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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김태호·강민수·오호선, 차기 국세청장 유력 후보자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2023년. 국세청은 고요하게 저물어갔다. 용산은 국세청에 어떠한 변화를 요구하지 않았다. 은퇴한 퇴직자 출신 국세청장은 2년차 임기의 절반 을 채웠고, 유력 국세청장 후보자들은 나란히 자리를 지켰다.

 

과거 국세청은 서로 최고위직을 두고 밀고 밀려났다. 지금은 참고 버티는 싸움이다. 현재 유력 국세청장 후보자들은 휴전 상태지만, 저마다의 방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온은 언젠가 깨진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춰볼 따름이다.

 

 

양고심장약허(良賈深藏弱虛)

김태호 국세청 차장

 

사기(史記)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는 좋은 상인은 좋은 물건일수록 뒤에 두며, 덕이 높은 이는 겉보기에는 범용하다는 말이 나온다. 쟁탈의 시기, 공자는 군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죽고 죽이는 난세에 인의를 말하는 것은 답답한 소리로 여겨졌다. 공자는 입신으로 빛을 보진 못했지만, 군주들은 힘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공자의 철학은 동아시아의 철학이 됐다.

 

김태호 국세청 차장은 신중한 사람이다. 답답하다는 말이 나와도 서두르는 법이 없고, 자신을 내세우려 하지도 않는다. 청년 시절에는 학과가 맞지 않다는 이유로 1년의 세월을 바쳐 서울대에 다시 들어가기도 했지만, 참여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 도입을 사실상 진두지휘하고, TK정권 출범 후에도 국세청 조사2과장, 세원정보과장을 거쳐 국세청 조사기획과장과 국세청 운영지원과장 등 좋은 보직을 받았다.

 

다만, 국세청 본부 과장으로만 5년 7개월을 지낸 일은 석연치 않은 일로 회자된다. 이 시기 TK출신들은 훨훨 날았던 것에 비해 김태호 차장의 행보는 지나쳐 보일 정도로 더디었다. 일각에선 같은 영남 방언이라도 경북과 경남은 말씨가 다르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김태호 차장은 출생은 경주, 출신은 부산(고교)로 범TK였다. 가까우면서도 거리감이 있었다는 말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36회가 빠진 틈을 타고 많은 주자들이 앞서 나가려 했지만, 김태호 차장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했다. 2020년 1월 자산과세국장에 임명될 때 좋은 자리에 잘 갔다는 평가를 많았다. 그러나 좋은 결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였다. 윤석열 정부 후 행시 38회 주자들이 대거 빠지면서 김태호 차장에게도 길이 열렸다. 새 정부 인수위 시절, 국세청 내 TK 행시 자원은 말라붙을 지경이었다. 행시 37회 김창기, 행시 38회 김태호(당시 대구국세청장), 행시 39회 정재수, 행시 42회 박종희가 전부였다.

 

호사가들은 범TK인 김태호 당시 대구국세청장이 다시 위로 올라올지를 두고 갑을논박을 펼쳤다. 사람들이 몰랐던 것은 현 정부가 어느 정도나 내부 안정을, 가까운 사람을 중시하는지였다. 사람이 높은 곳을 가면 바뀐다지만, 김태호 차장은 크게 바뀌지 않은 듯 싶다.

 

범TK이자 서울대 86학번 경제, 그 밖에도 수십 년 공직에서 쌓아온 것들이 있다. 주요 주자 들 가운데 그는 겸양으로 자신을 두를 뿐 조바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좋은 물건을 찾아 가게 깊은 곳까지 들어갈 손님을 기다릴 뿐이다.

 

 

회재불우(懷才不遇), 백락일고(伯樂一顧)

강민수 서울지방국세청장

 

혹자는 회재불우를 남 탓의 전형이라 말한다. 성공은 다양한 요소로 이뤄지며, 먼저 간다고 일찍 도착하지도 않고, 늦게 출발한다고 하여 꼴찌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강민수 서울국세청장은 행시 37회 중 승진이 빨랐다.

 

2012년 7월 이명박 정부 시절 실력자였던 이현동 국세청장의 운영지원과장으로 안 살림과 내부 인사를 두루 맡았다. 운영지원과장 부임 후 6개월만에 부이사관 승진, 부이사관 승진 1년 후 고위공무원 승진 등 순탄한 길을 걷는 듯 했다. 2014년 12월 인사는 강민수 서울국세청장의 경력을 크게 비틀었다. 당시 인사 화두는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파견 자리였다. 누구도 가길 원하지 않았는데, 고위공무원에서의 1년은 대단히 비싼 시기다.

 

좋은 자리에서 있어야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나은 미래로 갈 수 있다. 영전을 위한 휴지기라면 모를까, 일만 하고 사람도 못 만나는 조세심판원으로 가라는 것은 그 비싼 1년 동안 암자에서 보내라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승진 군번으로 치면 행시 36회들이 적당했지만, 36회들의 힘은 셌다. 37회 중에서 구진열 국장은 이미 미국 파견길에 올랐고, 2014년 1월 승진 군번인 강민수 국장과 2014년 7월 승진 군번인 김명준 국장(전 국세청 차장) 중 강민수 국장이 지명됐다. 후배기수(행시 38회)에 고위공무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015년 1월 고위공무원 승진 예정이었던 임광현 전 국세청 차장이었다.

 

임광현 전차장은 조사국 핵심 계보 인물로 유별난 대우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는 도곡동 사저 사태 진화를 위해 대통령의 친구였던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을 국세청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임광현 전 차장은 백용호 후보자의 보좌관으로서 인사청문회 준비를 맡아 활약했고, 이현동 당시 서울국세청장과도 함께 할 수 있었다.

 

이현동 국세청장 취임 후에는 강민수 서울국세청장이 국세청 운영지원과장을 맡고 있는 동안 임광현 전 차장은 국세청 조사기획과장을 맡았다. 부이사관 승진도 강민수 서울국세청장보다 4~5개월 빨랐다. 그 이후는 파격 그 자체였다.

 

2013년 부산국세청 세원분석국장, 2014년 서울국세청 감사관, 2015년 중부국세청 조사1국장, 2016년 중부국세청 조사4국장, 2016년 12월 서울국세청 조사2국장, 2017년 7월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2018년 7월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 2020년 1월 국세청 조사국장 등 부이사관 시절에는 휴지기, 고위공무원이 돼서는 꽃길만 맡았다.

 

반면, 심판원에서 타지 생활을 마친 강민수 서울 국세청장은 강력한 36회 선배들, 치고 올라오는 38회 중간에 끼어 숨구멍 하나 찾기 어려웠다. 2015년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2016년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2017년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현 정보화관리관) 등 3년 연속 쑥과 마늘을 캤다.

 

2018년 7월 국세청 기획조정관에 임명되면서 날개를 펴는가 싶었지만, 이번엔 행시 37회 동기인 김명준 국장(전 서울지방국세청장)에 밀려났다. 김명준 국장이 기획조정관을 하면, 강민수 국장은 전산정보관리관을 하고, 김명준 국장이 조사국장을 하면, 강민수 국장은 기획조정관을 하고, 김명준 국장이 서울국세청장 승진을 할 때 강민수 국장은 징세법무국장에서 머물렀다.

 

김명준의 대두는 국세청 조사국 계보에서 씨가 마른 호남 행시들을 배려한 일이긴 했지만, 강민수 서울국세청장은 2015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거의 8년을 인고로 지내야 했다.

 

강민수 서울국세청장도 치고 나갈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서울대 선배(임성빈 전 서울국세청장)에게 양보했다. 68년생으로 시간이 있었기도 했지만, 조사국 계보가 없는 강민수 국장으로서는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참고 참은 결과, 드디어 때를 만났다.

 

강민수 서울국세청장에 대한 세평은 여러가지지만, 크게는 ‘사무관 시절부터 재능이 유별났다, 겉으로는 허허 하지만 속으로는 대단히 예리한 인물’이라고 거론된다. 서울대 대통령 시대, 서울대 학번이 중요해지는 요즘, 서울대 경영 88학번 강민수 서울국세청장은 모교인 서울대특강에 나서는 등 자기 이미지를 단단히 인식시키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제는 물러날 곳도 없고, 물러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선택을 기다리기보다 선택받도록 노력한다는 인상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진실한가, 필요한가, 동종인가

오호선 중부지방국세청장

 

오호선 중부국세청장은 미국 작가 클라렌스 셰퍼드 데이 주니어의 말처럼 자신이 진실한지, 필요한지, 동 종(K ind)인지 확실히 증명할 때가 다가왔다. 강민수, 김태호 등 행시 선배들이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국세청 차장이 지키는 가운데 행시 39회 유력주자로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서울대 경제 88학번)이 부상했다.

 

중부국세청장으로 나온 것이 꼭 나쁘지는 않아 보이는데, 확정 주자를 제외하고, 1년 후 무조건 퇴직해야 한다는 1년 룰이 깨졌으며, 추가 기회를 바라볼 수도 있게 됐다. 약속된 사항은 아니지만, ‘과거처럼 밀리면 끝’은 아닌 것이다.

 

오호선 중부국세청장은 엘리트 중 엘리트다운 이력을 갖고 있다. 차장 비서관, 국세청장 보좌관을 모두 맡은 보기 드문 경력의 자원으로 서울대 경영 87학번을 나와 미국 하버드 로스쿨 국제조세 석사 과정을 거쳤다. 전군표 국세청장 보좌관을 맡았다는 이유로 복잡한 사안에도 휘말린 바 있으나, 일을 잘 마무리한 후 미국(워싱턴 주재관)으로 떠나 잠시 휴지기를 가졌다. 그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은 2016년 4월 역외탈세정보담당관(현재 명칭 역외정보담당관)을 맡았을 때로 보여진다.

 

행시 39회 동기들도 저마다 시험대에 올라가 있었는데 안홍기 운영지원과장, 정재수 세원정보과장, 천기성 기획재정담당관, 최재봉 국제조사과장, 박재형 국제세원관리담당관(현재 명칭 국제조세담당관)이 그들이었다. 이중 안홍기와 천기성이 일찍 공직을 떠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존에는 크게 조명하지 않았던 국제조세가 조명을 받았다. 구글, 아마존 등 다국적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됐다.

 

행시 39회 자원 중 오호선 중부국세청장은 FIU 금융정보, 역외정보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었다. 그리하여 2019년 7월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에 이어 2020년 9월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등 요직을 거쳤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 초대 조사국장에 올라 어디서나 인정받을 자격을 갖추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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