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카드사들이 코로나19 사태 중 양호한 실적을 냈음에도 인력 구조조정을 지속하고 있는 분위기다.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법정 최고 금리 인하 등 악재가 버티고 있어 당분간 수익성 방어를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가 불가피 하다는 입장이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카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등이 희망퇴직을 진행했거나 진행 중이다.
KB국민카드는 지난 2019년 이후 2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았다. 만 40세 이상 직원이 대상자로 선정됐고, 23명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평균 36개월 치 임금과 자녀학자금을 지급받았다.
하나카드는 1967년 이전 출생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이번 희망퇴직자들에게는 최대 연봉 260%에 상당하는 퇴직금과 의료비, 자녀학자금, 전직지원금이 지급됐다.
우리카드의 경우 2013년 은행의 신용카드사업 부문이 분사한 뒤 8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해당 희망퇴직자들은 입사 기간에 따라 2~3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자녀학자금을 받았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지난해 한 차례씩 이미 희망퇴직을 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한 카드 업계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에서 퇴직을 결정한 인원은 수십 명 수준으로 많지 않지만 향후 카드사 수수료율 재산정으로 낮아질 경우 과거 수백 명 희망퇴직을 받았던 분위기로 흐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 호실적이니 수수료 감축 여력 있다?…구조조정 확산 우려
잇단 희망퇴직 속 카드 업계의 시선은 올해 있을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결과에 쏠려있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순익과 직결되는데, 2007년 이후 3년 단위로 계속 내려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수수료 인하 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는 상황인 만큼 이번 역시 압박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3.1%(3801억원) 늘어난 2조264억원을 기록했다.
카드 업계 입장에서 가장 큰 문제는 지난해 실적을 두고 금융당국이 ‘수수료를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드 업계 실적에는 코로나19 특수성이 반영됐다. 고객들의 야외 활동이 줄어들면서 고비용이 투입되는 마케팅인 여행, 테마파크, 숙박 관련 이벤트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실질적으로 이익이 급등했다기보다는 덜 썼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불황형 흑자’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고비용 마케팅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실적이 좋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금융당국이 코로나 특수성을 배제하고 수수료를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법정 최고금리가 오는 7월부터 기존 24%에서 4%포인트 낮아진 20%로 적용되는 점을 고려하면, 카드사의 새 수익 창출 수단으로 거론되는 카드론 수익마저 지금보다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금융정보 통계시스템 확인 결과 8개 전업카드사 직원수는 2002년 2만6000명에서 18년 만인 2020년 1만2060명으로 반토막 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카드 업계 전반에서 신규 채용에 소극적인 반면 희망퇴직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올해 역시 직원수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수익성 방어를 위해 계속해서 인력 구조조정일 단행해왔다. 당장 전년도 실적만 보고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해 또 내리면 카드사들 입장에서 구조조정을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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