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옥정수 기자) 생명보험의 '재해특약'에 가입자가 자살했을 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자살보험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오성우 부장판사)는 자살한 A씨의 부모가 교보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부모가 승소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재해는 자살이 아닌 우발적·외래의 사고를 뜻하는 만큼 해당 약관은 주계약의 약관을 그대로 갖다 붙인 단순 오기(誤記)란 취지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비슷한 사례의 가입자가 삼성·ING·메트라이프생명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특약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바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특약 가입자들이 이 약관을 보고 자살시 재해사망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인식하거나 동의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의 1심에서도 법원은 "해당 약관은 '고의 자살이더라도 예외적으로 계약 2년이 지난 후 자살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취지"라며 보험사가 부모에게 5천만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평균적인 고객은 보험사가 재해 특약 약관에 계약 2년 후 자살과 아닌 경우를 구분해 지급 기준을 적은 그 자체를 갖고도 '자살에도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것이라며 보험사에 지급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주계약과 재해 특약이 규정한 보험사고 등에 대한 차이는 명확히 이해될 수 있다"며 "자살이 재해 특약에 의해 보험사고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특약 체결시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평균적인 고객의 입장에서 특약의 본래 취지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음에도 특약의 보험사고 범위를 자살까지 확장하려는 것은 보험계약자에게 기대하지 않은 이익을 주고 보험자에게 예상치 못한 무리한 부담을 지우므로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면책제한조항은 특약의 취지와 쌍방 진정한 의사, 약관의 제정 경위 등에 비추어 '잘못된 표시'에 불과하다고 합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에 판결이 나온 상품은 재해보험"이라며 "재해보험은 자살로 인한 보험금이 나갈 수 없는 상품인데 표준약관을 관행적으로 써오던 것이 문제로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