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일본 초대형 은행(메가뱅크)들이 국내 저수익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외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침체와 초저금리 장기화로 국내 예대마진이 사라지고, 기업 대출 수요가 줄면서 수익의 무대를 해외로 옮기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였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보고서 ‘일본 메가뱅크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이유’를 통해 일본 메가뱅크들의 전체 수익 중 해외 비중이 70%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이 실제 국내 부문 수익 감소를 해외에서 만회하고 있었다.
미쓰비시UFJ의 경우 총자산 중 해외 비중이 2004년 24.0%에서 2024년 35.5%로 확대됐다. 미쓰이스미토모의 해외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 15.5%에서 42.3%로, 미즈호는 15.5%에서 38.3%로 증가했다.
이들 메가뱅크는 2008년 금융위기 시기 미국을 중심으로, 2010년 이후에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확대했는데 미쓰비시UFJ는 전 업권에서, 미쓰이스미토모는 은행 지분투자에서, 미즈호는 미국 자산운용을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하며 수익원을 다변화했다.
일본의 메가뱅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에는 국내 수익성의 한계가 있었다.
버블 붕괴 이후 장기 불황이 이어지고, 0%대 초저금리가 고착되면서 예대금리차는 1%p 이하로 축소됐다.
기업들은 자체 투자를 축소하면서 대출 등 외부차입을 늘리지 않고 내부 자본을 축적했고, 그 결과 대출자산 비중은 1995년 65%에서 2021년 42%로 떨어졌다. 예대율 역시 같은 기간 102%에서 64.5%까지 하락했다.
결국 일본 메가뱅크들은 더 이상 국내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성장성이 높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미국과 동남아 중심으로 자산운용·소비자금융·핀테크에 투자하며 글로벌 수익화 모델을 구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 한국 금융도 구조적 한계 직면
일본 메가뱅크들의 사례는 국내 시장에서 수익성 한계에 부딪힌 금융 산업이 해외 사업으로 확장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금융권에서도 서서히 비슷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생산가능인구가 2019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에 들어섰고 노동투입의 경제 성장 기여도는 2025~2025년 0.1%에서 2031년~2040년 –0.4%%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의 연간 매출액은 이미 국내 수출액을 넘어섰으며, 본원소득수지 중 직접투자소득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국내 금융회사의 성장 한계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대출 중심의 자산 확대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자금 조달 경쟁력 역시 일본보다 떨어진다. 결국 한국 금융권도 ‘규모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수익 중심의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다만 국내 금융회사들은 일본식 확장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단 한국 현실에 맞는 해외 전략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별·지역별 수익성과 자본 효율성을 감안해 현실성 있는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은행뿐 아니라 자산시장(주식) 성장, 디지털화(지급결제) 등 비은행 부문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의 주식시장이 MZ세대 중심으로 소액 투자와 모바일 주식 거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인도에서는 은행보다 규모는 작지만 비은행금융회사(NBFC)들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처럼 금융 수요가 다변화된 시장에선 현지 금융 생태계를 면밀히 분석하고, 진출 대상 산업과 파트너를 신중히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 대출 자산을 늘리는 양적 확장보다는 비은행 영역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감안한 질적 진출 전략이 요구된다.
이종수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도 중장기 경제 기반이 취약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므로 금융회사들은 향후 국내 수익 축소에 대응해 해외 진출의 점진적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일본 메가뱅크보다 자금 조달 경쟁력이 떨어지므로 대출 확대를 통한 해외 자산 확대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단기적 자산 성장보다는 수익성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비은행 산업의 성장세를 감안해 진출 대상을 신중히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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