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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현장 사망은 계속, 처벌은 ‘0’…대형 건설사 중처법의 빈틈

3년째 유죄 전무·수사 지연…정부, 과징금·원청책임 강화 카드 검토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된 지 3년,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는 사고가 끊이지 않지만 법정에서는 ‘유죄 0건’이라는 역설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28일 경남 의령의 한 고속도로 현장에서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숨진 데 이어, 8월 4일 경기 광명~서울고속도로 공사 구간에서는 감전 사고가 발생했다. 기업들은 안전 예산과 인력을 늘렸다고 주장하지만,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 현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 그러나 ‘처벌 0건’

 

정작 법정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진에게는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지만, 대형 건설사 경영진이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대형 건설사가 중처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고 공개 지적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지연된 수사와 재판이 자리 잡고 있다. 법 시행 초기 기소된 사건 상당수가 여전히 1심조차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피해자와 유족은 보상과 정의를 기다려야 하고, 사회적 경각심도 흐려진다. 법은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집행이 멈춘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건설사 가운데 실제 처벌을 받은 곳은 없다. 이는 안전관리자를 배치하고 제도적 요건을 형식적으로라도 충족시킨 결과”라며 “법 적용의 직접 대상에서 벗어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법 시행 기간이 아직 짧아 무용론으로 단정하기보다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허점을 보완해 제도를 성숙시킬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법리적 장벽과 제도의 추상성

 

전문가들은 대기업 처벌이 전무한 이유를 법의 구조적 한계에서 찾는다. 한 법학자는 “경영책임자의 범위가 모호해 피고인 특정이 어렵고, 사고와 경영진의 의무 위반을 직접 연결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원혁 대륙아주 변호사도 “중처법은 불과 16개 조문으로 사기업, 공기업, 행정기관까지 포괄하도록 설계됐다”며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가 추상적으로 규정돼 있어 무엇이 위반인지조차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판례를 통해 조문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입법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궁극적으로는 처벌보다 예방을 위한 실질적 지원 중심으로 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연구위원 역시 “현장에서는 여전히 비용 절감이 안전보다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다”며 “법이 추상적이다 보니 처벌보다는 책임 공방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정치권과 노동계의 대립, 그리고 구조적 갈등

 

정치권과 재계는 중처법 개정 방향을 두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경영진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안전 설비와 인력을 확충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청의 단순 과실까지 최고경영자가 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반대로 노동계와 야당은 대형사에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라며, 반복 사고 기업에는 징벌적 제재와 원청 책임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최근 국회에 발의된 ‘건설안전특별법’ 역시 매출 연동 과징금, 입찰 제한 등 강력한 제재 수단을 포함하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노조 측 주장과 건설사 측 주장은 모두 일부 타당한 면이 있다”며 “어느 한쪽만 배척하기보다 양측이 수용 가능한 정책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 시행 기간이 아직 짧아 성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노사와 정치권이 합의 가능한 제도적 해법을 내놓지 못하면 정작 현장의 안전은 개선되지 못한 채 공방만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는 사회적 합의의 부재다. 노동계는 안전 투자를 비용으로 전가하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사고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보고, 건설업계는 현실적으로 모든 사고를 경영진이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처법을 둘러싼 대립은 단순한 법 해석 차원이 아니라, ‘누가 얼마만큼의 사회적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갈등으로 귀결되고 있다.

 

◇ 예방 중심 전환 목소리

 

정부는 하반기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경영책임자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매출 연동 과징금, 입찰 제한, 면책 규정 여부 등이 논의 대상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형 건설사 사건들은 1심 판결조차 지연되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처벌 강화만으로는 사고를 줄이기 어렵다”며 “공사기간·공사비 증가를 사회적 비용으로 받아들이고, 안전 투자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병행돼야 기업도 실질적으로 투자 동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처법은 “기업이 안전을 비용이 아닌 생명의 가치로 인식하게 하자”는 합의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시행 3년이 지난 지금, 대형 건설사 현장에서는 사고가 이어지고 법정에서는 ‘유죄 0건’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성패는 법정 판결 그 자체가 아니라, 현장에서 다시는 같은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힘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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