모가 6~7조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측은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올해 세수 오차율은 3.3% 수준”이라며 “그 이전 10년 치 세수 오차 평균 비율(4.8%)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0년치 평균 오차율이란 것이 문재인 정부 때는 과도한 축소 추계, 윤석열 정부 때는 과도하게 과다 추계를 한 산물인 점을 보면 이러한 설명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오차율 3% 정도면 아주 큰 수준은 아닌 것 자체는 맞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3~5% 정도 오차는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의 최근 10년간 세수오차율을 보면, 다소 기막힌 우연의 흐름을 볼 수 있다.
한국의 각 연도 국세수입 세수오차율은 2015년 1.0%, 2016년 4.2%, 2017년 5.7%, 2018년 9.5%. 2019년 –0.5%, 2020년 2.1%, 2021년 9.5%, 2022년 –0.2%. 2023년 –14.1%, 2024년 –8.4%이다.
2024년 7월 9일 MBC 100분 토론에서 KDI출신이자 UCLA 재량경제학 박사 출신인 이혜훈 전 의원은 기재부가 세수 오버슈팅(세수 과다 추계)으로 정권을 지원하는 관행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세수를 과다 추계하면 예산을 많이 편성할 수 있고, 그렇게 짜준 예산으로 선거 경합지역에 예산을 뿌려 지지율을 얻을 수 있다는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 설명대로라면 기재부 세제실-예산실이 윤석열 정부 2023년, 2024년은 엄청난 수준의 오버슈팅을 쏴준 셈인데, 문재인 정부 2018년, 2021년에는 거꾸로 엄청난 수준의 언더 슈팅을 쏴준 셈이다. 언더 슈팅을 쏘면 예산을 축소 편성해 잘 될 곳도 어렵게 할 수 있다.
실제 2018년, 2021년 세수실적을 받아 든 문재인 정부 내에선 기재부가 조직적으로 정권 사보타주를 하는 것 아니냐 등 세제실 문책론이 제기됐다. 당시엔 코로나 19 대응을 위해 각국이 재정으로 대응하고 있었으나, 기재부가 예산을 내주지 않은 탓에 한국 정부는 자영업자에 대출 정도로 역할이 축소됐다.
2022년 2월 문재인 정부가 재차 코로나 19 대응을 위한 추경 마련을 요구했으나, 기재부는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세금이 없다는 이유로 1차 추경 규모를 억제했다.
그러다가 2022년 대선이 끝난 직후 2022년 3월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에서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50조원 2차 추경 편성을 발표하자마자 2022년 5월 기재부 세제실은 겨우 넉 달만에 53.6조원의 추가 세수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악‧최대 수준의 오버슈팅이었는데, 2022년 세수오차율은 –0.2%로 기록되긴 했지만, 실제 2022년 본예산(343.0조원) 대비 세수오차는 무려 15.4%에 달한다.
기재부 세제실은 나라지표 등 외부공표할 때는 추경 등 최종 수정안으로 예산안을 기록하는데, 윤석열 정부 2차 추경 당시 수정 예산안상 국세수입은 396.6조원이었다.
그러나 2021년 12월 국회 예산안 심의에서 내놓은 2022년 예산안상 국세수입은 343.0조원이다. 그것도 당초 기재부가 제시한 338.6조원이 너무 축소 추계라는 민주당 지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정부가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분할이 진행되고, 지속적으로 세수 재추계로 세수 흐름을 재관측하면 세제실이 정권 따라 언더 슈팅, 오버 슈팅으로 지적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주요국들은 예산과 세수추계를 각각의 축선에 놓고, 세수추계는 현금 흐름 측면에서 조정하고, 동시에 상황에 세율을 맞춰 위 또는 아래로 조정해 국가 현금흐름을 조정한다.
물론 주요국들도 재정정책에 있어 무한대 자유재량이 있는 건 아니고, 철저히 경제‧정치 상황과 세수 흐름의 영향을 받지만, 한국처럼 보수적 운용만 고집하진 않는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6월 19일 제26회 국무회의에서 “건전 재정과 재정 균형의 원칙도 중요하지만, 국가 재정을 이제 사용할 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조만간 국가재정법을 개정, 매년 9월 세수 재추계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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