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100여일 남짓한 대선을 앞둔 여야 유력 후보들이 연일 세제 관련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작 공약의 실효성이나 실현 가능성에는 많은 의문을 낳고 있다.
조세 정책은 국가 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약 발표 이전에 신중한 연구와 검토가 필요한데도 민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분별없이 남발하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세금 제도는 여러 요인을 충분히 검토한 다음 타당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조세 제도의 안정성과 타당성이 떨어지면 국민의 조세 저항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16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 등에 따르면 윤 후보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면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종부세를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에 대해서는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택가격이 상승한 가운데 공시가격 현실화와 종부세율 인상 등으로 종부세 부담이 급증한 만큼 이를 해소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국세 세입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수는 5조1천138억원으로 전년 실적치 대비 42%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에도 올해 본예산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6조6천300억원이 걷힐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종부세수는 중앙정부 몫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 전액 배분하는 구조로, 재정이 열악한 지역에 조금 더 많은 재원이 가도록 설계돼 있어 종부세를 폐지하면 지자체가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또 종부세와 재산세 통합은 입법적으로 종부세법을 아예 폐지하는 '대수술'이 전제돼야 한다.
종부세 면제가 거론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올해 세법 개정을 통해 공시가격 기준 종부세 공제액이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이미 올라갔다. 시가 기준(공시가격 현실화율 70% 적용)으로 보면 15억7천100만원 이하 주택까지는 세금을 내지 않도록 세 부담을 낮춰준 것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애초에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전체의 2% 정도로 그리 많지 않고,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종부세 취지를 고려할 때 1주택자란 이유로 아예 세금을 안 내는 건 원칙에 안 맞는다"고 지적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후보가 우리 국민의 1.7%에 해당하는 집부자, 땅부자를 위한 종부세 감면론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부자본색’”이라며 “이미 엄청나게 오른 땅값과 집값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은 분들에게 세금까지 깎아 주자니, 도대체 이 분들에게 얼마나 더 몰아 주어야 한단 말이냐”며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청년본부는 연간 종합소득이 5천만원 이하인 20대 근로소득자·사업소득자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를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고 자산 증가 속도도 더딘 20대의 소득을 특별히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민주당 선대위 청년본부가 2017∼2019년 가구주 연령대별 평균 가구 소득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가구주가 20대인 가구의 소득 증감률은 0%였다. 반면 30대 가구 소득은 9.28% 증가했고, 나머지 40대(7.06%), 50대(3.40%), 60세 이상(5.77%)도 소득이 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소득 근로자의 상당수는 이미 면세 대상이다. 사회 경력이 짧은 20대의 경우 많은 수가 근로소득세 등을 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국세통계연보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근로소득자 1천917만명 중 면세자는 706만명으로, 면세자 비율은 36.8%로 집계됐다. 특히 총급여 1천만원 이하는 100%, 1천500만원 이하는 85.6%가 면세 대상이었다.
대기업 취업자와 비교해 근로 조건이 열악한 중소기업 취업자의 경우 5년간 최대 90%까지 소득세를 감면(과세 기간별 한도 150만원)해주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한 대학 세무학과 교수는 "제도 혜택이 필요한 20대 저소득자라면 이미 상당수가 면세 대상일 가능성이 크다"며 "대기업 근로자 등 초임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대에만 비과세 혜택을 주면 연령 차가 얼마 나지 않는 30대나 저소득 근로자 비중이 큰 고령층에서 반발이 일면서 세대 갈등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 다만 민주당 선대위는 해당 공약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거나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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