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엄명용 유퍼스트 서울지사장) 주말에 처갓집 모임에 갔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날따라 처갓집에서 가까이 사는 목사인 손윗동서가 뒤늦게 왔다. 주례를 서고 오는 길이라 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주례를 자주 서게 되는데, 주례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결혼식 후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오면 불안하다는 것이다.
부부싸움으로 간혹 찾아오는 커플이 있다는 이야기다. 주례도 ‘애프터서비스’를 한다”는 위트 섞인 말에 우리 모두는 ‘빵’터지고 말았다. 보험 역시 ‘애프터서비스’가 있다. ‘기계약자 봉사를 신계약에 우선하자’는 슬로건을 가진 회사가 있을 정도이니 표현은 달라도(기계약자 봉사=애프터서비스) 각 보험사의 ‘애프터서비스’(기계약자 봉사)의 중요성은 새삼 더 강조할 필요조차 없겠다.
귀경길에 차가 분당을 지나게 되자 생각나는 고객이 있었다. 9년 전 이때 쯤, 첫눈 온다는 예보가 있던 날 나는 ‘K사’의 AM담당으로 유퍼스트의 신임 ‘신 지사장’과 분당에 있는 ‘OO약국’을 동행 방문하게 되었다. 지사를 막 개설하고 종자돈(Seed Money)이 한창 필요했던 신 지사장 입장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고객일 뿐더러, 지사 개설 이후 최초의 대형계약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알게 모르게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며 동행했던 기억이 새롭다.
신 지사장이 사전에 알려준 고객 정보와 기호를 바탕으로 그 당시 국내에 새로이 출시되어 핫하게 판매되고 있던 ‘K사’의 ‘변액적립보험’으로 상품을 선정하고 월 납입보험료는 1,000만 원으로 설계하였다. 저녁 퇴근 무렵에 고객의 약국에서 인사를 나눈 후 승용차에 동승하여 가까운 분당 외곽에 있는 고객의 집으로 가게 되었다.
약국에 약사가 10명 남짓 근무하는 큰 규모에 일단 놀랐고, 고객의 장애상태가 생각보다 깊어 또 한 번 놀랐다. 테이블에 마주 앉자마자 약간 상념에 빠진 나에게 강력한 선제 공격이 날아들었다.
“전 긴 것은 못합니다. 보시는 것처럼 몸도 이렇고 해서 3년 쯤 더하고 약국을 접을 생각입니다”.
‘아뿔싸!, 아직 설계서도 펴지 못했는데…. 아픈 곳을 찔러온다.
이 고객은 많은 FP(보험설계사)의 컨설팅을 받아 봤구나 !’ 나는 전장으로 나가는 장군같이 재빨리 갑옷으로 무장했다. 여기서 물러서면 오늘 클로징(Closing)은 없다.
“고객님 제가 설명드리는 상품은 2년 의무납이고 그 후로는 자유납입니다. 제가 먼저 상품의 특징을 설명 드려도 될까요?”
침착한 반격에 상대가 흠칫한다. 아마도 제1합은 무난히 방어하는 모양새가 된 듯하다. 상품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이 끝나자마자 질문이 날아온다.
“변동성이 큰 변액 상품인데, 수익률이 아무리 나더라도 한번 떨어지면 원금회복이 쉽지 않을 텐데, 여기에 대비책은 있나요? 적립금이 쌓일수록 리스크도 커지는 것아닌가요?”
IMF를 겪은 지 얼마 안 되던 때라 누구나 확신하지 못하는 부분에 날카로운 2차 공격이 날아들었다.
‘그래, 차라리 이런 공격은 들어오는 것이 좋다. 방어, 즉 공격이 아닌가? 울돌목으로 다가드는 왜선을 지켜보는 이순신 장군(?)의 심정이 이와 같았으리라!’
나는 펀드자동재배분기능과 지정적립금보증제도 등 그 당시 처음 선보인 기능을 설명하며 고객의 의구심을 해소하는데 주력하였다. 제2합도 어느 정도 정리되는가 싶을 때 강력한 세 번째 공격이 감행되었다.
“아무리 그래도 주식시장이 내려서 내 적립금이 줄어든 후에야, 이러나 저러나 뭐 뾰족한 수가 없잖아요! 안 그래요?”
세다. 이 정도면 거의 살수(殺手)에 가깝다. 약간의 우격다짐을 담고 본인의 의지는 물론 슬쩍 내 동의까지 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반전의 한 수가 필요하다.
“고객님, 이 상품은 적립금을 특별하게 인출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 주가가 많이 떨어져 손실이 생길 것 같으면 중도인출 하십시오. 오늘 마감 전 인출신청하면 어제 종가 기준으로 적립금을 인출할 수 있습니다. 오늘 주식시장의 리스크는 보험사가 떠안는 구조입니다.” (현재는이 문제를 인식한 보험사의 보완조치로 중도인출 신청후 제 2영업일 종가(적립금)를 기준으로 한다).
이 세 번째 삼합으로 승부의 추는 완전히 기울었다. 도망가는 잔적 소탕이라고나 할까. 1,000만 원의 신계약 월 P를 잘 마무리하고 분당에서 서울까지 오는 내내 감사해하고 들뜬 ‘신 지사장’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서울역에 도착하여 둘이 함께 김이 설설 나는 어묵으로 뒤풀이를 대신하였다.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고객과 상의하며 최적 수익률을 위해 애써왔음은 물론이다. 지난주 마침 고객의 요청에 따라 수익률을 점검해 본 결과, 현재 연 환산 수익률이 9.4% 정도 나고 있었다.
연 환산 수익률 10%가 넘으면 한 턱 크게 쏜다고 했는데 연말까지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있을 때 차가 막 ‘OO약국’ 앞을 지났다. 차가 막히는 바람에 늦게 지나다 보니 이미 퇴근했나 보다. 불이 꺼져 있다. 생각난 김에 내일 아침 전화라도 해야겠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1
2
3
4
5
6




