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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국세청, 체납세금 1.4조 날렸다...'사실상 분식회계?'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감사원은 국세청이 2020년 말부터 2021년 6월 사이 누적 체납액 규모를 줄이기 위해 불법적으로 내부 시스템을 조작해 고액 체납자 등 체납세금을 탕감해준 혐의에 대한 감사결과보고서를 12일 공개했다.

 

감사원 집계 수치로는 1.4조원의 세금 손실을 봤다.

 

감사원은 당시 국세청장과 담당 국장에 대해 당사자 진술상 고의‧위법성 인식이 없다며 포상대상을 선정할 때 고려하라는 수준의 매우 가벼운 처분에 그쳤다.

 

일반 사기업으로 비유하자면, 1.4조원 초대형 회계 조작(분식회계)이 발생했는데 대표나 재무 이사는 몰랐다고 하니 넘어가고 팀장급 실무자만, 고발도 아닌 내부징계로 마무리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초대형 회계 조작은 조직 내 대규모 영향력이 가동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감사원의 부실 처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된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국세 체납징수 관리 실태’에 따르면, 국세청은 2020년 10월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누적 체납액 부실관리에 대한 지적을 받았고, 당시 국세청장은 국정감사에서 정확한 누적 체납액 금액이 집계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을 미루었다.

 

그러나 계속 미룰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국세청은 국회 지적사항에 대해 보고하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 이에 국세청은 국정감사 직후 누적 체납액을 임시 집계한 결과, 전체규모가 122조원에 달하자 누적 체납액을 얼마까지 낮춰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2020년 11월 국세청장과 당시 국세청 징세법무국장간 보고 과정에서 특별한 분석 없이 100조원 미만으로 누적체납액 목표를 설정했다.

 

 

 

국세청이 제시한 ‘100조원 미만’이란 목표는 처음부터 실현 가능하기가 어려웠다.

 

누적 체납액 공개시기인 2021년 6월까지 100조원 미만으로 숫자를 줄이려면 22조원이 넘는 막대한 체납세금을 정리해야 하는데, 2020년 한해 현금정리한 체납액이 10.6조원에 불과했다. 자연적으로 소멸시효가 완성돼 사라진 세금은 9.6조원 정도였다.

 

122조원이란 숫자엔 이미 체납정리 실적이 상당수 반영된 상태였다. 그 말은 122조원 중 일부가 장기 악성 채권이란 것이고, 일반적인 정리 작업은 커녕 고도의 추적조사로도 거둘지, 못 거둘지 알 수 없는 재산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그런데도 국세청은 조직적인 불법 허위조작을 감행해서라도 목표달성에 열을 올렸다. 이용한 주된 수단은 국세채권 소멸시효였다.

 

 

세금은 부과된지 통상 5년, 5억 이상 고액 세금은 10년까지만 징수할 수 있는데, 시한을 넘기면 체납세금(국세채권)은 소멸된다. 무리한 징수와 과도한 행정소요를 막기 위해서다.

 

다만, 재산 압류를 걸면 부과 소멸시효가 중단되는데, 압류를 풀면 다시 시효가 진행된다. 압류를 풀려면 징수하는 데 들어가는 돈보다 걷는 돈이 더 적어 손해가 날 때만 풀 수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결국 국세청 본부 징세법무국이 생각해낸 방법은 이미 오래된 압류 재산 중에 압류한 지 5년~10년된 체납재산을 찾아내 압류해제일자를 소급적용해 소멸시효를 앞당기는 방법이었다.

 

국세청은 2020년 11월 2일 일선 세무관서에 점검명세를 시달하면서 압류해제 대상에 법인 예금채권과 보험금 채권을 명세에 포함시켜 예금 추심일 또는 압류일로 소급해 압류해제토록 지시했다. 계좌압류를 해제하려면 잔고가 최소생계비용인 185만원 미만이어야 가능하다.

 

뿐 아니라 개별 체납액수가 큰 고액상습체납자들을 압류해제 점검명세에 포함시켰다. 이중 일부는 재산은닉으로 추적조사 대상에 선정된 사람들이었다.

 

 

국세징수법에 따르면, 고액체납자 압류 부동산은 등기가 말소되기 전까지는 압류 실익이 있어 압류를 유지해야 하지만, 국세청은 이를 압류한 날 기준으로 압류해제를 한 것처럼 꾸며 국세채권을 소멸시켰다.

 

국세청 징세법무국 징세과는 여기에 덧붙여 2021년 3월 17일 체납액 5000만원부터 2759억원 고액체납자 2만7633명을 선정해 이들의 소멸시효를 점검할 것을 점검명세 형태로 시달하고, 이 과정에서 5894명이 불법적으로 압류해제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중 354명은 추적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자들이었다.

 

국세청 징세법무국은 직원들 성과평가에 누적 체납액 감축 실적을 포함시켰다. 얼핏 상을 주는 것 같지만, 안 하면 채찍 맞을 각오하란 뜻이었다.

 

 

그렇게 해도 누적 체납액 목표 달성이 부족하자 아예 소멸시효 기산일을 직접 조작해 소멸시효가 지난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 감사원 측 결론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그렇게 부당하게 소멸된 채권은 2021년 한해 1조1891억원에 달했고, 이러한 관행은 2022년, 2023년에도 지속돼 1조4268억원의 국세 채권이 불법적으로 소멸됐다.

 

 

 

◇ 1.4조원 초대형 분식회계…수족만 징계하고 끝?

 

하지만, 감사원의 처분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감사원은 당시 국세청장(22. 6. 14. 퇴직)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21. 7. 3. 모 지방국세청장으로 퇴직)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직무상 권한남용으로 징계 대상이어야 하나, 이미 퇴직했으니 책임을 물을 수 없고 포상줄 때 이 사람들 주의하라는 수준의 통보만 보냈다.

 

감사원은 아직 국세청에 남아 있는, 당시 담당자 몇몇을 징계처분하라고 요구하긴 했는데 이들은 당시 조작의 단초가 됐던 ‘머리’가 아닌 ‘수족’ 정도에 불과하다.


감사원은 당시 국세청장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체납 정리 업무를 열심히 하는 취지였으며, 그 과정에서 고의 불법성 인식이 없다는 진술을 듣고, 고의성 입증 관련 증거가 없어 사안을 덮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 사안은 외형상 국세청 징세법무국 징세과 하나만 동원된 게 아니다. 인사평가, 감사, 각 지방국세청 체납까지 다수의 사람, 다수의 조직이 일제히 가담해야 조직적 비위 형성이 가능하다. 직접 당사자만 100~200명에 달하며, 간접 관여된 사람들까지 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따라서 이러한 비위가 발생하게 된 영향력의 원천을 찾는 게 핵심이다. 좋은 일 하려다가 잘못했으니 그냥 넘어가자고 덮을 만한 사안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영향력의 원천에 대한 추적을 할 수 있는 고발 의뢰 권한을 포기했다. 

 

한편, 국가공무원의 고의적 비위로 인해 국가가 손해를 입었을 경우 국가는 국가배상법에 따라 손배소를 청구하거나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연금제한을 걸 수 있다.

 

전제는 명백한 고의성 입증이며, 이는 수사 없이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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