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국내 전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의 ‘실제 운영 현황’을 점검하기로 하면서, 금융권 지배구조를 둘러싼 감독 당국의 점검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BNK금융지주 검사 연장을 시작으로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금융당국이 특정 금융지주에 국한하지 않고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겠다는 메시지를 공식화한 셈이다.
금감원은 14일 이달 중 KB·신한·하나·우리·NH농협·BNK·DGB·JB 등 국내 8개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전반의 실제 작동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내규, 조직 등 형식적 요건보다는 지배구조의 건전한 작동 여부, 모범관행 취지를 약화시키는 형식적 이행 등을 살펴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 ‘모범관행’ 이후 2년…왜 다시 점검하나
금감원은 그간 은행권과 함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2023년 12월 업계 및 학계와 공동으로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했고, 은행권은 2024년부터 이를 본격 이행해왔다. 모범관행에는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 이사회 독립성, 사외이사 평가체계, 지원조직 구축 등 4대 테마와 30개 핵심 원칙이 담겼다.
이후 은행권 지배구조는 관련 내규 정비와 위원회 구성 개선, 체계적 절차 마련 등 제도적 측면에서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장치들이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히 기능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이사회가 CEO 선임 과정에서 실질적인 검증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주요 의사결정을 사후 추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적으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사외이사의 견제 및 감시 기능 역시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제시됐다.
◇ BNK 사례와 겹치는 ‘형식적 이행’ 요소들
금감원이 이번 점검에서 예시로 든 사례들은 최근 금융권에서 불거진 지배구조 논란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CEO 연임을 앞두고 이사 재임 가능 연령 규정을 변경한 사례 ▲후보 서류 접수 기간을 형식적으로만 보장한 사례 ▲이사회 구성 다양성 지표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사례 ▲사외이사 평가를 설문에만 의존해 실효성이 떨어진 사례 등이 점검 대상에 포함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BNK금융을 둘러싼 회장 선임 절차 논란과도 구조적으로 겹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BNK금융은 최근 회장 연임 절차를 둘러싸고 후보 등록 기간과 외부 공지의 충분성, 이사회 검증 역할 등을 놓고 논란의 중심에 섰다. 금감원이 BNK금융 검사 기간을 연장하며 지배구조 이슈를 여신·리스크 관리 등 실질 경영 영역까지 연결해 점검한 배경에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 ‘연임’ 자체 아닌 ‘구조’ 본다
이번 점검의 핵심은 회장 연임 자체가 아니라,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와 과정의 투명성에 있다. 국내 은행지주 대부분은 지분이 분산돼 있어 특정 주주가 지배력을 행사하기 어렵고, 그만큼 이사회와 산하 위원회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이사회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경우 CEO 선임과 경영승계가 폐쇄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지적은 그간 반복돼 왔다. 금감원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단순한 규정 미비가 아니라, 운영 단계에서의 문제로 보고 점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최근 개정된 상법 취지에 맞춰 사외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대변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의 건전성을 높일 필요성도 점검 배경으로 제시됐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은행지주별 우수 사례와 개선 필요 사항을 발굴해, 향후 추진될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논의에 반영할 계획이다. 점검 결과는 은행권과도 공유해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모범관행의 형식적 이행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건전하게 작동하는 지배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이행 현황 점검과 검사를 통해 은행권 지배구조 선진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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