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첫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의 10가지 의제에 대해 예상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출입기자단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10가지 의제는 ▲민생회복지원금 ▲연구개발예산 복원 ▲전세사기 특별법 ▲의료개혁 특위 ▲소득대체율 증가를 중심으로 한 국민연금 개혁 ▲이태원특별법 ▲채상병 특검 ▲저출산 정책 재설계 ▲재생에너지로 산업재편 ▲실용외교 등이다.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모두발언을 꺼내어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라며 지역화폐를 통한 긴급 민생 회복 지원금을 요청했다.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이나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만일 민생회복지원금을 추진할 경우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바 있는 연구개발 예산 복원까지 같이 추진할 것을 요청했다.
의료개혁 관련해서는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민주당도 협력은 하지만,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그리고 의료진의 즉각적인 현장 복귀, 공공·필수·지역의료 강화라는 3대 원칙에 입각해 여야 의료계 간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연금개혁과 관련해선 국회 연금개혁특위 공론화위원회가 최근 마련한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소개하고, 개혁안 처리를 독려해달라고 전했다.
법제도 및 통치 방식과 관련해선 과도한 거부권 행사, 입법권을 침해하는 시행령 통치, 인사청문회 무력화 등 삼권분립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는 요인에 대해서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세사기특별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채 해명 순직 사건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주기를 우회적으로 요청했다.
이밖에 파편적 저출생 대책을 종합적 대책으로 개편할 것과 국제수준에 부합하는 재생에너지 정책 전환, 진영 외교 대신 실용 외교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것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라면서도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념이 아니라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서 국정을 운영하겠다,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다, 국민 앞에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라는 윤 대통령의 당선 인사를 인용하면서 이대로 가면 윤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선의의 경쟁이 이뤄질 때 정치는 추한 정쟁이 아니라 아름다운 경쟁일 수 있다며 상대를 죽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줄 수 있다고 끝맺었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모두 발언이 이어지는 10여 분 동안 고개만 끄덕일 뿐 별다른 응답이 없었으며, “평소에 우리 이 대표님과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라며 이 대표와의 비공개 단독회담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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